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감독 say] ‘가려진 시간’ 성민 후드집업, 강동원-이효제 연결고리
- 입력 2016. 11.15. 16:59:37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가려진 시간’은 한 명의 수린과 두 명의 성민이 극을 이끌어간다.
영화 '가려진 시간'
판타지를 앞세운 영화답게 성민은 13살(이효제)에서 가려진 시간을 지난 20대로 성장해 수린 앞에 나타난다.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하는 20대 중반을 넘은 듯 보이는 청년(강동원)은 자신이 성민임을 증명할 어떤 기회도 갖지 못한다.
영화는 끝까지 “그가 진짜 성민일까”하는 관객의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않은 채 판타지와 리얼리티티의 모호한 경계를 유지한다.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는 엄태화 감독의 이 같은 판타지적 모호함은 곳곳에 숨겨진 단초들로 인해 해답을 풀어야 할 미스터리물의 흥미진진함으로 뒤바뀐다.
“수린아”하고 외치며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하는 강동원이 첫 등장에서 입고 나오는 후드집업점퍼는 관객의 추리를 유도하기 위해 영화에서 세밀하게 배치된 장치들 중 하나다.
터널 폭파 현장을 보기 위해 13살 성민이 친구와 함께 산에 오르는 모습을 담은 수린의 사진 속에서 어린 성민은 옅은 카멜색 티셔츠에 그린색 후드집업점퍼를 입고 있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성장하는 성민과 어른 돼 정지된 시간을 빠져나온 성민은 사라진 13살 성민이 입은 옷과 비슷한 드레스코드를 유지한다.
영화의상을 맡은 윤미라 실장은 “수린이 입장에서 또래였던 성민이가 성인이 돼서 나타나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뭔가 연결고리가 필요가 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강동원의 첫 등장에 후드집업점퍼를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뿐 아니라 정지된 시간 속에서 강동원이 입고 있는 낡은 티셔츠는 닳고 닳아서 해진 듯한 빈티지 그린색으로 13살 성민의 후드집업점퍼의 그린색과 동일한 컬러 코드를 유지했다.
강동원을 노숙자 혼은 은둔자처럼 보이게 한 첫 등장에서 입고 나온 남자 두 세 명은 거뜬히 들어갈 법한 후드집업점퍼는 해진 느낌의 워시드 브라운 컬러로 일부러 ‘XXX Large’ 쯤 돼 보이는 크기에 후드조차 헤어는 물론 얼굴을 거의 가릴 정도의 비정상적인 사이즈로 옷에 담긴 또 다른 함의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윤미라 실장은 “성민이 같은 상황에서 그의 기분, 그의 심리를 생각하면 숨고 싶은데 수린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설정이다. 그래서 최대한 가리고 싶지 않았을까. 헤쳐서 가야 하지만 최대한 가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후드를 생각했다. 컬러 역시 숲에 먹혀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브라운 회색 그레이 같은 어두운 컬러들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를 명확하게 담아내기 위해 후드집업점퍼를 직접 제작했다는 윤 실장은 직접 원단을 구입해 의도적으로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디자인했다는 것.
영화 속에서 강동원은 특유의 아우라로 닳아빠진 듯한 옷조차 세련된 빈티지룩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중성이 판타지 영화로서 ‘가려진 시간’의 남다름을 부각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가려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