- ‘럭키’ 이계벽 감독 “배우‧스태프의 따뜻함과 좋은 기운, 작품에 깃들었죠” [인터뷰②]
- 입력 2016. 10.13. 16:24:0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작품을 찍은 것 자체가 제가 가장 크게 얻은 것 아닌가 싶어요.(웃음) 전작(‘미녀와 양수’)도 그랬어요. (류)승범이나 (신)민아 (김)강우 등 정말 좋은 배우들이라 행복했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정말 행복하고 든든했어요. 유해진 씨나 이준 등 정말 다들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해주고 별 무리 없이 사이좋게 지내서 그런 따뜻함이나 좋은 기운이 작품에 깃든 것 같아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계벽 감독(46)을 만나 영화 ‘럭키’(제작 용필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에겐 ‘럭키’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럭키’로 여겨졌다. 지난 2005년 ‘야수와 미녀’로 데뷔한 지 11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그는 11년 이란 기간 동안 각본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연출작을 만들어 내기를 기다렸다. 관객의 입장에선 공백으로 보일 수 있는 긴 시간에도 그는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동안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려 시도했다. 다양한 장르로 영화를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중간에 무산되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이런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 감독들 중 빠르게 만들어 다작 하는 분도 있지만 인연이 안 되서 못 하는 분도 있다. 물론 치열하게 고민하시는데 감독들이 대부분 순수하다. 어려울 때 동료 감독들과 영화얘기 하고 혼자 다른 작품을 생각하면서 보내기도 한다. 작품에 빠져 있을 때는 그(생각하는) 시간도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라 볼 수 있다. 작품을 계속 쓸 때도 머릿속에선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럭키’는 완벽한 카리스마의 킬러가 목욕탕 키(key) 때문에 무명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코미디 영화다. 이 감독은 앞서 우치다 켄지 감독의 '운명이 아닌 사람'(2004)을 원작으로 하는 '커플즈'(2011)의 각본을 쓴 데 이어 우치다 켄지 감독의 ‘열쇠 도둑의 방법’(2012)을 원작으로 하는 ‘럭키’의 연출을 맡았다. ‘럭키’의 각본은 ‘마담뺑덕’(2014)의 장윤미 작가가 썼다.
“‘야수와 미녀’ 이후, 신선한 작품이 있단 말을 듣고 우치다 켄지의 영화를 보게 됐다. '운명이 아닌 사람'이라는 그의 독특한 작품을 발견해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연출이 무산돼 (‘커플즈’) 각본만 쓰게 됐다. 그 뒤로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작품을 더 안 만드는 지 궁금해 할 때 각본을 받았다. (‘열쇠 도둑의 방법’으로) 히로스에 료코라는 일본의 국민배우를 비롯한 좋은 배우들과 영화를 만들 정도니 주목받는 감독이 됐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이 작품을 내가 만들게 될 거라 생각은 못 했는데 ‘커플즈’로 한 번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작 각본을 썼기에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더라. 원작 ‘열쇠 도둑의 방법’이 지난 2012년 나왔을 때 영화화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 뒤 내게 기회가 왔다. ‘커플즈’ 때 연출을 못 해 아쉬웠고 그의 작품을 한번쯤 리메이크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럭키’를 하게 된 거다.”
우치다 켄지 감독의 작품과 두 번째 인연을 맺은 그는 첫 번째 작품에서 연출의 기회를 흘려보내야 했지만 결국 그 일로 인해 이번 작품을 연출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이 감독은 대체 우치다 켄지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기에 그의 작품을 리메이크 할 날을 기다려 온 걸까.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인데 그 안에 묘하게 범죄 등이 섞여있다. 그러면서도 사랑을 완성한다. 로맨틱코미디에 범죄물이 안 어울리는 느낌인데 잘 조화를 시켰다. (우치다 켄지의 데뷔작인) '운명이 아닌 사람'이 그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럭키’의 경우 로맨틱 코미디 쪽으론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고 기억을 잃은 것에 보다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원작보다 선이 좀 있는 작품이 됐다. 원작이 소소하다면 ‘럭키’의 경우 선이 좀 굵게 표현됐다.”
‘럭키’는 ‘착한 코미디’를 표방하는 만큼 유쾌하고 따뜻하다. 그런 영화의 분위기는 촬영 현장의 분위기와 닮아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이끄는 감독의 역할이 컸다. 그런 가운데 배우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영화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유해진이) 전화로 출연 제의를 하니 ‘어우, 너무 좋죠’ 라고 하더라. (이후 처음 만났을 때) 맨 처음엔 무서운 선배를 만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유해진이) 작품 얘기 할 땐 정말 진지하다. 감독으로서 작품도 만들지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신경 쓰는 게 모든 스태프가 편했으면 하는 거다. 유쾌한 장면을 만드는데 윽박지르면 코미디가 안 나올 거다. 장르 때문이라기 보단 현장의 기운이나 분위기가 편안했으면 하는 게 있다.”
그의 작품엔 공통적으로 따뜻함이 담겨있다. 전작인 '미녀와 야수'에 이어 ‘럭키’ 역시 마찬가지로 코미디 영화지만 웃음과 동시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구성상에 꼭 넣고 싶은 게 있다. 단순히 웃는 것에 그치기보단 인물들이 굉장히 사랑스럽고 따뜻했으면 한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인물을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코미디를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내 성향인 것 같다. 작품을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진지해야만 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공포물을 써도 ‘공포가 왜 웃기냐’는 말을 들었다.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코미디란 장르를 만드는 경우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터다. ‘럭키’ 역시 포스터나 출연진, 예고영상을 본 관객들이 기대를 하는 반응이 많았다. 이 감독에게 코미디를 향한 관객의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물었다.
“그런 고민은 처음부터 하지 않고 촬영에 들어갔다. 안 웃기면 (제작사 측에서) 영화를 못 만들게 할 거니까.(웃음) 시나리오 상의 재미있는 설정들로 인해 자신감은 있었다. 걱정보단, 잘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어떤 영화든 장면을 만들 때 고민되는 건 똑같다.”
관객의 웃음소리는 이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게 하는 동력이다. 그는 ‘기회만 있다면 시나리오를 양 손으로 쓰고 싶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드러냈다.
“부모님도 계속 물어보신다. 왜 그런 거 하느냐고. 생각해 보면 영화는 보는 게 정말 좋다. 영화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영화를 쓰는 거다. 쓰는 게 정말 재미있다. 그것만큼 좋은 게 관객의 웃음소리, 반응이다. 영화를 만들고 싶단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관객의 반응을 보는 것들이 영화를 사랑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써놓은 것도 정말 많고, 캐스팅까지 다 된 상태에서 마지막에 투자단계에서 안 되는 경우가 있어 놓친 영화도 많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음엔 어떤 영화든 인간적인 영화를 해 보고 싶다. 다른 영화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라 따듯한 영화를 좋아한다.”
‘럭키’엔 이 감독이 관객에게 ‘따뜻한 웃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그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와도 일치한다.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훈훈한 마음, 따뜻한 마음도 전달됐으면 해요. 한 인물이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 성공을 옆에서 봐주는 가족들의 모습 등 그런 훈훈함이 관객에게 전달됐으면 합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