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남자’ 최민호 “나와 반대인 진일, 고민되고 끌렸다” [인터뷰①]
- 입력 2016. 12.02. 23:17:0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제가 26살인데, 교복을 입는 역할이라든가 대학생이라든가 젊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한정돼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신문사 부장 역을 할 순 없는 거니까. 나이에 맞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최민호(26)를 만나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 제작 엠씨엠씨)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남자’는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다룬 범죄 액션 영화다. 최민호는 극 중 거리로 내몰린 18살 가출팸 리더 진일 역을 맡아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했다.
“내 나이 또래에서 할 수 있는 캐릭터이긴 한데 나와 반대의 모습을 가진 캐릭터라 진짜 고민이 많았다. 그런 게 더 끌렸고. 과연 내 새로운 모습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나 스스로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두 남자’를 선택한 건 그런 고민에 대한 도전이자 생애 최고의 일탈이었다.”
‘두 남자’에서 그가 연기한 진일은 거칠고 어두운 면이 있다. 그가 앞서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무대나 예능 등을 통해 보여준 반듯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다. 그는 왜 이런 영화를 택했을까.
“궁금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런 행동을 한 적도 없었고 나 자신이 어떻게 카메라에 담겨 비칠지 궁금했다. 사실 걱정도 많이 했다. 걱정됐던 게 난 아이돌이란 직업도 갖고 있어 무대나 예능도 어느 정도 하면서 가진 이미지가 ‘두 남자’의 진일 캐릭터와 반대라 생각했다. 그런 게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고 초반에 회사에서 반대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흔쾌히 응원하고 지지해줬다.”
최민호도 욕설과 흡연 등 아이돌 그룹을 하며 쌓아온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해야 했지만 영화사 입장에서도 아이돌 캐스팅은 모험일 수 있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린 게, 영화 중에서 욕설을 하고 침도 뱉고 담배도 피우는데 내가 원래 담배를 안 피운다. 첫 미팅 때 ‘어떻게 하냐’고 말했더니 감독님이 다 빼겠다고 하시더라. 그때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 캐릭터에 맞는 거라면, 연기에 있어 담배가 하나의 옵션이라면 (흡연 장면을) 안 쓰면 1%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굳이 그걸 왜 하느냐. 나중에 못 끊으면 내 탓 말라’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라. 결국 (담배를) 배우게 됐고 그렇게 한 게 캐릭터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준비과정에서 도움이 됐다. 어느 선까지 하자는 건 없었다. 나도 몸을 내던질 준비가 됐기에 작품을 선택했다. 역할을 맡았으니 잘해야겠다 생각했다.”
연기를 위해서라지만 중독성이 강한 만큼, 한 번 배운 담배를 끊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역시 ‘끊은 게 아니라 참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끊었다.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최소 한 달 걸릴 거란 말을 듣고 한 달 전부터 연습했다. 주변에서 다 말렸다. 발 들이지 말라고. 작품 때문에 하는 거면 나 스스로 용서되지 않을까 했다. 처음에 헛구역질도 하고 밥맛도 떨어져 힘들었다. 그 힘든 게 캐릭터에 다가가는 거라 생각했다. 촬영이 끝나고 끊으려 생각했는데 그냥 펴야겠다 생각도 들었다. 담배에 나약해지기 싫었는데 허벅지 꼬집으며 끊은 게 아니라 참은 거다. (연습할 땐) 하루 한 갑 피웠다. 담배를 통해 알게 된 건 피울 때마다 작품·연기·캐릭터 생각을 하게 되더라. 하나의 습관처럼 곱씹는 게 새로웠다.”
담배를 배운 것 이외에도 그는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기 위해 생각을 거듭했다.
“계속 나의 다른 면을 생각하려 노력했다. 애초에 왜 그 친구(진일)가 그렇게 됐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드는 생각이, 내가 좋은 환경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부모님의 좋은 가르침을 받고 좋은 회사를 만나 평탄하게 사회에 들어와 좋은 친구들과 관계유지를 하는데 과연 시작부터 그 반대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엇나갈 때 따끔하게 혼낼 사람이 없었다면 진일이 처럼 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고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내 경험을 다 지우고 본질부터 시작했다. 왜 밥 먹을 때 진일이 이렇게 먹을까, 어디서 씻을까 등 하나하나 생각하며 감독님과 얘기해보고 촬영했다.”
그는 친분이 있던 마동석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에서 합류했다. 마동석은 불법노래방 사장 형석 역을 맡았다.
“원래 친분이 있었다. 선배님 먼저 캐스팅이 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있었다. 형이 요즘 대세인데 '부산행'도 흥행했고 '굿바이 싱글'에서도 열연했다. 드라마 광고 등에서도 많이 활약하고 있다. 바로 그런 시기 직전에 만난 건데 원래 알았던 게 더 도움이 됐다. 편하게 해주셨지만 후배라 어쩔 수 없이 선배와 연기할 때 긴장은 된다. 나의 몇 배 이상의 작품을 하셨고 많은 감독과 스태프를 안다. 그런 걸 내가 알기 쉽게, 스킬이나 업계 비밀 같은 걸 말해주셨다. 마동석 선배와는 게임으로 맨 처음 만났는데 이후 손현주 선배 때문에 몇 번 뵙게 됐다.”
‘두 남자’의 원래 제목은 처음에 제목이 패밀리 네 명을 가리키는 ‘넷’이었다. 최민호가 합류한 건 감독이 제목을 ‘두 남자’로 바꾼 뒤였다. 마동석과 팽팽하게 맞설 배우가 필요했던 감독은 최민호에게서 마동석에게 밀리지 않을 카리스마를 발견했다.
“그것에(팽팽하게 맞서는 것에 대해) 동석 형과 이야길 안 했다. 어쩔 수 없이 형에게 밀리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밀리면 우리 영화가 안 사는데, 나 스스로 어떻게 하면 팽팽하게 갈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다. 형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카메라 안에 긴장감이 안담길 것 같아 형에겐 얘기하지 않고 감독님에게만 얘기했다. 형이 잘하다 보니 내가 밀리는 느낌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잘할까를 물었더니 감독님은 밀리면 밀리는 대로 하라,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 그럼에도 난 혼자 끙끙 앓았다.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고 연구를 하기보다 혼자 생각을 많이 하고 촬영장에 갔다. 촬영하기 전엔 친했지만 연기하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영화에서 진일은 싸우는 장면이 많다. 실은 싸움이라기보단 도망치고 맞는 장면이 더 많다. 멋진 액션신이라기 보다 현실감 넘치는 동네 싸움 같은 느낌으로 와 닿는다.
“액션을 많이 한 건 아닌데 액션 감독님들은 합이 있기에 (한 템포 쉬는) 액션을 하고 때린다. 감독님이 ‘그거 다 가짜 같다’고 무술 감독님에게 ‘그런 가짜 같은 건 빼 달라’고 했다. 합이니까 짜인 게 있는데 더 실제같이 주문했다. 모니터로 봐도 있는 힘껏 밟혀야 좋을 것 같아 단역분에게 ‘진짜 세게 밟으라’고 했다. 진짜 세게 밟으셨다. 차이는 신에서도 ‘진짜 차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왜 몰라주나’하며 감독님을 원망했다. (웃음) 오히려 그런 게 액션을 하면서 ‘아프고 말지’ 하는 점이다. 생생히 담겼으면 된 거다.”
최민호는 ‘두 남자’의 진일 역으로 그에게 다른 얼굴이 있음을 보여줬다. 연기에 있어서도 좋은 평을 얻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영화가 그에겐 또 다른 배역을 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제안받은 건) 없는데 ‘많이 들어올 것 같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업계나 주변에선 (영화를) ‘좋게 봤다’고 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엔 뭘 해야 할지 불안하고 궁금하죠. 그래도 아직은 부족하단 생각이 있어 연기를 잘하는 선배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마동석 형처럼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엠씨엠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