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씽: 사라진 여자’ 엄지원 “남다른 책임감 느낀 작품, 외로운 싸움이었죠” [인터뷰]
- 입력 2016. 11.25. 15:51:22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모성애 연기요? 어려워요. 관객 중 정말 아기가 있는 어머니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가슴으로 이해하지만 어머니들이 봤을 땐 그 연기가 닿을 수 있을까 했어요. 사실 모른단 표현이 맞아요.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엄지원을 만나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제작 다이스필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엄지원은 극중 딸을 둔 워킹맘 지선을 연기했다. ‘미씽’은 모성애를 다루지만 엄마가 돼본 적 없는 그녀에게 모성애를 연기한다는 건 하나의 도전이었다.
엄지원은 시나리오를 읽은 다음날 출연을 결심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결정이지만 그 만큼 시나리오가 그녀에게 가 닿았다는 의미다.
“내가 보통 답을 늦게 하는 배우는 아닌데 ‘미씽’은 정말 굉장히 빨리 답했다. 읽은 날 바로 답했다. 정말 좋은 시나리오를 주셔서 감사하고 잘 해보겠다고 했고 감독님 얼굴은 안 뵀는데 시나리오가 정말 좋아서 하기로 했다. 이후에 만나서는 가벼운 이야기를 했다. 처음 뵙는 자리에서 잘 모르니까 토론은 안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작품을 결정하고 나면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배우와 감독이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시나리오도 완성도 있게 써졌지만 의견을 나누는데 감독님과 지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앞서 공효진은 이 영화가 세 손가락 안에, 엄지원은 10편 안에 드는 시나리오라 밝힌 바 있다. 엄지원은 시나리오만 읽은 상태에서 감독을 만나기도 전에 출연을 결심할 정도였다.
“언론이 열광하는 것처럼 근래 나오지 않은 여성영화란 것만으로도 우리 여배우들은 충분히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 자체로 우리가 분발 해야만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원동력이다. 시나리오 완성도가 처음부터 좋았다.”
배우도 감독도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누고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갔다. 감독은 배우를 배려하고 배우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작품에 임했다.
“집요한 감독님들도 있지 않나. 계속 ‘한 번 더’ 하는 분도 계신데 이 감독은 배우가 힘들까 걱정을 많이 하고 마음이 여리시다. 그런 성향이라 오히려 효진이와 내가 ‘한 번 더 해볼까’ 하고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대신 배우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수렴해주고 해서 정말 같이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작업했다. 감독님이 먼저 의견을 물을 때도 있고 공동작업이니까 모두 시나리오를 받고 그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 들어온 팀이니 모든 아이디어를 취합했다. 그런 게 우리 몫이기도 했고.”
‘미씽’은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다. 영화계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가 부족하고 여성의 배역이 현저히 부족한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영화를 촬영한 그녀는 이와 관련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편 나누기 할 건 아니니까 여자 영화가 더 많아야 한다고 하는 것 자체도 좀 그런 것 같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누가 나와도, 사람이 안 나와도 만들어질 수 있는 거다. 다양한 것들이 재미있다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고 스코어를 잣대로 재단하는 것 보단 다양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실적으로 차별 아닌 차별이 있단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우리 영화 같은 경우에도 나름 힘든 과정을 겪었다. 그렇기에 좀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할 생각이 있었다. 여자영화도 재미있으면 보는 거다. 그런 것들에 대해 좀 정면승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영화 속에서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지만 여성 혐오적 시선이 나온다. 평범한 시선 속에서 여자에 대해 만연한 차별이 있다. 영화가 그런 것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지만 충분히 녹아있다. 지선이 낳은 아이조차 그런 세상에 살 거다. 난 개인적으론 표면적으로 이슈화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적 시선으로 본 영화가 너무 많았기에 우리조차 그런 화법에 익숙해져 있어서 다른 화법을 통한다면 좀 다른 시선이 열릴 테니 자연스레 열리는 과정에 이 영화가 있었으면 한다.”
여자 감독, 두 여자 주인공. 촬영 현장은 여타 작품의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다 나은 영화를 만들고자 스태프와 배우가 열정적으로 대화했다.
“똑같은 현장이었다. 같은 스태프들이었고 상업적 틀 안에서 여자 두 명이 하는 이야기지만 사회성 여성 영화는 아니기에 우린 그래도 재미있는 상업적 영화 안에서 기존에 안 했던 걸로 풀어내자고 했다. 남자 스태프가 많았는데 감성의 결이 남녀가 다르고,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늘 하던 것과 이 영화가 달라 익숙한 방식이 아닌 다른 화두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서로 많이 대화해야 했다. 촬영 감독, 조명 감독, 연출, 배우 등 모두 대화를 많이 나눴다.”
영화가 투자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충분한 예산으로 진행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정해진 예산 안에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야한다는 숙제가 있었다. 타이트한 예산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기에 현장은 치열한 상황이었다. 속상하지만 감내하고 그 안에서 그래도 우린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열심히’란 말밖엔 할 수 없었다.”
극중 지선은 홀로 초조하게 아이를 찾아 달리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영화를 이끌어 간 주연으로서 엄지원 역시 지선과 다르지 않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정말 많이 뛰었다. 땡볕에서 많이 뛰었다. 그런데 뛴 건 마음고생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 지선을 연기함에 있어 오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고 외적으로도 여자 두 명에 감독, 이렇게 셋이 만들어 가야하는 영화였다. 남자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줬지만 책임감이 남다르게 있었던 작품이어서 여러 가지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극중 지선이 한매(공효진)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기에, 거기에 더해 믿었던 사람이기에 더 큰 배신감을 느꼈을 터다.
“시나리오를 받아 읽으면서 덮을 때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지선이란 옷을 입는 것 같이 감정이 와 닿았다. 그래서 내겐 이해가 됐었다. 사실 한매란 사람이 나의 아이를 데려가고 계획한 걸 알게 되면서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생겼지만, 그리고 지선이 또한 어떤 복수심이 생겼을지 모르지만 한매를 쫓는 과정에서 ‘잘못’이 아닌 ‘과정’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알았다고 해서 용서되는 건 아니고, 지선 한매가 각각 사회적으로 약자인데 그 사람에 대해 이해를 충분히 구하러 갈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녀는 공효진과 많은 얘길 나눴다. 영화에서 같이 등장하는 신이 많지 않았기에 템포나 결이 달라질 수 있어 역설적으로 더 상대의 호흡에 신경을 써야했다. 공효진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작품을 하면서 만난 배우 중 가장 대화를 많이 했다며 두 배우가 함께 열정적으로 작업한 현장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정말 좋았다. 여태껏 작업한 배우 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작품을 하면서 안 만난 배우도 처음이다. 같이 마주치지 못했지만 워낙 로케이션이 많다보니 숙소를 같이 쓰며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영화적으로 처음과 끝에 만나고 중간 플래시백(과거 회상)이 있다. 만나는 신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더 리듬 템포 결을 맞춰야 했다. 나-감독, 효진-나, 효진-감독, 효진-나-감독 그리고 제작자 까지, 각각 서로 대화를 많이 했다. 영화 촬영 중 상대배우와 가장 많이 대화한 건데 개인적 성향도 잘 맞아서 대화를 많이 했지만 촬영이 끝난 지 1년 됐는데 끝난 뒤에도 꾸준히 연락하며 많은 얘기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으로 그녀는 연기를 하다 감정적으로 큰 위로를 받게 된 때를 회상했다.
“52회차 중 2회차를 빼고 내가 다 나왔다. 정말 정신없이 찍었다. 늘 비슷한 컨디션으로 촬영을 해야 했는데 김치냉장고 신에서 시어머니로 나오신 선생님과 컷을 하고도 나도 선생님도 많이 울었다. 선생님이 안아주시면서 ‘너무 아프다. 힘들다. 어떻게 연기하나’하고 토닥토닥 해주셨다. 한참 그대로 있었다. 감독님과 효진이도 있었지만 촬영 내내 감정적으로 내 마음이 늘 의지할 곳 없고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것처럼 정확한 답을 주는 사람이 없고 많이 외로웠는데 그때 선생님이 안아주며 따뜻한 공감과 격려의 포옹을 해 주셔서 내게 큰 위로가 됐다.”
지난 6월 개봉한 손예진 주연의 ‘비밀은 없다’ 역시 모성애와 미스터리 요소가 담겨 있어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큰 범주 안에서도 다른 방향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짚었다.
“다른 이야기라 생각한다. ‘비밀은 없다’가 엄마가 아이를 잃어 아이의 죽음의 범인을 알면서 이 여자가 어떻게 복수하는지를 밝혀가는 이야기고 ‘미씽’은 사실 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나는 영화다. 미스터리가 있지만 따라가다 보면 여성의 삶을 생각하게 해 여운이 좀 있는 거고 ‘비밀은 없다’는 강렬한 영화다. 엄마와 아기가 자신이 나오는 영화가 다 모성이란 큰 카테고리 안에 포함돼 설명되는 건 너무 뭉뚱그려진 설명이라 생각한다.”
‘미씽’은 미스터리 영화지만 대부분의 영화와 달리 처음부터 범인을 공개한다. 범인을 추적해 가기 보단 범인의 나쁜 행위를 한 동기를 찾아가면서 드러나는 정황이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건 ‘누가 범인인가’가 아니라 ‘왜 그랬는가’다. 그 다음이 ‘아이가 어디 있는가’이고 그걸 따라가는 아주 다른 화법이라 ‘범인이 누군가’하고 추적하는 게 아니라 ‘왜 그랬는가’ 하는 감성을 따라간다. 많은 스릴러 영화에서 범인이 주인공이고 어떻게 나쁜놈 인가를 범인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미씽’의 경우 아주 한국적 배경이고 중국인 보모를 둔 아주 일상적 소재다. 출발은 피해자의 시선이고 계속 범인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구조다. 이런 시선이 없었던 것 같다. 충분히 재미있지 않을까.”
엄지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호평을 들었지만 수상에 대한 욕심은 없음을 밝혔다. 다음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발판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에 임했다.
“리뷰가 올라오는데 약간 실감이 안 난다 해야 하나? 우리 영환가 싶다. 상은 다른 분들이 결정하는 거고 그런 욕심을 낸 적은 없다. 내가 할 땐 영화를 잘 만들어서 그래도 좋은 평가를 좀 받고 흥행보단 기본 이상을 해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발판이 됐으면 했다. 요즘은 데이터로 투자를 하니 그 정도 되면 좋겠다는 그런 꿈을 갖고 영화를 시작했다.”
시사회를 통한 긍정적 반응에 대해 그녀는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반응이 좋잖아? 하고 어리둥절해 했다. 개봉은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잘 될까, 잘 모르겠다. (웃음) 우리 영화는 ‘서늘하고 뜨겁다’고 표현할 수 있다. 지선으로 몇 개월 살았지만 지선 연기보다 전체적 만듦새를 보다보니 아직 몰입을 못 하겠더라. 개봉 뒤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이 내려지면 그때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많은 동료들이 VIP시사회를 찾았고 그녀의 남편 역시 시사회를 찾았다.
“주변에서 다들 ‘너무 영화가 좋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여운이 남는다’ 등 좋은 얘기를 해 줬다. 남편은 ‘잘 봤다’고 하더라. 이 영화의 이슈는 많은 여성분들에겐 감성적 공감을 불러내지만 남성분들에겐 얼마나 공감을 불러내나 하는 건데 남편은 ‘섬세하고 좋았다’고 했다.”
엄지원은 14년차 배우이자 결혼 2년차다. 결혼 후에도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이번 영화가 그렇듯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통해 꾸준히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남편과 둘 다 직업적으로 바쁜 사람이어서 ‘미씽’을 몇 개월 지방에서 촬영하기도 했고 영화 작업할 땐 많이 떨어졌긴 해요. 시나리오를 같이 잃고 좋다 안 좋다 얘기해 해주기도 하죠. 온전히 연기하는 건 나의 고독한 싸움이지만요. 최근 작품을 보고 있고, ‘미씽’을 성공적으로 잘 (홍보)하고 다음에 바로 ‘마스터’ (홍보)를 하고 차기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나 재미있는 작품, 내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제 선택 기준이에요. 해보지 못한 것들, 좀 다른 재미가 있다면 그게 차기작이 될 것 같아요.”
[최정은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