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왕 루이’ 서인국 ‘응답하라’로 꽃피운 연기 ‘루이’로 완성 [인터뷰①]
- 입력 2016. 11.28. 15:43:13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처음에는 캐릭터 접근 방식에 대해서 고민도 많았고, 겁도 났어요. 시각적인 부분에서 소재나 설정이 진부하다는 얘기가 많았거든요. 기억상실증에 걸렸는데, 그 사람이 재벌 2세고, 여자가 시골에서 상경해서 만난 남자가 기억상실남이라는 ‘신데렐라’ 스토리니까요. 진부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독특한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들 속에서 기억을 잃고, 찾는 과정이나 사람들 사이의 에피소드가 독특했어요. 그리고 제일 원했던 건, ‘재벌 2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어요”
‘쇼핑왕 루이’ 서인국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루이 역을 맡아 열연한 서인국을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청량하고 밝은 루이를 연기하면서 유난히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인터뷰에 앞서 드라마를 사랑해 준 팬들을 챙기는 심성 고운 모습을 보였다.
‘쇼핑왕 루이’는 복잡한 소비의 도시, 서울 한복판에 떨어진 온실 기억상실남 쇼핑왕 루이와 오대산 날다람쥐 넷맹녀 고복실의 파란만장 서바이벌 로맨틱 코미디로 최종회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수목드라마 1위로 종영해 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시작 초반 꼴찌로 시작한 시청률이 마지막에 이르러서 1위를 찍는 대이변을 만들었기 때문.
초반에는 동시간대 경쟁작 KBS ‘공항 가는 길’과 SBS ‘질투의 화신’에 밀려 시청률 3위를 기록했으나, 엎치락뒤치락 하는 시청률 속 끝내 ‘쇼핑왕 루이’가 미소 지으면서 청정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쇼핑왕 루이’를 사랑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이유가 첫 시청률이 저희는 5%였다. 사실 처음에는 ‘쇼핑왕 루이’가 그렇게 큰 기대감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소재도 진부하다는 얘기가 많았고, 초반에 제작발표회나 이런 곳에서 ‘우리 드라마는 그런 거 아닙니다’라고 얘기는 했지만 이미 박힌 이미지가 강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처음 5%로 시작한 시청률이 10%로 끝난 건 정말 뿌듯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처음 10%가 나와서 끝까지 그걸 유지했다면, 그만큼 뿌듯함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청률이 반등되면서 드라마가 ‘재밌다’는 걸 증명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뿌듯하다.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드라마가 재밌다’라는 것을 입증하기는 사실적으로 요즘 시국에 정말 힘든 일 중 하나다. 나라가 안팎으로 시끄럽고, 복잡하다. 힐링 드라마 ‘쇼핑왕 루이’는 시기적으로 지금과 잘 맞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 딱 재미를 줄 수 있는 코드였다고 생각한다. 힐링, 청정, 깨끗한 드라마라고 출연자들끼리 항상 얘기했었다.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별 생각 없이 복실과 루이를 응원했으면 싶었다. 주요 캐릭터를 보면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드라마라 딱 맞아 떨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 건 비단 시청자들의 사랑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고민 끝에 루이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루이와 복실이 사는 세상 속을 아름답고 정의롭게 그려낸 서인국과 남지현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처음 루이 캐릭터를 봤을 때 접근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서인국은 일부러 더 독특하게 표현하려 애썼다고.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독특했다. 굉장히 통통 튀고 재밌는 느낌? 근데 이걸 구현하려고 생각하니 막막한 거다. 대본이 그렇다는 것보단 루이 캐릭터가 그랬다. 처음에 기억을 잃고 2부를 보면, 루이는 질문만 한다. 고복실을 비롯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저 누구에요?’ ‘저 알아요?’ ‘넌 이름이 뭐야?’ ‘넌 집이 있어?’ 이런 식의 대사들이다. 루이 입장에서는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 건데, 그런 부분의 접근 방식도 힘들었다. 또 기억을 잃기 전과 후가 같은 맥락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을 잃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찾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순수성, 본질을 끝까지 가지고 가려고 했다.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캐릭터를 조금 독특하게 잡으려고 노력했다. 루이는 조금 정상적인 톤보단 약간은 독특한 톤으로 가고, 눈도 자주 깜빡이고, 손도 가만히 못 둔다. 내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본인 또한 얻은 것이 많다는 서인국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인생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루이가 할머니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하는 장면인데, 당시 루이는 ‘지금 이 순간’을 부른다. 그 공간 안에는 루이의 가족, 루이를 힘들게 한 고등학생들, 루이가 사랑하는 복실까지 모두 함께 있다.
“드라마에서 감동을 받고, 이게 내 인생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게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를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할머니의 시선으로 카메라가 주변을 훑는 앵글이 나온다. 노래도 있고, 사람들이 웃고 있다. 그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그때 할머니가 ‘집이 너무 북적북적하네’라고 말씀하신다. 집사님이 ‘시끄러우면 아무도 집에 들이지 말까요’라고 묻는다. 거기에 할머니가 ‘아니다. 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왜 나 혼자 살았고, 왜 루이를 혼자 방치했는지 후회된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대답하시고 다음 날 할머니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주변에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잊고 사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처음 본 사람에게는 최대한 매너를 갖추지만, 정작 우리 가족들,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는 막 대한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내 주변을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서인국의 연기 인생은 사실적으로 tvN ‘응답하라 1997’을 통해 꽃을 피웠다. ‘응답하라’의 첫 시리즈이기도 한 이 작품은 서인국을 연기자로 다시 태어나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이후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런 단어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게는 ‘응답하라의 저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가 한 작품 중에 잘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 정말 그 힘들다는 20% 넘는 작품도 ‘주군의 태양’을 통해서 했었고, 연달아 좀 안 되다가 OCN ‘38사기동대’를 통해 개국 이레 최고 시청률도 찍었다. 시청률에 그렇게 연연하는 편은 아니다. 자책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좀 안 나온 날이면 스탭들 걱정부터 된다. 이번 ‘쇼핑왕 루이’ 때도 초반 시청률 때문에 다들 으쌰으쌰 하고 촬영했는데, 마지막까지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려줘서 정말 기쁘다. 진짜 신기한 게, 너무 예쁘게 올라가는 거다, 그래프가. 언젠가는 내려갈 거라는 부담감이 마음 한 쪽에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너무 예쁘게 올라가줘서 행복하다.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건 사실 언제부터 만들어진 단어고, 제가 뭘로 깬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재미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깊이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