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미’ 김유정 “라온이와 함께 성장,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죠” [인터뷰①]
- 입력 2016. 10.31. 18:11:2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첫 성인연기라기엔 아직 조금 안 맞는 것 같아요. 많이 배우고 성장했죠.”
‘생애 첫 성인 연기’로 화제를 모은 배우 김유정(17).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에 비해 조숙한 느낌의 그녀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고민도 생각도 많이 하고 다른 배우 선배들과 많이 얘기했다. 잘 해보려 노력했다. 대본이 정말 재밌게 나오니까 대본 만큼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하고 자신이 없었다. 주위에서 조언과 칭찬을 많이 해 줬다. 경험이 쌓인 작품이다. 일단 PD님과 많이 얘기했다. 선배들도 많이 얘기를 해주고 응원과 조언을 많이 해줬다. 같이 촬영한 배우 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극 초반 그녀는 닭을 잡는 장면으로 재미를 줬다. 큰 재미를 준 만큼 촬영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드라마에서 가장 와이어 신이 많았던 김유정은 닭 잡는 신 역시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 완성했다.
“지붕에서 닭을 잡으면서 닭한테 너무 미안했다. 몇 마릴 잡는 건지.(웃음) 원래 닭 잡는 장면이 훨씬 많았다. 돌팔매 던지고 그런 장면 있었는데 (편집돼) 아쉬웠다. 고군분투 하며 찍었다. 재미있고 좋은 장면이었다. 스태프와 직접 올라가 촬영했는데 기와가 너무 뜨거워 기와에 닿은 바지가 녹았다.”
김유정은 본래 홍라온이란 여성이지만 극중 남자 홍삼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인물을 연기했다. 자칫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 남장여자 역할을 과장되지 않게 적절히 해낸 그녀는 중성적이면서도 사랑스런 매력을 뽐냈다.
“삼놈 자체가 다른 남장여자 캐릭터와 다르게 ‘흉내’나 ‘척’하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사내행세를 하며 지내온 아이라 거부감이 안 들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하려 노력했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그렇게 느꼈다. 통통 튀는 발랄한 아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홍라온·홍삼놈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그녀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다름 아닌 ‘감정 변화’였다. 초반의 발랄한 홍삼놈의 모습에서 영을 만나며 점차 소녀의 모습을 되찾는 과정에서 내용에 따라 중간중간 톤에 변화를 주며 라온과 삼놈이를 오가야 했다.
“남자처럼 살다 조금씩 소녀처럼 보여질 때, 그때 가장 어려웠다. 남자 옷을 입었는데 여자 목소리를 내는 게 좀 그랬다. 반대로 무희복을 입고 영(박보검)을 맞닥뜨렸을 때 갑자기 여자 옷에 남자 목소리를 냈는데 감정 변화에 따라 톤이 바뀌는 것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달달하고 예쁜 드라마다 보니 이른바 ‘오그라든다’고 표현하는, 달달하면서도 민망한 대사도 종종 있었다. 막상 연기하는 입장인 김유정은 민망한 것 없이 잘했다며 되려 삼놈을 연기하면서 어렵게 느꼈던 부분에 대해 털어놨다.
“민망한 것 없이 재밌게 잘했다. 드라마에서 라온이 처음의 앳된 모습에서부터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많이 비춰졌다. 운종가 캐릭터가 톤이 기억이 안 나는데 그 톤이 좋았다고 해보자고 하더라. 그 상황에선 충실하다 보니 확 나왔는데 후반부 라온의 감정이 흔들리고 여인·소녀의 감성이 많아 톤이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삼놈처럼 해보라 하니 안 되더라. 그때(운종가 때) 삼놈 연기는 신경 쓴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왔다.”
마지막 회의 메이킹 영상을 통해 많은 명장면 중 하나인 남원 수중 촬영 현장이 공개됐다. 당시 거대한 잉어에 조금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 그녀는 그런 신들로 인해 출연자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연기와 작품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됐음을 밝혔다.
“가장 힘든 장면이라기엔 너무 덜 힘들었다. 언제 빠져보겠나. 좋은 경험이었다. 걱정이 많았지만, 같이 빠져 촬영하며 재밌게 마무리했다. 서로 의지하며 잘 찍었다. 수중촬영 신, 구덩이 신 등 여러 신을 찍으며 같이 고생했는데 그런 신을 찍으면서 서로 편해지고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극중 여인의 모습에 가까운 홍라온과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홍삼놈 가운데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에 관해 묻자 그녀는 어느 한쪽을 꼽지 않았다.
“반반이다. 삼놈이와 라온이를 많은 분들이 나눠서 얘기 하시는데 난 그냥 삼놈 안에 라온의 모습이 있고 라온이 안에 삼놈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궐에 들어가 영을 만나며 조금씩 바뀐 걸 거다. 초반에 삼놈이 영향을 많이 받아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얻었다. 삼놈이 덕에 많이 웃기도 했다. 후반엔 흔들리는 라온이 눈물을 흘리고 감정을 쏟았는데 라온이를 연기 하면서 굉장히 우울했다. 드라마 감정선에 따라 내 기분이 바뀌는 게 신기하면서도 무섭기도 하다. 나중엔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그 신을 찍으며 많이 밝아지지 않았나 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자에게 달콤하고 아름다운 동화 같은 드라마로 기억될 터다. 배우로서의 그녀에겐 이번 드라마가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라온이와 같이 성장한 것 같다. 라온이가 초반에 나서고, 멋모르고 짜증 내고 그럴 때부터 시작해 점점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친구가 생기고 아버지를 만나면서 혼란스러워하고 흔들렸다. 그러다 마지막에 자기가 감정을 잘 잡아 스스로의 모습을 잘 찾아 영과 들판을 걷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나도 배우고 느끼고 깨달았다.”
10대인 그녀에게 애정신은 다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우리 드라마의 애정신은 풋풋하고 설레고 아기자기하다. 영이와 라온이가 내 또래다. 오히려 부담감이 많이 없었다. 예쁘게 나왔으면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아름다운 영상미 뿐만 아니라 한복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마냥 아름다운 한복을 입는 게 배우의 입장에선 기분 좋은 경험이자 동시에 힘든 점이기도 하다. 겹겹이 껴 입은 한복은 더운 날씨에 배우를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특히 김유정은 남장여자 역할을 맡아 가슴에 붕대까지 감으면서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더울 때 몇 겹씩 입고 한다. 한복은 예쁜 ‘각’이 있다. 그걸 잡아야 하니까 불편하기도 했다. 한복은 정말 예쁘고 소재도 예뻤다. 언제 그렇게 한복을 입어볼까. 내관복을 언제 입겠나. 좋은 경험이었다. 붕대에 살이 쓸려 상처가 나고 그랬다. 땀띠까진 아닌데 땀이 온몸에 차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내관복과 한복을 입어본 데 이어 차기작에선 교복을 입고 싶다고 밝힌 그녀는 사실상 많은 작품을 하면서 안 입어본 의상이 거의 없다. 이에 그녀는 입어보지 못한 의상인 곤룡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곤룡포. 왕실의 옷을 입어보고 싶다. 다른 옷은 다 입을 수 있는데 못 입어본게 그것밖에 없다,”
곤룡포를 입어보고 싶다는 그녀에게 또 한 번 남장여자 캐릭터에 도전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동안 남장여자 캐릭터가 잘 안 나올 것 같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캐릭터가 강해 나도 거기서 벗어나 또 다른 남자 캐릭터를 하려면 좀 더 성장한 후 해야할 것 같다.”
김유정은 배우답게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받은 많은 사랑을 연기로 보답할 생각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받은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더 나은 연기로 대중을 찾을 계획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선배 스태프 등 다들 많이 예뻐해 줘 평생 연기해도 보답하기에 모자라다 생각했죠. 평생 기억할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고민해야지 생각했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