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씽: 사라진 여자’ 감성을 흔드는 미스터리 영화의 신선함 [씨네리뷰]
- 입력 2016. 11.26. 12:14:16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각각 다른 인물의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바라보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이 빚어내는 커다란 영향, 누군가는 사소하게 여겼던 것들이 번지면서 일으킬 거대한 나비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선이라 믿는 것이 이기로 둘러싸인 개인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본 좁은 세상은 아닌지, 그로 인해 개인의 선이 누군가에겐 악이 될 수도 있는 모순을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어둡고 거칠어 보이는 것들이 공감으로 나아갔을 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제작 다이스필름)가 오는 30일 개봉된다.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은 데뷔작 ‘...ing’(2003)를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섬세한 심리묘사를 보여줬다. 이어 ‘어깨너머의 연인’(2007)에서 30대 여성 두 명의 평범한 일상을 솔직하고 세밀하게 통찰, 인물의 심리를 스크린에 투영했다. 이처럼 섬세한 감성을 묘사하는 감독만의 특기를 살린 데에 드라마를 더해 감성과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작품으로 컴백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5일 동안의 추적을 다룬 미스터리다.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지선(엄지원)은 헌신적으로 딸을 돌봐주는 보모 한매(공효진)와 딸 다은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뒤늦게 경찰과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양육권 소송 중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한다. 결국 홀로 한매의 흔적을 추적하던 지선은 집 앞을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증언으로 더 혼란이 빠지고 그녀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이름 나이 출신 등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감성과 미스터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극 초반 범인을 지목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 관객을 집중하게 한다. 사건을 들여다볼 수록 더해가는 의문과 가능성은 긴장감을 조금씩 높여간다. 여기에 회상을 통해 추적해가는 방식이 흥미를 더하고 드라마는 감성을 자극한다. 악행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을 저지르는 인물의 행동에도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게 하는 임팩트 있는 스토리가 미스터리나 감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춘다.
이 감독은 모성을 소재로 감성을 자극하고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호기심과 스릴을 부여했다. 지선의 시선으로 표면적인 현상만을 바라보던 시각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점차 확장되고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게 된다. 결국 사건이 벌어진 이유와 무심코 지나쳤던 일을 다시금 볼 수 있게 된 순간 피해자의 입장은 또 다른 입장으로 바뀐다. 다른 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게 되고 그 공통점은 깊은 공감으로 연결되며 이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넘어 미안함으로까지 나아간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각자의 캐릭터를 살린 모습이다. 극에 몰입하는 데에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중국인 보모를 연기한 공효진이 조금 튄다는 점이다. 앞선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직접 고백하기도 했지만 한국어가 유창한 그녀가 어눌한 한국어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을 듯하다. 그 어려움이 영화에서 완전히 감춰지지 않기에 관객의 몰입도에 방해가 전혀 안 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녀가 한국어에 유창한 배우임을 관객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 그녀의 언어에 대해 주목하게 했다면,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강한 그녀가 보모 역할을 했단 점도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완전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아 완전한 극중 인물이 아닌, 극중 인물을 연기하는 공효진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연기력에 있어 호평을 받는 배우이지만 동시에 스타성을 지닌 배우이기에 갖는 양날의 검이다.
극 초반에 지선의 좁은 시야를 드러내고 점점 그녀의 시야가 넓어짐을 느끼게 하는 촬영 기법은 관객이 지선과 함께 움직이게 한다. 지선의 추격 장면에서 격해지는 등 인물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카메라의 흔들림은 리얼리티를 더하고 장면에 따라 눈에 띄게 변화하는 화면 전체의 색감은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영화는 '이유'에 대한 미스터리가 만드는 공포와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의 스릴을 거쳐 감성적 결말에 도달한다. 아이가 없어졌을 때 한 아이의 엄마가 갖는 말 할 수 없을 만큼의 초조하고 두려운 심경은 목적을 알 수 없는 상대의 행위가 불러오는 무한의 공포로 인해 더 커진다. 믿었던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이 가짜였음이 드러나면서 공포심은 커진다. 확장된 공포심은 어둡고 처절한 진실을 마주하다 절정에 도달했을 때 폭발하는 복합적 감정으로 이르러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대의 행동에 대한 주인공의 이해라는 부분은 여자, 아내, 엄마, 친구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지선과 한매는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묘하게 닮았다. 냉정한 남편과 시어머니, 아이에 대한 모성은 두 사람의 비슷한 상황이 가져오는 공감으로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서의 약자의 입장 역시 그렇다. 극중 직장 사회 가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여전히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을 반영한다.
직접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부르짖거나 세태를 꼬집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자연히 묻어나면서 관객에게 강요하기 보다 단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한매를 통해 보여주는 결혼이주여성, 지선을 통해 보는 워킹맘 혹은 한 부모가정의 상황, 또 며느리 엄마 아내로서의 역할이 주는 무게는 약자의 입장이 갖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와 같은 무게를 짊어진 공통의 입장과 모성애로 인한 공감은 결국 이해와 용서로 통한다.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여성의 상황이 각각 공개되는 순간 관객이 잠시나마 분노할 때 갖는 극중 인물의 생각은 오히려 말하지 않는 이해로 통한다. 특히 대사가 아닌 공감을 통해 짐작하게 되는 후반부 한매의 감정과 그로 인한 행동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자기반성 혹은 광기, 자신의 아이와 지선의 아이에 대한 모성이 뒤범벅된 모습으로 다가와 짠한 울림을 준다. 러닝타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