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아수라 ‘치졸’ vs 화이 ‘고결’, 청불 느와르의 ‘슈트 효과’
입력 2016. 10.18. 16:06:46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아수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아수라’가 흥행은커녕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한 채 박스 오피스 순위가 계속 하락해 ‘참패 블록버스터 느와르’라는 기록을 남길 위기에 처했다.

아수라는 황정민의 티켓파워와 모든 여성들의 로망 정우성, 여기에 ‘곡성’으로 대세 배우 대열에 합류한 곽도원까지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정치 느와르 ‘내부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누적 관객 수 700만을 넘어서서 ‘제2의 내부자들’로 기록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58만여 명으로 기대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것은 물론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349만 여명에도 한참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아수라'

권선징악의 기본 논리에 벗어나 악마적 색채만으로 뒤덮인 아수라는 지난 2013년 개봉해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관객 수 240만 명을 간신히 채운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던진다.

두 영화는 주인공들이 모두 죽음으로 끝을 맺는 결말까지 비슷하다. 그러나 화이는 여진구라는 전도유망한 배우를 키워냈고 선이 거세된 악마의 세계를 다뤘음에도 아수라 식의 치졸한 불편함이 아닌 고결한 느와르로 흥행성적과 무관하게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의상 역시 이러한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영화의상 감독들의 의도가 빛이 바래거나 혹은 발하는 각기 다른 결말로 이어졌다.

아수라는 전체적인 톤은 물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슈트를 입히고 그 안에서 디테일한 차이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서지 못했다. 돈과 명예를 좇는 극중 캐릭터들의 성향 상 슈트라는 설정에는 명분이 있었지만, 검사 김차인(곽도원)의 고급스러운 원단의 슈트,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평범한 채 하는 정장 등 미세하게 차이를 둔 흔적이 의도와 달리 스토리 속에 녹아들지 못했다.

또 먹이사슬의 가장 최하위로 치졸함의 정형이어야 할 한도경(정우성)은 특유의 옷태로 그 치졸함을 살리지 못했고, 김성수 감독 역시 정우성 특유의 아우라를 빼는데 실패했다.

반면 화이는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어느 것 하나 공통분모가 없는 다섯 명의 캐릭터가 의상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괴물을 삼키고 스스로 악의 화신이 된 석태(김윤석), 명문대 출신의 범죄 설계자 진성(장현성), 저격수 범수(박해준), 칼잡이 동범(김성균), 운전수 기태(조진웅)의 각기 다른 드레스코드는 극 중 캐릭터를 또렷이 부각했다.

장현성은 내추럴 색상과 패턴의 셔츠로 음악을 좋아하는 지적인 캐릭터를, 김성균은 커다란 로고플레이 스웨터와 묵직한 가죽점퍼로 촌스러운 양아치 느낌을, 박해준은 몸에 꼭 맞는 풀오버 스웨터와 패딩 베스트 혹은 항공점퍼 같은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멤버 중 가장 눈에 띄는 비주얼을 완성했다. 조진웅은 막 주어 입은 듯한 노숙자를 연상하게 하는 트레이닝슈트와 점퍼로 약간 모자란 듯 순수한 극 중 이미지를 살렸다.

김윤석은 재킷을 입기는 했지만 이너웨어로 집업 티셔츠 같은 드레스다운코드로 정장 느낌을 뺐다.

화이 영화의상을 맡은 함현주 실장은 “슈트는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습니다. 단 후반부 창고 총격신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에게는 모두 슈트를 입혀 배경처럼 보이게 설정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느와르는 똑바로 응시하기 어려운 잔혹한 장면들로 채워진다. 아수라와 화이 모두 잔혹함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화이의 잔혹함은 악을 바라보는 감독의 철학적 시선 때문인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더해 슈트로 장르의 특성을 명확하게 드러낸 아수라와 달리 슈트 없이 완성된 화이는 ‘느와르=슈트’라는 공식을 깬다면 느와르가 얼마나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아수라’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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