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헤어질까' 헤어짐이 어려운 사람이라면 [씨네리뷰]
- 입력 2016. 10.28. 18:40:46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이 있듯 세상은 필연적 이별로 가득하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은 많은 헤어짐을 겪고 헤어짐엔 다양한 관계와 형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헤어짐은 늘 아쉽고 안타깝게 마련이다. 특히 소중한 인연과의 헤어짐은 더 그러하다.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감독 조성규, 제작 하준사)는 이별을 맞는 우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한다. 이는 헤어짐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며 후일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헤어질까'가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직접 극본을 쓴 조성규 감독은 인간과 고양이 혹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만남과 이별의 순환을 다뤘다. 영화에는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양이, 빈티지 그릇, 스시 장인, 공간적 여백이 느껴지는 적막한 분위기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이 한국적인 요소와 맞물려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스시 장인 밑에서 열심히 일하며 스시 셰프의 길을 가고 있는 나비(서준영)는 어느 날 고양이가 함께 사는 여행잡지사 기자 이정(박규리)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털털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정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함께 사는 고양이 얌마. 나비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었다. 바로 고양이 안에 살고 있는 영혼을 보고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줄거리는 판타지적 요소가 깔려있지만 기본적으로 소소한 느낌을 갖는다.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기 보단 소소하지만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는 정도다. 이정이 기르던 고양이 얌마에게는 마장순(이영란)이라는 중년의 아줌마가 살고 있었고 마장순 역시 남다른 사연을 갖고 얌마의 몸 속에 들어가 있었다. 여행 기사 취재를 위해 집을 비워야 하는 이정을 위해 얌마를 돌봐주다가 나비는 이정과 점점 가까워지고 어느 덧 연인 사이가 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영원히 함께일 것만 같은 그들에게 어느 날, 얌마가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지는데… 과연 이들의 앞날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는 대사 음악 배경 등 전반적으로 잔잔한 분위기로 일관하며 만남과 헤어짐의 순환이 반복되는 세상의 이치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인물들은 집 직장 등 아주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한다. 그런데 고양이를 통해 특이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다. 특별할 것도 없다는 듯 정말 '뻔뻔하게'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지만 이 또한 마치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동화책을 보듯 관객이 설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에서 이별의 아픔을 겪는 사람은 이정이다. 그런 그녀를 곁에서 지켜주는 건 나비이며 나비가 이정을 지켜줄 수 있도록 인연을 이어준 건 얌마다. 반려묘 얌마의 병으로 헤어짐을 직면한 이정은 슬픔에 파묻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냉철하지 못한 판단을 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는 나비의 도움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거추장스럽게만 느끼지만 결국 나비의 인내심 있는 따뜻함이 이정의 힘든 시간을 넘기는 데 도움을 준다.
이정에게 원치 않는 헤어짐은 이성을 흐리게 만들고 다른 것들의 의미를 퇴색되게 한다. 슬픔과 절망이 맑은 정신을 침해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아픈 과정이다. 나비의 눈으로 본 상황은 좀 다르다. 나비에겐 얌마에게 들어간 마장순의 영혼이 보이고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이에 마장순으로 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정에 대해서도 보다 잘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이정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같이 독특한 설정이 영화의 스토리를 비범하게 하고 비범한 상황을 통해 주는 온기는 또 일상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일상의 잔잔함과 환상적인 느낌이 한대 어우러진 독특함이 있는 이 영화를 통해 슬픔이나 눈물로 가득한 헤어짐이 아닌,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담담한 헤어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헤어짐의 과정이 힘들더라도 그런 시간은 결국 지나게 마련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 103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