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이다윗 “자폐 성향 볼링 천재 영훈, 어려웠지만 얻는 것 있었죠” [인터뷰①]
입력 2016. 11.06. 17:14:33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재미있었어요. 너무 걱정을 많이 했어요. 보는 내내 영화를 봐야 되는데 ‘실수 안했나’ ‘뭐했지’ 생각하며 보느라 정신없이 영화를 본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걱정한 몇 부분이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죠.”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다윗(23)을 만나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다룬다. 이다윗은 자폐 성향이 있는 볼링 천재 영훈 역을 맡았다.

많은 걱정을 안고 이번 영화를 하게 됐다는 이다윗은 유지태와 함께 하는 모든 신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철종(유지태)과 맞붙는 장면이 다 어려웠다. 둘이서 처음엔 아닌 듯 점점 가까워지는 관계인 게 보일까를 가장 걱정했다. (영훈이) 철종에게 그 어떤 표현도 안하고 일방적으로 철종이 하니까 소통이 안 됐는데 관객 보기에 어떨지 걱정이었다. 걱정보다 잘, 재미있게 나와 다행이다 싶었다. 현장에서 유지태 선배도 둘이 재미있게 만들어 나가는 신이 중요하다 했다.”

앞선 기자회견을 통해 이다윗은 영훈을 연기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연기에 임한 소감을 들었다.

“영훈이란 애가 완전 자폐도 정상도 아닌, 그 사이 어느 중간에 있는 애다. 그 지점을 유지하며 그 선도 어려웠는데 점점 (철종과의) 사이를 좁히는 것도 어려웠다. 너무 웃음포인트로만 보이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아무래도 지적 장애인 연기라 관객이 불편할 수 있고 그걸 신경쓰자니 반대로 너무 영화적으로 재미가 없을 수 있는 애매한 선이 되게 많았다. 그 선들을 최대한 내 느낌 안에선 지키려 과한 것도 부족한 것도 아니게 하려했다. ‘너무했다’ ‘덜했다’ 하면서 봤다. 좀만 더 준비 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아쉽다.”

그는 지적 장애가 있는 자폐 성향의 인물을 연기하며 자칫 부정적인 결과를 얻지 않을지 조심스러웠다고 밝혔다. 연기적인 면뿐 아니라 역할 자체로 인해 겪는 부담도 있었다.

“난 되게 열심히 공부했고 단순히 어떤 영화적인, 쓰여지는 캐릭터로 보여지지 않게 진지한 자세로 하려 했는데 혹시나 가족 분 중에 그런 분이 계신 다든지 주변에 그런 분이 계신 분에게 그렇게 보일까가 하나의 걱정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한가지 위로 삼는 건 진실되게 최선을 다해 보이려 노력했다는 거다.”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과감히 도전한 그는 영훈을 잘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고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점점 캐릭터가 선명해졌다.

“시나리오에 영훈이에 대한 정보가 정말 적었다. 어떤 아이인지 보통은 한 두 번 읽다 보면 점점 가까워지는데 세번 네 번 읽어도 모르겠더라. 자세히 나오지도 않았고 말 많은 친구도, 감정표현도 좋다 싫다 외에 잘 하는 게 아니고 ‘자장면 밀키스를 좋아하고 이름 불리는 걸 싫어하고 볼링을 좋아한다’ 이게 다다. 이걸로 시작했고 그래서 ‘속을 파헤쳐 봐야겠구나’ 했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이런 장애를 잘 아는게 아니어서 공부해야 했고 지적 장애인 심리상담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했다. 지적 장애 종류가 많았고 특징이 다 다르게 나타난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딱 정해준 게 없었고 자폐 성향도 완전 심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 말을 잘하고 의사소통을 잘하는 친구도 아니다. 그런 특징 중 몇 개를 추려 특징으로 가져와 영훈의 큰 틀을 만들고 점점 디테일을 만드는 식으로 조금씩 만들어 나갔다. 일단 외향적 모습으로 먼저 접근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신기하게 대본을 다시 읽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얘는 이렇지 않을까’하는 부분들이 몇개 있었고 그걸 느낀 게 ‘얘는 다 알고 있구나’하는 거였다. 표현을 안한다 뿐 다 알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했다.”

영훈이란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하며 그는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을 쌓았다.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를 거란 생각은 단지 타인의 착각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달은 그는 좀더 확장된 시각을 갖게 됐다.

“평소 연습할 때도 그렇게 표현 안 하고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기한 게 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기에도 그런 분들이 소통이 안되고 모를 것 같지만 ‘다 알고 있는 걸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난 다 알고 있고 이 사람들이 연기하며 ‘모르겠지’ 하는 상황이 우스운 상황이다. 어떻게든 꾀어 이용하려 하는데 난 그게 아니란 걸 알고 내 작은 세계에서 그런 게 다 돌아가는 게 약간 웃기기도 하다. 실제로도 혹시 내가 만나게 된다면 굉장히 조심스럽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외형적인 것부터 속마음까지 조금씩 하다 보니 차근차근 하게 됐다. 정답이라 딱 말하긴 그렇고 그렇게 영화 시작 3개월 전부터 준비한 것 같다.”

그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참고해 영훈을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인물을 무의식적으로 라도 흉내 낼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초반에 영훈에 대해 아무것도 안 잡혔을 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관련 작품이 있는지 감독님에게 물었다. 우리나라에 몇개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는데 내가 영훈이란 캐릭터를 잘 몰라 영화를 봐 봐야 뭘 가져가야 될지도 모르겠고 불안했다. 보고 있긴 했는데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며 감독님이 ‘영화를 이제부터 안 봤으면 좋겠다. 네가 부담을 갖고 있는 거 아는데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 긴장하고 있을 때 네가 따라할 수 있다. 우리만의 뭔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작하고나서부터는 안 봤고 다큐멘터리만 조금씩 봤다.”

까다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그가 느낀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감정표현을 하던 기존의 캐릭터들과 반대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대사를 해야 한단 점이었다. 습관적으로 슬픈 말을 할 땐 슬픈 표정이나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라 자제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대사, 즉 일단 읽는 부분이 다 어려웠다. 특히 그중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되게 슬프게 들렸을 말들, ‘할머니가 저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집에 가요’ 라든지 표현을 안 하는 친구니 당연히 감정이 안 묻어나야 되고 툭툭 말해야 했다. 지금껏 감정 표현을 해왔는데 이건 누르고 해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생각하니 내속에 정말 작은 슬픔이 생겨 그게 대사에 슬프게 묻어났다. 반대로 ‘할머니가 저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같은 건 정말 슬픈 말인데 다 비우고 아무 생각없이 해야 되나 싶어 이렇게도 저렇게도 했다. 이건 연기자의 문제고 영화적으로 보여지는 것의 문제이긴 한데 결과적으로 영화에 보여지면 안 되니 대사를 그냥 편하게 뱉은 것들이 (영화에) 나온 것 같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마치 양쪽 끝에 있는 볼링 핀만이 남은 볼링에서의 ‘스플릿’과 같이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만 절망적 시선으로 다루기 보단 오히려 그 안에서 웃음을 만들며 무겁지 않게 끌고 나간다. 특히 영훈이 등장하는 신에서 많은 웃음을 준다.

“(웃음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실제 하면서도 전혀 안 웃겼다. 그래서 언론시사회 때 처음 보고 놀랐다. 신이 쭉 붙어있는데 생각보다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고 거기에 다들 웃어주는데 이렇게 반응이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 그냥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 건 알겠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나올 줄은 나도 몰랐다. 유지태 선배는 현장에서도 웃음이 많았다. 편집본을 보면서도 엄청 웃으셨다.”

인물 연기를 비롯해 볼링까지 하려니 어려움은 두 배였을 터다. 더군다나 왼손잡이 이다윗은 영화 설정상 오른손으로 투구를 해야했고 자세 마저도 특이하게 보여줘야 했다.

“자세부터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다. 자세를 누가 찍어줘서 봤는데 내 생각과 달라 두 달 동안 자세만 연구했다. 영훈을 준비하면서 선배들은 옆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점수가 점점 올라갔는데 난 자세만 연습했다. 자세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고르고 골라 안정된 게 지금의 자세다. 내가 왼손잡이라 무거운 걸 다 왼손으로 든다. 오른손으로 힘쓴 적이 없어 너무 무거웠다. 초반엔 팔이 다 당기고 손이 떨렸다. 11파운드 공이어야 했는데 10파운드 공을 사용했다.”

영훈은 극중 특이한 투구 자세로 점수를 올린다. 공이 마치 팽이가 돌 듯 회전하며 나가는 특이한 구질로 볼링을 한다. 이 구질을 익히는 과정에서 특이한 제스처가 나왔고 이를 놓치지 않고 영화에 반영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제스처 등의 습관이 몸에 남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다.

볼링을 가르쳐준 코치님의 구질이 진짜 특이하다. 실제 보면 공이 쭉 가면서 옆으로 돌아 회전하는데 끝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듯 터진다. 철종이 훅 넣어 치는데 영훈의 경우 따라하려 하다 그런 구질이 나왔다. 엄청 연습했다. 그게 사실 공을 내려놓기 직전 손목을 꺾어 엄지로 쳐줘 돌다 나가는 건데 극중 (영훈이) 계속 손짓을 하는 게 있다. 그게 나도 볼링장에서 이걸 연습하고 감독님도 연습 했다. 공을 치고 들어올 때 ‘회전이 이건가?’ 하면서 들어오는데 코치님과 감독님도 그러면서 들어와서 웃기더라. 나중에 내가 ‘나도 감독님도 자연스레 나오니 이거 재밌지 않을까요?’라며 그 제스처를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냈고 감독님이 ‘좋다. 재밌다’고 해서 하게 됐다. 영화 속 제스처를 하는 습관이 오래갔다.”

끝으로 그가 생각하는 ‘스플릿’의 흥행성적을 물었다.

“300만 넘었으면 해요.”(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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