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나 “‘달의 연인’ 악녀, 실제 성격과 전혀 달라 고민 많이 했죠” [인터뷰]
- 입력 2016. 11.04. 15:59:39
- [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황궁의 유일한 공주, 주인공을 위기에 몰아넣는 악녀 등의 캐릭터는 흔하디 흔하다. 그러나 ‘달의 연인’ 속 황보연화는 정형화되지 않은 매력을 지닌 독특한 인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황보연화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배우 강한나의 열정과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조윤영 극본, 김규태 연출, 이하 ‘달의 연인’)에서 공주 황보연화를 연기한 강한나를 만났다. 사전 제작된 ‘달의 연인’의 촬영이 6월 말 종료된 후 곧바로 중국으로 가 드라마를 촬영하고 왔다는 그녀는 “저도 중국에서 동시 방송으로 드라마를 봤다. 끝나니까 정말 아쉽다. 방송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셔서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중국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기에 ‘달의 연인’은 현지에서도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강한나는 “원작이 워낙 관심을 많이 받았던 작품인지라 저희 드라마에도 기대를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스태프들도 드라마 봤다고 말도 해주고, OST도 중국 음원차트에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며 중국에서의 인기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작품이지만 ‘달의 연인’은 여러 가지 논란 속에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테이프를 끊었다. 다행히(?) 마지막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대해 강한나는 “초반부터 시청률이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후반에는 많이 사랑을 받아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사랑 받고 관심 속에 종영할 수 있어 감사했다. 또 제 성격 자체가 숫자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강한나가 연기한 연화는 똑부러지고 정치적 재능도 타고 났지만 황후 자리를 위해 집안까지 배신할 만큼 야심 넘치는 여인이다. 오라버니를 살려달라는 어머니의 간청을 외면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동생의 은신처를 밀고하는 등 저지르는 악행도 다양하다. 다만 연화의 모든 악행은 암투와 음모가 끊이지 않는 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라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었다.
“연화가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밑도 끝도 없이 못된 짓만 하는 게 아니라 연화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해야 하는 행동들이었기 때문이죠. 연화의 행동들에 대한 원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원래 성격과 연화의 그것이 전혀 달라서, 제 안에서 연화의 모습을 찾기 보다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아요.”
연화는 실존 인물인 광종비 대목황후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다. 앞서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이하늬가 동일인물(황보여원)을 연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실존 인물이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앞서 연기하신 선배님들이 어떻게 연기하셨나 궁금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보면서 이하늬 선배님의 역할이 무척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있다고 느꼈다. 저도 연화를 멋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드라마의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새로운 연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화는 짝사랑하던 광종(이준기)과 결국 혼인해 태자까지 낳지만 끝끝내 그의 마음을 갖지는 못했다. 광종과 해수(이지은)의 사랑 역시 이루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광종의 사랑을 얻지 못한 연화의 입장으로서는 그리 새드엔딩은 아니지 않을까. 그러나 강한나는 “연화로서는 광종의 시선과 마음이 해수에게 가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연화에게도 행복한 결말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강한나가 상상하는 연화의 미래는 어떨까. 그녀는 “아들을 왕으로 세우기 위해 황후 유씨(박지영)의 전철을 밟지 않았을까. 연화의 성격상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는 않고 머리를 잘 썼을 것 같다. 하지만 광종에게는 사랑 받지 못한 채 허전하게 여생을 마감했을 거다. 황후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짠하다”며 연화의 감정에 깊이 동화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달의 연인’에는 무려 8명의 황자가 등장한다. 모두 매력적이지만 성격도, 개성도 각자 다르다. 이들 가운데 강한나의 실제 이상형은 10황자 왕은(백현)과 가장 가깝다고. 그녀는 “왕은은 장난기는 넘치지만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 함께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저는 나쁜 남자 유형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캐릭터로 봤을 때는 광종도 멋있는 사람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기자기하고 다정다감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전했다.
또래들이 많이 모인 만큼 ‘달의 연인’ 출연진은 유독 사이가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나는 “다들 성격이 좋아서 두루두루 친해졌다. 누구 한 명 제일 친한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삐칠 정도다. 모임도 자주 가졌는데 제가 중국에 있느라 참석 못 했을 때 (지)헤라가 영상통화를 걸어서 서로 보고 싶다고 얘기도 하고 그랬다”며 “다들 허물없이 지낸 덕에 연기 현장이 편하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또래들이라 더 편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선배님들도 아빠, 엄마처럼 잘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극중 남편이었던 광종 역 이준기에 대해서는 “선배님만의 아우라와 공간의 긴장감이 있다. 저도 그 안에 집중해서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평상시에는 행복한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저도 에너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터 끝까지 리더 역할을 잘 해주셨다”고 말했다. ‘사랑의 라이벌’인 해수 역 이지은과는 사적으로 연락하면서 금방 친해진 사이라고. 그녀는 “연기할 때는 연화로서 미워해야 하는데 사랑스럽고 귀여운 친구다. 코드도 잘 맞고 털털하고 편한 성격이다. 통하는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야망으로 똘똘 뭉친 연화와 달리 강한나의 실제 성격은 긍정적이고 단순하다고. 그녀는 “연화와 저의 성격은 싱크로율이 0%다. 연화는 의심부터 하고 곧이 받아들이지 않는데 저는 치밀하게 머리를 쓰거나 그런 유형은 아니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단순한 성격”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카페에 오랜 시간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있으면 보기도 하고요.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이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인데 180도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했으니 그 고충도 만만찮았을 터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 “활동한 지가 오래 되지 않아서 못해본 역할이 많다. ‘달의 연인’에서는 표독스럽고 독한 면이 있는 인물을 연기했으니까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해보고 싶다. 아직 로맨틱코미디를 못해봐서 꼭 출연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올초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엄마’부터 ‘달의 연인’, 중국 드라마까지 촬영하며 알차게 한 해를 보낸 그녀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위해 재정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부지런히 달려와 잠시 쉬어갈 만도 한데,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항상 목표로 하는 것은 어떤 작품을 했을 때 그 인물을 멋있게 만들어내고 싶다는 거예요. 강한나 개인으로서는, 어떤 순간에도 소소한 것의 행복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