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태 탐구생활, ‘스플릿’-연출-연기 그리고 가족 [인터뷰②]
- 입력 2016. 11.05. 16:23:06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감독이 추구하는 것, 뭘 말하고 싶은지를 빨리 파악해 연기를 해내야 해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말처럼 쉽지만은 않죠. 드라마는 굉장히 빠른데 영화는 굉장히 느리기도 해요. 사람 자체의 연기 톤을 바꿔야 하기에 답답함을 이겨내고 소통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배우라 생각해요.”
유지태가 연기와 연출을 해 오며 알게 된 건 배우와 감독 간의 소통의 중요성이다. 두 입장이 각각 되어보며 경험으로 얻은 생각이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유지태(40)를 만나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다룬다. 유지태는 한때 ‘퍼펙트 맨’으로 불린 전 볼링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재는 도박볼링판의 선수로 뛰는 철종을 연기했다.
‘스플릿’은 첫 장편영화에 도전한 신인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실제 연출에 도전해 본 경험이 있는 유지태는 현장에서의 감독의 외로움을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전거 소년’(2003)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2005) ‘나도 모르게’(2008) ‘초대’(2009) ‘마이 라띠마’(2013) 등 연출 경험을 쌓아오며 영화를 보는 전반적인 안목도 넓어졌다.
“(넓게) 보인다. 밀도가 어떻게 해야 높아진단 것도 예전보다 많이 느껴진다. 배우는 감정에 치중한다. 한 사람의 템포가 느려지면 다른 사람도 느려진다. 빨리빨리 쳐줘야 한다. 어떻게 쓰이고 편집되는지 안다. 배우의 가장 큰 덕목은 소통이라 생각한다. ‘배우는 소통이에요’라고 얘기하는 게 쉽지 않다. 20년 해왔고 감독이 나와 동갑이다. 이 영화를 위해 6년을 쏟았는데 에너지가 충돌한다. 최 감독뿐 아니라 프로대 프로가 만나면 에너지가 충돌하는데 여기서 파워게임이 벌어지면 안 된다. 흉흉한 소문도 그런 자기주장을 (강하게) 할 때 나게 된다. 기존에 찍어온 감독이 어떤 영화를 찍고 싶다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반면 처음 하는 분들은 자기 성향이 정확히 파악된 상태가 아닌, 알아가는 기간이 필요하다. 자기 성향이 장르 영화에 좀 더 가깝다면 드라마는 멜로 휴먼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걸 빨리 캐치해야한다. 내가 찍어온 영화의 방식은 사실 ‘스플릿’이 아니다. 영화는 컷과 컷이 붙어 신을 만들고 그 신이 미장센을 만들어낸다고 배워왔다. 현대영화는 짧게 빨리 찍다 보니 컷만 흘러 어느 포인트가 사용될지 모른다. 그럴 때 내 것을 주장하면 깨진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거다.”
현장에서 그는 선후배 등과 술자리를 가졌다. 다른 촬영장 역시 마찬가지지만 유지태는 선배로서 좋은 현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체적으로 단합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선후배 사이에 긴장을 풀고 흥을 돋우려면 그만한 게 없다.(웃음) 관리하느라 술 안 먹는 친구들도 있으니 그런 친구들에겐 거기 걸맞게 해주고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판도 깐다. 내가 넉살 좋거나 재치 넘치는 사람이 아니어서 판만 깐다. 현장 분위기는 재밌었다. 쿵짝이 잘 맞았다. 다윗 같은 친구는 감독과 소통하는데 자질이 있는 친구다. 이정현 씨는 박찬욱 감독과 현장 경험을 해본 친구고 공통분모가 있어 서로 박 감독님 멋있다고 얘기도 하고 재미있게 찍었다. 정성화 씨는 무대 경험이 많고 굉장히 재치있는 친구다. 네 명이 모이면 쉴 새 없이 농담하고 예능처럼 그랬다.”
‘굿와이프’에 이어 개봉을 앞둔 ‘스플릿’, 촬영 중인 ‘꾼’까지 올해 활발한 활동을 한 그는 예능 ‘1박 2일’에 출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2년의 공백 후 마침 ‘스플릿’이란 영화가 있었고 ‘굿와이프’가 들어와 충분히 도전할 만 했다. 많은 대사를 빨리하면서 내 연기가 시청자를 설득해야 하는 게 참 도전이 된다. 앞으로 좋은 드라마가 있으면 도전할 만하다. 예능(‘1박 2일’)은 ‘스플릿’ 홍보 때문에 나간 거니 하기 싫은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생각한다. 뭘 하든 최선을 다해 성실히 하면 시청자나 관객이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 생각한다. ‘꾼’도 시각 자체가 변한 부분은 있다. ‘리리코 스핀토’(2014) 때 실패를 맛보고 나서 100억 원짜리 영화를 찍었는데 관객이 없는 영화이면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제도권에 있는 영화와 작가영화에 대해 태도를 달리 해야 한다. 저예산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할 땐 거기에 맞게 찍고 상업 영화를 할 땐 거기에 맞게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각각 다른 환경에 맞게 하는 게 스마트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올해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감독으로서도 연출 계획을 하고 있다.
“작품이 예정돼 스페어 처리를 하려 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다 썼지만 바로 촬영하긴 어려울 것 같다. 업계 반응이 뜨겁다.(웃음) ‘스플릿’이 더 터지면 바빠질 것 같아서 이 틈새를 잘 (이용)해서 스페어 처리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
유지태는 ‘굿와이프’로 ‘쓰랑꾼’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실제 그는 정말 가정적인 남자다.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아버지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연기와 연출을 하며 힘이 되는 것 역시 가족이다.
“아들이 나중에 ‘아빠 무슨 일 했어요?’ 하면 ‘이런 영화 찍었다’며 보여주고 싶다. 내 연기와 영화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기에 그걸 아이가 알아줬으면 한다. 가족이 있어 안정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느끼지만 그런 자극들이 지금까지 굉장히 좋은 효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아내(김효진)가 아이들을 잘 봐주는데 그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어주려 최대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 어릴 때 간 아주 작은 여행의 기억이 평생 가더라. 화려한 여행이 아니라 사소하더라도 하다못해 키즈카페를 가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요즘 너무 바빠 많이 못 놀아줬다. 아내는 ‘스플릿’을 봤다. 재밌다고 하더라. 그 외엔 다윗 친구들이 ‘섹시하다’고 하더라.(웃음)”
그 역시 ‘스플릿’의 철종과 유사한 상황을 맞기도했다. 반면 올 한해는 활발히 활동하며 보낸 그의 소감은 어떨까.
“내겐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가 5만 관객을 기록하고 각본으로 2년이 뜨면서 감독만 한다는 편견도 생긴 게 ‘스플릿’과 같은 상황이다. (올해) 진짜 열심히 했다. 1년 동안 쉬는 날이 일주일도 안 됐다. ‘꾼’ 촬영이 3주 남았는데 열심히 달린 것 같다. 그런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아들로 끝이다. ‘굿와이프’야 말로 부담감이 있었다. 드라마는 이상형을 보고 싶어 하는 대리만족의 대상이라 생각했는데 악역이라 그런 인물과 정반대로 가니까 괜찮을까 생각했다. 워낙 좋은 배우가 많아서 값진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고 실제 값진 작업이었다. 악역이라 팬층이 다 없어지는 거 아닌가 했는데 연기를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하면서 작업했더니 뜻밖에 많이 좋아해 주셨다.”
지난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유지태. 그는 데뷔 18년 차에도 여전히 ‘도전’을 열망한다. 배우로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는 그는 동시에 감독 겸 배우로서 현장에서의 지속적이고 안정된 작업을 꿈꾼다.
“일단 조금 더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더 도전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숫자가 됐든 캐릭터가 됐든 어떤 게 됐든 도전 거리가 있으면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거죠. 배우 겸 감독으로 (작품에) 출연하면서 감독을 하고 싶고 한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됐으면 해요. 이벤트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가는 지속 가능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야망이 크진 않아요. 제작에 대한 야망, 돈 명예에 대한 야망이 크지 않아요. 누가 투자를 못 해주는 상황이거나 ‘스플릿’에서와 같은 상황에 봉착했을 때 유연히 대처하는 내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거죠.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것에 대해선) 상징성보다 배우로서의 열정을 스크린에 보이고 싶고 연출 같은 것도 보이고 싶고 내가 해왔던 거니까 앞으로 계속 현장에 남고 싶어 열심히 몸부림치는 거라 할 수 있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