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 서하준, 배우로서 신념 일깨워준 ‘현장-감독님-진세연’ [인터뷰]
입력 2016. 11.16. 16:52:16

‘옥중화’ 서하준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이 단어가 가장 적절한 것 같아요. ‘아쉬움’. 진짜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얻고, 배웠고, 배우로서 잊고 지냈던 부분들까지 상기시켰어요. 쭉 가지고 가야 하는 배우의 기본적인 자세들을 바쁜 현장에 있다가 보면 잊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대본에 급급해 놓쳤던 것들에 다시 한 번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에서 명종 역을 맡아 연기한 서하준을 10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드라마가 끝난 후 여운에 젖어있던 그는 급박하게 투입된 현장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감사한 마음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으로 사극 중에서는 처음으로 ‘외지부’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외지부는 현실판 변호사로 증거와 증인을 통해 옥에 억울하게 갇힌 사람들을 변호하는 역할을 한다.

서하준은 ‘옥중화’에서 조선의 13대 임금 명종 역으로 열연했다. 사실상 드라마 초반부터 등장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연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선뜻 ‘하겠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본인에게는 ‘이병훈 감독님’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됐다.

“배우들은 본인이라는 한 삶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인물의 삶을 살게 되지 않냐. 그렇지만 한 나라의 임금, 왕, 대통령으로서 대표하는 인물을 맡는다는 건 정말 한 번이라도 있을까, 말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사극의 거장 이병훈 감독님 작품의 임금이라니. 배우라면 욕심이 날 것 같다. 만약 못한다 하더라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출연을 하는데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고민 없이 선택한 작품이었지만, 드라마 중반에 투입됐다는 것 때문에 현장 적응에 대한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혹시나 자신이 잘 가고 있는 드라마에 방향성을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 주된 고민거리였다.

“명종 역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단 어떤 작업이 이뤄지면 작업 안에서 분위기가 형성이 되는데, 그 분위기를 제가 못 따라가고 저만의 고집대로, 스타일대로, 연기 방식대로 연기를 하는 건 지금 쌓아왔던 아성에 무리를 주고 어긋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빨리 적응하고, 녹아들고 이런 점들이 가장 큰, 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선배님들과 동료 배우 분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이복동생인 옥녀(진세연)에 대한 연민과 애정 그 어딘가에 위치한 감정을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운 점들도 많았을 터. 특히 마지막 회에서 명종과 옥녀는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포옹을 나눈다.

“그 장면 전에는 사실 정의내리지 못했다. 옥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혈육에 대한 애정인지, 남녀 이성간의 연정인지에 대한 확신을 세우고 한 건 아니었다. 앞으로의 결과가 어떨지 몰랐던 상황이었다. 근데 그 장면을 찍을 때는 혈육에 대한 애정으로 판단했고, 거기에 맞춰서 연기했어야 하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에게 거부감을 안 드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보시는 분들이 혈육으로 명확하게 보여드려야 했기 때문에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시청자 분들에게 여쭤보고 싶다, 잘 전달이 된 건지”

극중 명종은 아무래도 옥녀와 가장 많은 장면에서 부딪혔고, 호흡을 맞췄다. 서하준은 옥녀를 연기한 진세연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존경’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고 찬사했다.

“호흡이 너무 좋았다. 제가 연기하면서 오히려 진세연 씨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진세연 씨랑 붙는 장면을 보면 제가 봐도 분위기가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상의 효과, 조명의 효과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주는 효과가 제일 크다고 본다. 그런 것들을 볼 때 기본적으로 진세연 씨만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드는 미소도 갖고 계시고. 진세연 씨가 다른 장면을 찍고 저기서 오고 있으면 거기부터 분위기가 온다. 스탭들의 표정도 달라지고, 긴장도 수그러든다. 그래서 좀 즐기면서 촬영하는 분위기가 된다. 억지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현장 안에서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저는 진세연 씨랑 연기하면서 영광이었고, 나이가 어리지만 존경이라는 단어를 아끼지 않고 드리고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옥녀가 가진 어떤 매력에 명종이 매료됐던 것일까. 서하준은 자신이 연기한 명종이지만 정말 옥녀와 같은 매력을 가진 여자라면 자신도 끌릴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제가 연기할 때도 느꼈다. 만약 내가 한 나라의 왕이라면 감히 임금에게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암행어사라고 직책을 숨기고 시찰을 나왔지만, 그 안에서 한 여자 아이가 대꾸할 수도 없을 정도의 명백한 명분으로 반론을 제기하면 당연히 호기심이 갈 것 같다. 목적성 없이 나온 것도 아니고, 국정을 살피기 위해서 나온 건데. 국정을 너무나 솔직 담백하게 조미료 없이 문제점을 뚜렷하게 얘기해 준 게 그 아이밖에 없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가고 관심이 갔던 게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 호기심에서 이끌림으로 넘어가는 자체가 혈육 간의 정인지, 연인 간의 정인지. 그 부분에서 이제 명종이 찾았어야 했던 것 같다”

진세연 뿐만 아니라 이번 드라마는 현장 자체가 그동안의 일일드라마나 연속극과는 다르게 대선배님들과의 호흡이 두드러졌다. 서하준은 김미숙과 정준호로부터 특히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촬영할 때 NG도 거의 안 났다. 워낙 저희 드라마에 나오는 선배님들과 선생님들께서 경력과 연륜이 엄청나니까 후배들도 긴장하게 되고, 더 확실하게 숙지하게 된다. 슛이 들어가기 전에도 리허설과 의견을 많이 나누고 들어간다. 선배님들은 진짜 전부 다 도움을 주셨지만, 선배님들 중에서도 제일 많이 붙은 분은 김미숙 선배님과 정준호 선배님이었던 것 같다.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셨다. 두 분 다 드라마 안에서는 저와 적대적이었는데 컷 끝나고 나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래서 더 감사한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 잘한다’라는 칭찬과 댓글이 가장 기분이 좋다는 서하준은 자신에 대한 호평의 공을 전부 감독님에게 돌렸다. 드라마 합류에 대한 이야기부터 감독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그는 현장에서의 감독님 덕분에 잘 끝낼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감독님은 감정부터 대사의 전달까지 ‘전달’을 굉장히 중요시 하신다. 정확한 발음이나, 디렉션 같은 배우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게 해 주신다. 혹시나 배우가 놓치고 가는 부분들을 상기 시켜 주시고, 다시금 깨우치고 갈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현장에서는 굉장히 섬세하시고 디테일하시다. 배우들은 가끔 빠듯하게 촬영에 임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 전체적인 흐름을 다잡아 주시고, 의견도 나눠 주시고. 되게 편안하게 이끌어 주신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생긴 연극 티켓 표 한 장 때문에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고 있다는 서하준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해 물으니 “욕심을 배제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대중들과 함께 머무르고 싶다는 뜻일 것.

“사실 어떤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배제하려고 한다. 연기를 오래 하고 싶고, 많은 삶을 살고 싶다. 지금부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를 고르고, 원하고 갈망하다 보면 캐릭터에 국한되고, 그 캐릭터로 구축되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욕심 안 내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다. 그 때문인지 작품에 대한 욕심은 많다. 굳이 그래도 하나를 얘기하면 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과 내 또래에는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끝으로 미래의 서하준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자신의 현재 삶의 신념과도 같은 말을 전하며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미래에서 뒤돌아봐서 지금을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연기적인 신념은 항상 가져가야 하는 거고, 제 몫인 것 같다. 정말 전력질주를 해서 달리다가 뒤돌았을 때, 뒤에 있는 나의 모습에 있어서 부끄럽지 않은. ‘부지런하게, 정직하게 살아라’”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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