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윗 탐구생활, 20대-배우 그리고 ‘스플릿’이 주는 의미 [인터뷰②]
- 입력 2016. 11.06. 18:41:18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어려운 역할들은 사실 탐나는 역할들이잖아요. 도전적으로 해보고 싶고요. 모르겠어요. 아직 개봉 전이고 일단 더 자세한 얘길 듣진 못했어요. 주변에선 ’잘 봤다’ ‘좋았다’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외 크게 제대로 된 피드백을 들은 적은 아직 없어요. 제게도 도전이었죠.”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다윗(23)을 만나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 제작 오퍼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스플릿’은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승부를 다룬다. 이다윗은 자폐 성향이 있는 볼링 천재 영훈 역을 맡았다.
자폐 성향의 순수한 볼링 천재 역할은 연기하기 까다롭지만 동시에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배역이기도 하다. 이다윗에겐 의미였을까.
“20대엔 어쨌든 계속 더 쌓아 가야 할 시기고 (20대) 후반까진 여러 경험을 하며 다지고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30대에 가서 연기가 좀더 무르익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이 역할을 통해 내가 잘 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이런 연기를 준비하고 도전하고 했을 때 내게 분명 얻어지는 게 있을 거다. 잘했다면 그로 인해 얻어지는 게 있을 거고 못했다면 실수로 얻는 게 있을 거다. 이후를 크게 생각진 않았다. 큰 걸음 하나를 내딛는단 생각으로 도전했다. 실제 ‘스플릿’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고 찍으면서도 찍은 후에도 보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지금도 많이 얻어갔단 생각에 되게 좋다.”
그는 관객이 볼링이란 소재로 인해 거리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볼링의 전문적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볼링으로 인해 벌어지는 도박판, 가족이란 요소를 통해 전하는 감성적인 면이 더 크다는 거다. 아울러 볼링 자체가 주는 시원한 시청각적 요소도 즐길 거리라고 설명했다.
“그런 얘길 들었다. 볼링이 사실 축구처럼 보편화된 스포츠는 아니라, 볼링장을 안 가본 사람도 있다고 해서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다 했을 때 ‘난 볼링 안 좋아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소재가 볼링이지 볼링을 주제로 다룬 영화는 아니다. 볼링으로 인해서 짜릿하게 도박판이 벌어지고 이런저런 게 있는데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되게 감성적인 영화라는 거다. 그렇게 느꼈고 봤다. 처음엔 볼링 스트라이크 소리나 화면이 시원시원하게 들리고 보인다. 시원하게 흘러가는 볼링판과 그 속의 인물들 간의 관계라든지 가족 이야기 같은 게 있다. 그렇게 볼링이란 것에 대해 크게 부담을 안 가졌으면 한다. 잘 모르고 보셔도 시원하실 거다. 작은 화면만 보다가 스크린으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스트라이크가 터지면서 소리가 터지는 걸 보고 ‘잘 나온 것 같다’ ‘신기하다’ 했다. 감독님이 ‘몇 번 얘기했나. 잘 나왔다고’라고 하시더라.”
현장에서 막내로서 그는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노력을 했지만 보다 넓게 보는, 가장 가까이서 늘 함께 호흡을 맞춘 유지태를 보며 그의 넓은 시야에 대해 감탄하고 배웠다.
“‘이게 나의 한계고 이게 역시 선배의 경험과 연륜이구나’ 느꼈던 게, 딱 집어 얘기할 순 없는데, 난 현장에서 캐릭터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고 기껏해야 철종과의 관계를 고민하며 촬영했다. 연출을 하셔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선배와 얘기한 것도 아닌데도 내가 느낀 걸 다 알고 계시는 거 같다. 편집에 관해서 라든지 영상이 어떻게 나오고 연기가 어떻게 나오고 어떻게 관계가 쌓일지 다 알고 계셔서 걱정 안 하시더라. 난 다르니까, (영화가) 나올 때까지 긴장했다. 난 상상이 안 가는데 (유지태 선배가) ‘잘 나오겠다’ ‘(관객이) 웃겠다’ 하시더라. 순서대로 찍은 것도 아니고 영화 스케줄 대로 뒤죽박죽 찍었는데 ‘앞을 보고 연기 하는구나’ 싶었다. ‘난 이 신도 버거워 하는데 역시’하고 느꼈다.”
앞서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잠수교에 나가 연습한 사실을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은 그것은 특별히 잠수교를 찾았던 게 아니라 평소 그의 아지트가 잠수교였던 것임을 밝혔다.
“뭔가 내가 대단하게 준비해 그 자리에서 이벤트 하듯 한 게 아니라 원래 자주 갔던 곳이다. 혼자 여유를 즐기는 나만의 장소였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 영화 때문에 고민이 생길 때 거기서 고민했다.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고 그렇게 하다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고 민망했는데 ‘진짜 그렇게(영훈처럼) 보이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좀 더 내 몸에 익숙해질 겸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사람들 속에서 걸어 보기도 하고 움직임을 주기도 하고 그렇게 몇 번 한 거다. 처음부터 사람들 앞에 연습을 위해 찾아간 건 아니다.”
영화를 통해 많은 연습을 거친 그가 촬영을 모두 마친 뒤에도 꾸준히 볼링장을 찾는지 궁금했다. 촬영을 통해 볼링이 취미로 굳어지진 않았는지, 실제 볼링 실력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동안 연습할 때, (연습하던) 그 자세가 가장 편하기도 했고 정자세로 치되 팽이처럼 가는 걸로 쳤다. 잘은 치지 못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최근 한 달 전쯤 볼링장 엘 한 번 갔다. 점수가 연습할 땐 150까지 나오더니 이번엔 80이 나왔다.(웃음) 볼링장 가면 고민이다. 왼손으로 칠까 오른손으로 칠까 고민하고 팽이 자세로도 쳐보고.”
2003년 KBS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한 그는 13년 동안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그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은 어떤 모습일까.
“어마어마하게 생각해봤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라. 당장 내년에 군대를 갈 수도 있고 모르는 거니까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예전에 이창동 감독님이 내게 ‘베이스를 탄탄하게 쌓아라. 그러면 어느 순간 된다’ 그런 말씀을 해줘서 그때부터 쌓는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해왔고 그 도전 중 하나가 ‘스플릿’이었어요. 앞으로 그렇게 쌓는다는 생각으로 계속할 것 같아요. 연기는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살았는지, 세월에 비례하는 것 같아요. 20대에 그런 많은 작품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 30대에 들어서면 내가 가야 할 길이 조금 보이지 않을까요. 그 길이 보이기 전까진 어디로 걸어갈지 모르지만 계속 조금씩 쌓아갈 생각이에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