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남자’ 결국은 한 남자가 보인다 [씨네리뷰]
- 입력 2016. 11.21. 11:33:0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는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목적은 좋지만 수단은 침울하고 잔인하며 이기적이다. 한 번 시작된 비극은 좀처럼 끝을 드러낼 생각을 않고 어둠속으로 이들을 내몬다.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가 오는 30일 개봉된다. ‘두 남자’는 지난 2007년 단편영화 ‘십분간 휴식’으로 제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성태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제21회 부산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에서 첫선을 보이는 영화 부문인 ‘월드 프리미어’에 초청돼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으로 상영됐다. 총 301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전석 매진을 기록, 상영 후 관계자 및 관객들에게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어느 날 가영(다은)은 하룻밤 숙박비 마련을 위해 조건사기를 치기로 마음먹고 형석을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진일은 친구들과 함께 형석(마동석)의 차를 빼돌려 몰래 팔아 넘기지만 곧 형석에게 덜미를 잡힌다. 차 값을 대신해 형석에게 강제로 끌려간 여자친구 가영을 빼내기 위해 진일(최민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구하기 시작한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가영을 빼내오기는 점점 힘들어지자 진일은 최후의 수단으로 형석의 딸을 납치한다. 여기에 두 남자와 얽힌 새로운 절대 악 성훈(김재영)까지 등장하면서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두 남자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는데… 과연 이들의 앞날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성태 감독은 영화를 통해 아파하는 20대와 40대 두 남자가 서로의 세대를 착취하는 모습을 다룬다. 그러면서 힘겨운 삶을 사는 두 세대가 서로를 안아주지 못한채 오히려 서로를 더 아프게 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진일 처럼 20대를 보냈을 형석의 이기심과 희미한 연민이 공존하는 가운데 암울한 상황 앞에서 무모한 모습의 진일은 곧 한 사람의 20대와 40대를 보는 것 처럼 거울을 보는 듯 대칭을 이룬다. 이들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상황은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닫는다.
과거 잘나갔지만 사채까지 쓸 정도로 밑바닥 인생을 사는 불법 노래방 사장 형석은 가출 소녀들을 가둬놓고 노래방 도우미로 이용하는 악덕 업주다. “하루하루가 창피하다”면서도 자괴감에 빠지면서도 어려운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양심을 외면한다.
그런 그 앞에 18살 가출소년 진일이 나타난다. 친구들과 오토바이 휴대폰 등의 절도를 일삼아 장물판매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는 친구들에겐 의리파이자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까지 걸 정도로 순정파다. 여자친구 가영이 형석의 노래방에 돈 때문에 잡혀있게 되자 빼내려 노력하다 결국 큰 돈을 구할 상황이 안 되자 형석의 딸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희망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의 세상엔 끝이 보이지 않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만이 존재한다. 진일 처럼 20대를 보냈을 형석의 이기심과 연민이 공존하는 가운데 암울한 상황 앞에서 무모한 모습의 진일은 곧 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듯하다.
짙은 회색 도시를 살아가는 주인공들. 좀처럼 햇빛이 비치지 않는 칙칙한 도시에서 이들에게 꿈이나 미래라곤 찾아볼 수 없다. 용산역 이라는 익숙한 배경은 현실감있을 것 같지만 진일의 시선에서 본 그 곳은 일반적 시각에서 보는 것 보다 어둡고 쓸쓸하다. 극 전체적으로 강도를 변화하며 화면의 흔들림을 많이 사용해 꾸준히 긴장감을 이어간다. 특히 추격이나 액션이 극에 달하는 장면에선 격렬한 흔들림과 짧고 강한 음향으로 긴박감을 더한다.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최민호의 연기력이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최민호.'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최민호'란 수식어를 달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2008년 데뷔해 데뷔 8년차 가수로 활동중인 지난 2010년 KBS 드라마스페셜 ‘피아니스트’로 연기를 시작, 활동 틈틈이 ‘아름다운 그대에게’ ‘메디컬 탑팀’ 등 약 5편의 드라마로 연기 활동을 해 왔다. ‘계춘할망’에서 조연을 맡은 데 이어 첫 주연에 도전한 그는 앞선 작품들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꾸준한 도전 끝에 마침내 빛을 발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욕설과 흡연 등 거친 모습을 보이는 그는 그 동안 유지해온 미소년 이미지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도 도전했다. 연기에 도전하는 그의 꾸준함과 이미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은 도전정신과 열정은 박수받을 만 하다. 첫 주연이지만 극중 인물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집중력 있게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소년 같은 외모는 가출소년이란 타이틀에 맞아떨어진다. 거친 듯 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선함을 절제력 있게 표현했다.
거친듯 하지만 주위 사람을 지키는데엔 목숨까지 내놓는 캐릭터는 형석과 닮아있다. 마동석의 과장되지 않은, 물흐르듯 자연스런 연기가 돋보인다. 형석은 악덕 업주로 살면서도 그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마동석은 악함과 선함을 동시에 지닌 형석의 모습을 적절히 표현한다.
‘절대악’으로 표현되는 성훈을 연기한 김재영은 소름끼치는 미소로 관객을 압도한다. 가출한 미성년자들을 극악무도하게 괴롭히다가 진일의 신고로 교도소에 들어가지만 살인죄를 저지르고도 얼마 되지 않아 보석금으로 풀려나는 ‘금수저’다. 진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일을 찾아다니다 형석과도 엮기게 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광적인 눈빛과 미소가 보는이들을 긴장하게 할 만큼 신인 답지 않은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두 남자의 싸움으로 대변하는 다른 세대의 서로를 향한 정신적 육체적 폭력은 결국 비극적 결말을 낳는다. 여기에 다른 세대, 다른 인물인 것 같지만 결국엔 한 사람으로 묘하게 겹쳐지는 두 인물은 좀 더 밝은 면을 가진 세상이었다면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함을 남긴다. 그것은 결국 현재의 나는 과거의 젊은 세대일 수 있으며 나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자신이 현재 보고 있는 나이든 세대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면서 결국 세대간의 소통과 이해가 보다 비극적 결말을 줄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조용히 던진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