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술남녀’ 박하선, 2년의 공백기가 만든 단단한 ‘연기 열정’ [인터뷰]
- 입력 2016. 11.02. 10:29:09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누구한테 하소연하기가 싫었어요. 상담하고, 상담 받는 걸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불쌍해 보이는 건가, 하는 때가 왔어요. 안 좋은 얘기를 밖에서 하면 좋지 않기도 하고, 소문도 날 수 있잖아요. 혼자 삭히고, 혼술을 하기 시작했죠. 적당히 취하고 잠들고, 개랑 놀고. 좋더라고요. 조금 먹으니까 취하지도 않고. 혼술은 한 캔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혼술남녀’ 박하선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노량진의 장그래 박하나 역으로 열연한 박하선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약 2년간의 공백기 이후 컴백해 성공적인 신호탄을 던진 박하선은 그간의 설움을 토해내듯 열정적인 답변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혼술남녀’는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알콜 충전 혼술 라이프를 담은 이야기로 박하선은 공무원 학원계의 메이저리그 ‘노량진’에 갓 입성한 ‘햇 병아리’ 강사 박하나 역을 맡아 연기했다.
특히 박하선은 2014년 SBS ‘쓰리데이즈’와 ‘유혹’ 이후 작품이 없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망가짐을 선택하며 이색 행보로 시선을 모았는데, 친한 친구를 만난 듯 친근하게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에게서 공백기 동안의 간절함과 프로로서의 면모, 여유가 느껴졌다.
“‘하이킥’ 이후로 로맨틱 코미디와 코미디 드라마가 많이 들어왔다. 근데 제가 안 했다.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쉬면서 느낀 건 내가 지금 뭔가를 안 할 때가 아니라는 거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좋아하시니까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 분들이 좋아하셨던 걸 다시 해 보자, 하는 생각이랑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깨닫게 됐다. 지금 ‘혼술남녀’를 선택한 건 4년이 지났으니까 뭔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본도 이것처럼 재밌는 게 없었다”
10년을 쉬지 않고 일한 박하선은 ‘지친다, 조금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쉬기를 택했다. 하지만 그 뒤로 2년 동안 일을 하지 않게 되자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혼술남녀’ 대본이 들어왔을 때 마침 한창 혼술을 즐기고 있을 때라고 말했다.
“한창 쉴 때 혼술을 많이 했다. 힘들 때도 하고, 기분 좋을 때도 했다. 친구들은 직장 다니다 보니까 밤에 술 먹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배우 친구들은 바쁘고 시간이 잘 안 맞다 보니까 혼자 먹게 되더라. 버니나, 아이싱, 브라더소다, 호로요이 등 맛있는 맥주들을 많이 먹었다. 냉장고에 항상 술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때 ‘혼술남녀’가 들어왔는데, 딱 나다, 싶은 생각에 하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신의 연기에 회의가 느껴지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암흑의 시기에 빠지게 됐다는 박하선은 “20대에는 온전히 내 삶을 산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뒤로 가지게 된 2년 동안의 공백이 지금의 단단한 박하선을 만든 것.
“중국에 가서 연기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언어가 아닌 감정으로만 연기하는데, 똑같은 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호흡이 조금 긴 영화를 하고 싶었다. 사람에도 치이고, 연기에도 치이는 시절이라,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근데 그 기간이 본의 아니게 길어지고, 생각보다 오래 쉬니까 일 이제 안 한다는 소문도 돌고, ‘중국 일만 할 거래’ 이런 얘기도 있었다. 또 누군가 매니저 사칭해서 작품을 두 개 거절을 했었다. 대표님도 잡다가 못 잡으셨는데, 중국에 있다고 얘기해서 드라마 두 개도 놓치고. 사기꾼도 만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일을 너무 하고 싶었다”
쉬는 기간 동안 VOD로 했던 연기를 되돌아보고, 또 보면서 반성하고 연구했다는 그녀는 한동안은 ‘내가 코미디의 끝을 보여줬다’라고 건방진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때는 코미디의 끝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게 쌓여서 좀 더 내려놓을 수 있었고, 조금 더 서러울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더 예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두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그때 연기와는 아예 다르게 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는 않더라. 달라 보이려고 노력을 했다. ‘하이킥’은 쉬면서 많이 봤다. VOD로 제가 한 작품 다 돌려 보고, 문제가 뭔가 분석하고. 이런 건 잘하네, 이런 건 못했구나. 반성을 많이 한 것 같다”
이제는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박하선은 전에는 잠을 못 자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가 쉬었던 2년간의 그 시기가 없었으면 감사한 줄도 몰랐을 것 같다. 지금은 다 감사하다. 잠 못 자는 것도 감사하다. 못 자도 일 없을 때를 생각하면 감사하고, 어떤 아이돌 인터뷰를 봤는데 두 시간 자면 행복하고 세 시간 자면 힘이 난다고 하더라. 저렇게 어린 애들도 하는데, 난 어른이 돼서는 뭐 하나 싶어서. 이제 8시 되면 눈이 떠진다. 그리고 이번 팀이 너무 좋았다. 다시 못 만날 것 같아서 막판에 울기도 했다. 너무 좋은 분들 만났다. 모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박하선은 쉬는 동안 자신의 연기를 보며 반성하고,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동안 걸어온 작품들 중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또 다시 암흑기가 오면 묵묵히 걸으면 될 것 같다. 이게 쌓여서 제가 되는 것 같더라. ‘유혹’이나 ‘트윅스’ 같은 것들을 안 했으면 정적인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았을까. 보시는 분들도 어렴풋이 제가 연기하는 모습들을 본적이 있으니까 제가 조금 어두워져도 덜 어색해 지는 것 같다.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구나’ 생각했다”
‘혼술남녀’에서 일주일 사귀고 끝난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박하선은 다음에는 조금 더 로맨틱 코미디가 잔뜩 들어간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직 해 보지 못한 모든 역할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좀 더 로코를 하고 싶기도 하다. 일주일 사귀고 끝난 게 조금 아쉬워서 달달하고 꽁냥대는 건 하면서도 되게 재밌다.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런 거 얘기하면서 재밌더라. 그런 것도 더 해보고 싶다. 전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걸 했다. 액션이나, 안 해 본 거, 새로운 거. 금방 질리는 타입이라서 그런 똑같은 걸 잘 못 한다. 지금은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꾸준히 해서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극도 다시 하고 싶고, 전문직 여성. 그 중에서도 의사를 해 보고 싶다. 삭발도 할 수 있고, 살인마도 할 수 있다. 평소에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게 이 직업의 매력이니까”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