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가려진 시간’ 데일리룩으로 완결된 판타지
입력 2016. 11.09. 17:24:09

영화 '가려진 시간'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가려진 시간’은 잔혹한 현실을 담아내는데 골몰하는 요즘 한국 영화의 흐름을 거스르며 로맨틱 판타지로 낯설지 않은 생소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잘난 배우 강동원, 예쁜 아이 신은수, 두 배우 비주얼 이상의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그 위에 차곡차곡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스토리가 순수함 자체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거대한 판타지라는 성을 쌓아올린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윤미라 실장은 “첫사랑 이야기, 혹은 수린이의 거짓말. 여러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판타지로 가면 안 될까 생각을 했다. 이런 여러 생각들 속에 첫사랑에 초점을 맞춰 판타지를 담아내는 것을 선택했다”고 스토리를 풀어나간 키워드를 밝혔다.

이런 이유로 어른이 된 성민과 수린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화이트를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했다는 것. 그러나 섬이라는 설정의 갇힌 공간과 정지된 시간 속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 바랜 듯한 오프 화이트의 빈티지한 색감으로 ‘가려진 시간’만의 판타지를 살리려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가려진 시간’은 완벽하지 않는 미완 판타지다. 정지된 시간과 흐르는 시간의 공존, 각기 다른 시간의 속도감 등 엄태화 감독은 복잡한 전개 속에 ‘멈춤’을 기막히게 활용해 판타지를 충족하는 심미적 장면을 완성했지만, 감독의 미학적 시선과 배우의 비주얼로도 미처 다하지 못한 강동원의 시간이 바뀌는 지점에서 보이는 모습은 수려한 비주얼의 배우를 채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강동원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판타지의 50%는 채우고 시작한 ‘가려진 시간’은 다른 차원의 시간 속에서 태식과 성민만이 빠른 속도로 어른이 되는 과정을 정지된 화면과 대비하면서 판타지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이뿐 아니라 어린 태식(김단율)과 성민(이효제)에서 어른 태식(엄태구)과 성민(강동원)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어른이 된 후 태식과 성민의 설렘과 불안이 의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되면서 판타지의 공감 수위를 높인다.

영화가 판타지를 향해 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뒤바뀐 태식과 성민의 성장이다. 윤 실장은 “태식은 친구 재욱의 죽음을 보고 정지된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반면 성민은 비누조각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적 감성을 가진 아이로, 정지된 시간의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버텨낸다. 이런 다른 감성을 이들의 성장 과정에 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엄태구의 여러 기하학 패턴이 배열된 인디안 스타일의 플리스 재킷과 이너웨어의 패턴 온 패턴 스타일링은 이런 이유로 설정됐다는 것. 또 강동원이 어른이 됐음을 직감하고 어른처럼 보이게 위해 입은 셔츠 형태의 세련된 화이트 재킷은 조각가 예술가 느낌으로 엄태구의 슈트와는 다른 설정 코드를 넣었다.

성민이 태식과 함께 잔뜩 차려입고 한껏 들떠 거리를 활보하는 이 장면은 이들의 희망찬 유쾌함으로 인해 이 영화가 해피엔딩을 향해 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 장면 장면은 판타지한 설정들로 들어차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을 채우는 것들은 우리네들의 리얼한 일상이다.

이러한 대비가 판타지 수위를 높인다. 화노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섬사람들의 리얼한 일상이 펼쳐지는 마을과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읍내는 보는 이들마저 혼돈에 빠뜨린다.

그러나 이러한 혼돈에서 굳이 빠져나오기 위해 이성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재배치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그냥 판타지인 채로 내버려두고 그 속에 마음껏 허우적대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충족할 수 있는 힐링 포인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가려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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