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김윤석 “수현은 외로운 인물, 쓸쓸한 뒷모습 떠올리며 연기” [인터뷰①]
입력 2016. 12.06. 16:21:19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물론 (수현이) 저보다 나이가 많지만 (수현이) 저와 비슷한 나잇대고 저도 딸이 있어서 감정이입이 잘 됐어요.”

두 딸을 둔 아버지이자 곧 쉰 살이 되는 배우 김윤석(49)은 흡사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 제작 수필름)의 수현을 연상케 한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김윤석을 만나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예순의 나이인 ‘현재의 수현’을 연기한 그는, 그동안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역할로 돌아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서 멜로드라마 속 주인공이자 따뜻함을 지닌 아버지로 변신했다.

“전작 속 캐릭터들이 보통 애들이 아니지 않나. 일반인들이 아니고 이 사람들이 특수한 상황에서 사는 인물들이다. 수현은 소화외과 의사이자 딸이 있고 홀아비다. 외로이 혼자 사는 캐릭터다. 그런 것들(카리스마 있는 모습들)이 여기 들어오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이 영화에서는) 내 모습이 가장 많이 묻어난다. 실제 나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극 중 된장찌개를 끓이고 먹고 ‘굿’ 이라 말하는 모습도, 딸에게 ‘엥?’이라 하는 모습도 원래 내 모습이다.”

그에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새로운 시도는 물론 반갑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베이스로 각색한 거잖나.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탄탄했다. 어떤 작품은 기-승 쪽이 워낙 좋고, 어떤 작품은 위기-절정 쪽이 좋은데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기-승-전-결까지 배분이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색된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래서 상당히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그가 연기한 현재의 수현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돼 30년 전의 자신과 만난다.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다루지만 화려한 CG(컴퓨터그래픽)나 음악이 아닌, 인물과 드라마로 극을 끌고 간다는 점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그를 이 영화로 이끌었다.

“타임슬립이란 소재를 다룬 영화를 두 편 봤다. ‘백 투더 퓨쳐’ ‘어바웃 타임’이다. 흔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흔하지 않다.(웃음) 어쨌든 이 영화에서 맘에 든 건 타임슬립에 있어 기교를 부리거나 과거로 가는 과정에서 이상한 음악이 나오는 등 4차원 공간이 없다는 거다. 타임슬립 소재 자체에 전복되지 않는다. 그건 아주 작은 기능을 하고 중요한건 캐릭터와 드라마에 승부를 걸었단 게 마음에 들었다.”

그는 현재의 수현, 즉 2015년을 사는 예순의 수현을 연기했다. 변요한이 연기한 1985년의 서른 살 수현과는 같은 인물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의해 변화한 모습을 고려해 연기에 반영했다.

“‘현재의 수현’이 영화에선 얼마 안 나왔다. 무엇보다 30년 전, 변요한이 연기한 수현과 지금의 수현의 가장 명확한 차이점은 (지금의 수현이) 상당히 이성적이고 절제한다는 거다. 30년 전 수현은 아직 레지던트이고 젊었고 트라우마가 있고 그렇기에 정말 내성적이고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여리고 결단력도 약하고 정말 따뜻한 감성을 갖고 있지만 아직 완성 안 된 청년이라 폭발하는 에너지가 느닷없이 튀어나올 때도 있고 그게 다 갈무리 되고 되도록 이성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는 과거의 수현, 현재의 수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을까. 2인 1역을 하며 다른 두 사람이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다.

“가정사가 있는 사람의 트라우마가 있는 모습을 가졌다. 유일하게 딱 두 사람, 태호(안세하)와 연아(채서진)가 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런 사람이 가진 특징 중 하나가 사람이 이중성을 갖고 있다. 감추고 있던 게 튀어나오면 주체를 못 한다. 과거에 트라우마를 이야기했다면 현재의 수현은 생을 정리하는 시기를 맞은 사람이다. 소화외과 의사를 30년 가까이 해왔고 많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본 사람이다. 되도록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현명하게 정리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을 신경 썼다.”

그는 외로운 사람인 수현 표현하기 위해 그 쓸쓸함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사람들이 아무리 절제해도 눈빛에선 자기가 원하는 것들이 나온다. 난 앞모습보단 쓸쓸한 뒷모습을 자꾸 떠올렸다. (수현이) 외로운 사람이잖나. ‘타임슬립 사건’ 전까지 수현은 30년전 사랑한 여인을 떠나보낸 인물이다. 물론 수아(박혜수)가 있고 수아 엄마와 짧은 만남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걸 많이 생각했다.”

극중 태호와의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소설을 압축한 만큼, 마지막의 임팩트 있는 신을 통해 태호와 수현의 우정을 잘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상호가 제 역할을 잘 해준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지막 김상호가 연기한 장면이 신의 한 수로, 정말 잘해줬다. 마지막에 돌아갈 때 웃음과 눈물까지 날 정도의 감동을 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화려한 액션이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육체적 피로도는 높지 않았다. 반면 감정 연기에 있어 마냥 쉬울 수만은 없을 터. 그는 촬영하며 가장 어려움을 겪은 장면에 대해 털어놨다.

“액션은 육체적 피로도가 올라가는 것이기에 어려운 게 아니라 힘든 거다. 이번 영화 같은 경우 내가 힘들었던 건 딸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영화에서 수현은 딸 수아를 얻지만 수아의 모친과는 결혼하지 않는다. 김윤석은 과거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깊은 상처를 지닌 인물인 수현에겐 결혼이 쉽지 않은 일일 거라 말했다.

“일리나 홍이란 친구는 미국 교포라 생각했고 정말 자유로운 사람이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계속 삶을 살 테지만 수현은 한국을 못 떠날 거다. 일리나 홍 쪽에서 결혼할 필요 없이 예쁜 딸을 왔다 갔다 하며 보면 된다는 마인드일 거다. 수현도 그렇고. 수현이 두 번째 (사람과의) 만남에서 또 상처받고, 상처를 줄까 봐 두려울 거다. 타임슬립 전의 트라우마가 큰 상처잖나.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걸 자기 탓으로 생각했다. 쉽게 결혼할 수 없는 사람이다.”

영화가 현재의 수현이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는 것과 관련해 그에게 30년 뒤 어떤 행보를 바라보는지 물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또 다른 버전을 찍고 있지 않을까요. (웃음) 50대를 만나러 간 80대요. 연아와 살아보니까 어떻더라 하는 내용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해요. (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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