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천상의 약속’ 눈물연기서 ‘빛나라 은수’ 푼수 노처녀로 연기 변신 꾀했죠” [인터뷰]
입력 2016. 11.02. 13:09:06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워낙 얌전하고 착하고 울고, 그런 역할만 하다 보니 익숙해져 우는 대목에선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 평소 밝고 푼수기 있는 건 맞는데 (그런 캐릭터를) 연기론 안 해봤어요. 처음엔 어색해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는데 과장되게 안 하고 자연스럽게 할 생각이에요. 기존과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 오버 연기를 하는 경향이 많은데 자연스레 표현해야겠단 생각으로 평소 성격대로 하자고 생각했죠."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모처에서 배우 김도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인기리에 종영한 ‘천상의 약속’에서 백도그룹 박 회장(윤주상)의 후처 윤영숙 역을 맡아 활약한 그녀가 이번엔 KBS1 새 일일드라마 ‘빛나라 은수’(극본 김민주, 연출 곽기원)에서 노처녀 순정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빛나라 은수’는 앙숙이던 여스승과 여제자가 7년 후 한 형제와의 결혼으로 형님과 동서로 엮이는 것도 모자라 부모의 재혼으로 의자매가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가족 힐링 드라마다. ‘별난 가족’ 후속으로 11월 중 방송된다.

김도연이 맡은 순정 캐릭터는 '철없는 노처녀'를 표방하지만 실은 미혼모다. 전작에서 어둡고 슬픈, 눈물을 달고 사는 역할을 주로 맡은 그녀에겐 이번 드라마가 큰 변신을 할 전환점이다.

"PD님은 '도연 씨 이 역할 할 수 있을까' 하시는데 '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믿고 맡겨 달라'고 했다. 원래 명랑한 성격인데 다들 그걸 모르니까 불안해 한다. 일만했지 개인적으로 어울린 적이 없으니까. 시청자에게 '저 사람에게 저런 이미지가 있었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 늘 우는 역할을 하다 보니 (화면에) 예쁘게 안 나왔다. 항상 눈도 부어있었고. 이번에 변신을 해서 칙칙하고 우울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김도연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푼수기 넘치는 노처녀를 연기,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엔 노처녀 순정 역할을 맡았다. 늦둥이로 태어나 오빠 임채무의 손에 아이를 맡겼다. 노처녀지만 분수도 모르고 아직도 백마 탄 왕자를 찾고 기다린다. 미국에서도 결혼하려다 남자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까먹고 오는데 몰래 숨어 있다가 찜질방에서 올케에게 딱 걸린다. 그래서 방도 없는데 딸 방 침대를 차지하는 눈치 없고 자기 멋대로인 푼수기 많은 인물이다. 스무 살쯤 아이를 입양 보내려다 임채무에게 맡겨 40대가 되어 돌아온다. 아역이 먼저 나오고 11회 인천공항 입국 신에서 처음 등장한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전작에서 어둡고 슬픈, 눈물 마를 날이 없던 역할만을 맡아왔던 점이 그녀에게 오히려 깜짝 변신할 기회를 마련한 셈이 되기도 한다. 전작 '천상의 약속'에 이어 곧 360도 다른 역할을 보여주며 색다른 모습으로 재미를 선사할 그녀는 마침 자신의 실제 성격에 딱 들어맞는 역할로 시청자를 찾을 생각에 들뜬 듯 보였다.

"93년도에 결혼을 했다. 배우가 20대에 결혼하는 게 쉽지 않은데 활발히 활동할 때 결혼해 버렸다. 계약을 제의하는 회사도 있었는데 애가 너무 어려서 내 것만 욕심낼 수 없었다.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고 남편에게 불만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일을 접고 내 나름의 노하위로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에게 자장면 하나도 안 시켜 먹이고 라면도 안 먹였다. 다 만들어 먹였다. 음식 등은 철저하게 했다. 17살에 광고를 시작해 김희애 채시라 등과 함께 패션 카탈로그를 많이 찍었다. 나에 대해선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해 돌아보면 나 자신은 없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아이들이 학업을 위해 해외에 있고 나도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 칙칙했던 이미지를 벗고 이번 드라마를 잘 해내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내 것을 찾고 싶다. 눈물 흘리는 역할이 싫어 도망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추적자'를 하게 됐는데 임팩트를 주고 사라져 잘했다 생각한다."

20대에 결혼한 그녀는 한창 활발한 활동을 할 시기에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시간을 쏟았다. 이제는 자신의 활동에 더 전념할 여유를 맞이했다. 멀리 내다보며 오랜 배우생활을 꿈꾸는 그녀에겐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가득하다.

"영화를 하고 싶은데 짧아도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내 캐릭터와 다른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암살'의 김혜숙 선배가 맡은 역할이 정말 괜찮더라. 보면서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하얀거탑'의 김영애 선생님이 맡은 역할도, 그 전에 '변호사'에서 고문받는 아이의 어머니 역할을 하신 것도 좋았다. 악역을 해 보면 소원이 없겠다. 목소리 톤도 높고 소리 지르는 데는 날 못 따라온다.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등장하자마자 돈을 까먹고 우는데 이미지는 다르지만 또 눈물을 보다. 과거의 당하기만 하고 착하던 이미지를 버리고 '저 사람이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 실제 술도 이야기하는 것도 즐긴다."

사연 많은 역할로 눈물 마를 날이 없던 그녀가 이번 드라마로 인해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마음은 신인의 마음과 비슷하다. 원하던 캐릭터를 연기해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걱정을 안기기도 한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걱정을 넘어서는 그녀의 도전 정신을 일깨웠다.

"방송을 80년도부터 했다. 그때 주연의 이미지는 청순가련하고 (남에게) 당하고 착한 역이었다. 도시적인 게 어필된 건 90년대 이후다. 내 얼굴이 오목조목 동그랗게 생기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습관이 있다. 광고모델 출신이라 그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해 얌전하고 착한 이미지의 역할을 했다. 그 시절 주인공 이미지가 그러니 그 이미지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해 깜찍 발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청순가련한 역할이 계속 들어왔고 울고자 하면 못 운 적이 없었다. 김수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겨울새'에서 시어머니(반효정)의 구박을 받는 착한 여자 영은, 박완서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도 오목조목 생겼다고 오목이 역할을 했다. 그때 슬프고 착한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젠 얌전하고 내숭 있는 역할이 몸에 배어 '천상의 약속'에선 김혜리 씨와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때 어색했다. 그때도 우는 게 나오고 김혜리에 내내 당한다. 그 전에 '순금의 땅'도 망설이다 마지막으로 더는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해서 했는데 정말 연기를 제대로 했다. 우는 게 정말 많았다. 그래서 미심쩍어 하시는데 나도 사실 자신은 없다. 스무 살때 쯤 실수로 미혼모가 되어 이영은·박하나·김동준·최정원 중 한 명은 내 아이다. 시놉시스에선 나중에 카페를 하는 걸로 나온다."

그녀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캐릭터 변신을 하면서 바꾸고 싶은 건 비단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활발한 성격이지만 사람들 앞에선 움츠러든다는 그녀는 이번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그런 면을 고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고백했다.

"(이미지) 변신이기도 하고 내겐 틀에 박힌 역할이 있어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오토매틱 연기에 너무 익숙하다. 실제 내 성격을 한 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관중 앞에 잘 못 서는 성격이다. 얼굴도 빨개지고 수줍어하며 수그러든다. 연기를 하다가 상대가 빨려드는 게 보이면 얼굴이 빨개지며 대사가 생각 안 날 때도 있다.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도 이런 오픈된 연기가 하고 싶었다. 성격상 대인기피증도 있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만 원이 없어졌다'며 다들 눈을 감고 손을 들게 했을 때도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얼굴이 빨개지고 덜덜 떨렸다. 예전엔 그런 배우가 많았다. 배우들이 의외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인 사람이 많다."

주위에선 굳어진 이미지 탈피를 위해 예능 출연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기에 자신의 변신을 다름 아닌 연기를 통해 이루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기존의 이미지를 벗으려는 방법으로 주변에선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추천하며 '원래 성격대로 하라'고 하는데 예능보단 배역으로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과 하는 프로그램이나 홈쇼핑도 마찬가지다. 내 나름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토크쇼에 나가 주책을 떨거나 내 성격을 보여주기 조심스러운 것도 있었다. 손가락을 빨아도 내 할 일과 안 할 일을 구분했다. 이미지 못 벗는 것도 있는데 나름대로의 그런 게 있다."

김도연은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배우다.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서 연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나이에 과감하게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그 날을 기대하게 한다.

""(배우는) 정년이 없단 점에서 축복받은 직업인 것 같아요. 늦은 나이에 돈을 벌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잖아요. 결혼 이후 묻히지 않으려 1년에 한 작품은 꼭 했어요. 치매가 오고 못하기 전까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김영옥 이순재 선생님을 보면 정말 좋아보여요. 대본을 외우고 할 수 있을 때까진 하고 싶어요. '만능이다' 할 정도로 여러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게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오래 하고 싶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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