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감독 say] ‘가려진 시간’ 강동원 셔츠재킷 vs 엄태구 양복, 운명의 성인식
- 입력 2016. 11.16. 12:55:14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가려진 시간’은 비주얼만으로 판타지의 반을 채운 강동원 신은수의 조합과 이들의 장점을 살려낸 엄태화 감독의 미학적 접근이 기대 이상의 합을 이뤄냈다.
영화 '가려진 시간'
관객은 ‘어른이 돼 나타난 아이’라는 동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이야기에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된다. 상업영화가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태화 감독은 배우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끌어내고 그것을 판타지로 재조합해냈다.
갑자기 사라진 13살 남자아이 세 명, 그리고 가려진 시간 어느 지점에서 어른이 돼 기약 없는 시간여행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두 아이.
단역과 조연을 오가다 영화 ‘밀정’에서 악역 하시모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엄태구는 거친 외모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고운 외모를 가진 강동원과 대비를 이루며 두 남녀 주인공만으로 부족한 1%를 채워 판타지를 완결한다.
강동원과 엄태구는 각각 성민과 성민의 친구 태식으로, 갇힌 시간 속에서 어른 되면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만을 움켜쥐고 자신의 나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똑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아이가 가려진 시간을 지나 어른이 됐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수린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님을 믿게 하는 장치로, 정지된 시간 속에 있는 강동원과 엄태구가 어린 성민(이효제)과 태식(김단율)과 한 사람임을 알 수 있는 코드들이 등장한다.
영화의상을 맡은 윤미라 실장은 “성민은 비누조각을 즐기는 예술가 성향을 가졌다면, 태식은 축구하고 야구를 하다가 그냥 잠이 드는 보통의 아이입니다. 이런 성향이 어른으로 연결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습니다”라며 가려진 시간 속 의상을 풀어갔던 스토리에 대해 설명했다.
엄태구의 아웃도어 스타일의 폴라플리스 집업점퍼는 이 같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이가 성장했다는 설정에서 나왔다. 여기에 하나 더 인디언 문양을 연상하게 하는 복잡한 컬러와 패턴의 티셔츠와 점퍼의 조합은 태식의 혼란을 대변한 것으로 “패턴의 충돌을 활용했다”는 것이 윤 실장의 밝힌 함의다.
그러나 이들이 어느 순간 자신들이 어른이 됐음을 직감하고 정지된 시간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갈 것을 꿈꾸면서 둘만의 성인식을 치른다.
태식은 말끔한 블랙슈트를, 성민은 화이트셔츠 스타일의 아우터를 입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런 의식마저 없으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른다.
윤미라 실장은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두 아이의 공통된 바람입니다. 빨리 시간이지나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아이의 눈으로 봤을 때 어른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양복이 떠올랐습니다. 졸업식에 양복을 입듯 태식에게 양복과 어른은 이미자가 동일시 돼있는 거죠”라며 정장을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설정된 엄태구의 정장과 달리 강동원은 셔츠 스타일의 화이트 재킷을 선택했다.
윤 실장은 “성민 입장에서 어른의 옷 역시 포멀이지만, 성민의 예술가적 느낌을 담아 셔츠가 변형된 재킷을 설정했다”라고 성민과 태식의 세밀한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엄태구는 복잡한 내면을 상징하는 패턴 온 패턴 스타일링에서 평범한 어른들의 슈트를 갈아입는 극단적인 변화를 보인다. 반면 강동원은 빈티지에서 세미 포멀룩으로 멈춰진 시간 속에서도 예술가로서 자신의 감성을 놓치지 않는 평정심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가 그들의 운명을 어떤 방향으로 틀게 될지 궁금증 해소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가려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