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가려진 시간’ 수린의 색 ‘화이트’, 첫사랑의 판타지
입력 2016. 11.16. 08:19:58

영화 '가려진 시간'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가려진 시간’은 13살 여자아이 수린의 시선을 따라간다. 가려진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됐다고 주장하는 성민의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유괴범의 거짓말인지 어떤 것도 관객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다.

‘가려지 시간’은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판타지물로 성급하게 결론내릴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이 아리면서도 따스한 감성이 이성을 무장해제하는 것은 13살 아이의 시선을 어느 순간 믿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수린(신은수)은 엄마의 죽음이 새아버지 때문이라고 믿고 원망하면서도 그런 그와 함께 산다. 13살에 이미 어른이 돼버린 듯한 수린은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지만, 음울한 성향이 옷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영화의상을 맡은 윤미라 실장은 “수린은 엄마 없는 아이로, 딸을 사랑하지만 일하느라 바빠 표현이 서툰 아빠와 함께 산다. 이런 수린의 상황에 맞게 엄마의 옷과 자신의 옷을 레이어드하고, 그래서 빈티지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것으로 설정했다. 어른도 아닌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 느낌의 아이로 그리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래보다 큰 키와 의상은 수린을 아이와 어른 사이 어디쯤에 세워놓았다. 그러나 수린이 자신을 믿어주는 성민(이효제)을 만나면서 관객은 수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순수한 아이 본연의 모습에서 나온 것임을 믿게 된다.

여기서 관객과 수린 사이의 강력한 신뢰가 형성되고 관객은 수린의 주장대로 강동원이 성민임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윤미라 실장은 “첫사랑 이야기 혹은 수린이의 거짓말.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완전한 판타지로 가면 안 될까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다. 엄태화 감독도 밝혔듯 ‘믿음에 대한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수린이 어린 성민(이효제)과 어른 성민(강동원)과 함께 있는 장면에 의도적으로 화이트를 많이 배치해 첫사랑의 순수를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단 수린의 성향과 영화의 분위기를 고려해 선명한 클린 화이트가 아닌 오프 화이트를 사용하고, 프린트 셔츠나 원피스 같은 아이템 역시 오프 화이트를 베이스로 채워 빈티지한 느낌을 연출했다는 것.

‘가려진 시간’은 신은수와 강동원의 비주얼이 영화의 반 이상을 채웠다고 할 정도로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특히 신은수의 똘망똘망한 눈은 관객을 끌어들여 마치 관객이 어른이 된 성민 강동원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가려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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