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조정석X도경수, 영화의 공백을 채우는 배우의 ‘열심’ 연기 [씨네리뷰]
- 입력 2016. 11.16. 17:44:57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한심한 형을 향한 질타이자 가족을 등한시한 것에 대한 원망,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절망이 뒤섞인 “꺼져”라는 한 마디는 정작 듣는 대상인 형 고두식(조정석)에겐 아무렇지 않은 투정이다.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가족’이라는 깊고 튼튼한 뿌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두식 고두영(도경수)이 처음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동생 두영은 1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형을 향해 꽤나 거친 말을 던지고 조정석은 꼬리를 감춘 여우처럼 능청스럽게 대응한다. 형제에게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영화 ‘형’(감독 권수경, 제작 초이스컷픽쳐스)이 오는 24일 개봉된다. ‘7번방의 선물’(2013)의 유영아 작가가 각본을 쓰고 ‘맨발의 기봉이’(2006)의 권수경 감독이 연출했다. 권 감독은 가족의 소중함, 의미 등을 주제로 영화에 웃음과 감동을 담았다. 전작 ‘맨발의 기봉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애틋한 가족애를 그렸다. 가벼움과 진중함을 오가며 균형을 맞추고 명확한 기승전결을 펼치는 등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조정석의 순발력, 탁월함을 칭찬했다. 도경수에 대해서도 조정석의 순발력을 받아낼 수 있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심플함이 느껴지는 큰 줄기를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냈다. 특히 배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 한 장면이 많다. 눈빛, 표정 변화 등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담는 등 배우의 연기에 집중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유도 국가대표 고두영은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이 소식을 들은 사기전과 10범의 형 고두식은 눈물의 석방 사기극을 펼친다. 하루아침에 앞이 깜깜해진 동생을 핑계로 1년 동안 보호자 자격으로 가석방 된 두식.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뻔뻔한 형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보호자 노릇은커녕 두영의 삶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데… 과연 이들의 앞날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영화는 티격태격 현실성 짙은 형제의 모습에서 감동으로 나아가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엔딩 음악으로 잔잔하게 마무리된다. 사건의 기발함이나 남다른 전개로 눈을 사로잡기보단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인물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초반에 모두 파악이 될 정도로 익숙하다. 참신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본다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큰 의미를 얻지 못할 터다.
조정석 도경수는 적역을 맡았다. 제 옷을 입은 듯 맞아 들어가는 역할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재치 넘치는 코믹 연기로 정평이 난 조정석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영화를 끌어간다. 다만, 영화를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의욕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자연스레 흐른단 느낌보단, 한 걸음 툭 튀어나와 정말로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통통 튀는 모습으로 재미를 주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혼재한다.
도경수는 시각장애인을 연기했다. 까다로울 수 있는 배역이지만 자신만의 페이스로 차분하게 감정연기를 소화한다. 여기에 고요한 듯 울림을 주는, 강약을 조절하는 연기로 관객의 눈물을 쏙 뺀다. 그런 그의 연기가 에너지 가득한 조정석의 연기와 묘하게 어우러져 케미를 이룬다.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 더 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다시 한 번 그가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다. 외모에서부터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이 만나 보여주는 케미는 ‘브로맨스’를 표방하는 영화의 색깔을 선명하게 만든다.
조정석 도경수의 조합은 유머 재치 감동을 만들어낸다. 형제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영화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초반의 거친 관계가 점차 순화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소소한 감동과 웃음은 초반과 대비돼 강조된다. 가벼운 듯 소소하게 그려지는 형제애는 극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모든 감정을 쏟아낸다. 이때 터져 나오는 감정은 겉으로 무뚝뚝한 형제의 내면에도 깊은 애틋함이 있다는 걸 확인시키며 관객을 흔들어대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야기는 동생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로 시작되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시작 10분 만에 눈치 챌 수 있는 '훤한' 스토리를 다룬다. 티격태격 하는 관계에서 화해로 가는 이야기는 결국 눈물을 자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극 초반 “1년만 지내보자”는 두식의 대사에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화해로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여기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웃음 요소로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끌어가며 형제의 사이가 회복될 것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가족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한다면 관객이 더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설정을 강요하는 것 보다 상황이 설득력을 지녀 누구나 이해 가능하게 만들고 공감하게 하는 것이 관객을 위하는 영화가 아닐까.
배우를 제외한 영화 자체적 요소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심심한 줄거리, 어딘지 조금씩 부자연스런 인과관계의 연결성 등이 그렇다. 형제의 화해 같은 경우, 실제 유사 상황을 겪은 이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상황과 동떨어진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 100% 공감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진솔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밖에 없는 결정적 계기로 인해 급변하는 둘의 관계는 이 같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에겐 너무 단순한 전개로 느껴져 황당함을 줄 위험성이 있다. 15년 동안이나 집을 떠날 만큼의 이유가 있었던 형이 돌아와 속을 터놓을 수 있다는 건 극중 상황처럼 특수한 일이 일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쉽지 않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뻔한 흐름 속에서도 관객의 눈물을 빼내고 만다. 형을 의지하는 동생의 모습이, 결국은 동생을 위하게 되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형의 본심이 울컥하는 감정을 끌어낸다. 단순한 설정·줄거리인 만큼 배우의 감정 연기가 중요했고 실제 뜨거운 감정을 이끌어내는데 큰 몫을 한다. 즉 배우가 얼마나 열연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을 달리하는 영화라 볼 수 있다.
두영에게 불어 닥친 불행은 눈물을 예고하는 장치다. 관객을 눈물짓게 만드는 간편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집으로 돌아온 두식은 동생을 이용하지만 진솔하게 터놓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동생과 화해하고 동생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로 인해 뜻하지 않게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결국은 스스로를 속이던 외피를 벗겨내고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뒀던 자신의 진심을 들여다본다.
핏줄로 연결된 가족에서부터 전혀 관계없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지하며 이루게 되는 가족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생각하면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 관계가 내포한 애틋함은 서로 농도를 조금씩 달리하고 그 농도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쏟아내는 감정이 눈물 차오르는 슬픔을 만들어낸다면 담담한 모습은 가슴 먹먹한 슬픔을 자아낸다. 조정석 도경수가 부른 가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오고 담담한 얼굴을 한 극중 인물의 모습은 격하진 않지만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슬픔 내지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핏줄이 아닌 추억은 가족을 만들기도 하고, 멀어진 가족을 더 가깝게 하기도 하며 더 애틋하고 돈독하게도 한다. 또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힘이 되기까지 한다. 영화는 가족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 기회를 얻는다는 것 자체의 소중함도 느끼게 한다. 아울러 내면에 감춘 가족을 소중히 하는 마음과 애정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동생 덕에 나와서 형 노릇을 제대로 하는 두식. 그가 원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위하게 되고 동생 역시 보자마자 외면한 형이지만 점차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린다. 가족이란 것의 의미가 그런 것임을, 결코 떼어놓기 쉽지 않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걸 말한다. 가족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전했다. 러닝타임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