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영아, 이제 나도 행복해질게” 이상엽의 2016년 그리고 ‘질리지 않는 배우’ [인터뷰②]
- 입력 2016. 12.07. 09:56:27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준영이의 대사 중에 권보영 작가에게 ‘편하지 않냐’라고 묻는 게 있어요. 깍두기를 먹으면서 하는 대사인데, ‘나랑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이런 거 편하지 않아? 이런 건 다 사귀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잖아’라고 물어요. 그걸 보면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과 편한 것 아닐까, 했어요. 만약 제가 결혼을 할 거면 가장 편한 사람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6일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통해 PD 안준영으로 변신한 이상엽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3일 종영한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이 아직도 가득한 그는 캐릭터 준영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연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숨김없이 말했다.
이상엽은 2016년 한해 tvN ‘시그널’을 비롯해 KBS ‘마스터-국수의 신’, 단막극 ‘즐거운 나의 집’, SBS ‘닥터스’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일명 ‘열일’했다. 크고 작은 배역들을 맡아 소화하면서 작품 속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이 마음이 가고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면 언제나 연기하고 싶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특히 2016년 이상엽이 연기한 마지막 캐릭터가 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속 안준영 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상엽은 권보영 작가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모습에서 ‘아, 진짜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준영이를 보고 정말 놀랐던 건, 권보영 작가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나 또한 이 일을 좋아하지만 포기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마치 내가 배우 일을 포기하면서 사랑을 지키는 건데, 그건 정말 저도 준영이한테 감동 받았다. 그마저도 굉장히 담담하게 준영스럽게 얘기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았다. 준영이에게 ‘안준영이 행복해졌으니까, 이제 이상엽도 행복해질 거야. 네가 행복해졌으니까, 나도 행복해질게’라고 말하고 싶다”
이상엽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방송 전 KBS 단막극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 ‘사이보그’ 캐릭터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70분 분량의 단막극 ‘즐거운 나의 집’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이보그로 만든 여자의 판타지 멜로를 그리고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은 새로운 느낌의 대본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단막극을 제가 감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대중성보다는 독창성에 더 주를 두고 있다고 본다. 촬영 시간이 짧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내야 하는 거라서 밤을 새기도 하고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모르지만, 집중이 딱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사이보그 역할이라 SF적인 연출을 위해 등에 판을 대고 연기한 것들이 재밌는 경험이었는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대놓고 사이보그 연기를 하지는 않지만, 잠깐의 차가움을 조금씩 넣어야 해서 그런 섬세한 부분들을 연출하는 것도 기존 드라마와 달라 배우한테는 좋았다. 특히 죽기 전에 대화하는 그 장면은 정말 어려웠다. 오래 찍기도 했는데, 심지어 다 찍고 나서 ‘우리 다시 찍을까?’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잘못 연기하면 자칫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본을 감독님이 쓰셨기 때문에 그 부분들을 함께 의논하고 소화할 수 있어서 신기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다양한 드라마에 많은 배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상엽은 다음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로 ‘연극’을 꼽았다. 오랜 시간 호흡을 끌고 가야 하는 힘든 연기인만큼 그런 에너지를 배우고 싶다고.
“최근에 ‘국수의 신’ PD님이랑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연극을 하는 게 어떻냐고 얘기를 하시더라. 진지하게 한 번 하고 싶다. 내년에는 연극도 한 편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정말 연극하는 동안에는 쉬지 않고 계속 그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힘을 갖고 싶다. 연극을 통해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내공을 쌓고, 자유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따로 없다는 그는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자신이 마음이 가고 애정이 가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소중히, 그리고 열심히 임할 준비가 돼 있었다.
“사실 정하고 가는 건 없다. (주변에서) 이 역할이 저랑 어울리겠다고 해도 마음이 안 가면 어렵더라.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마음이 가는 게 좋더라. 그래야 계속 역할에 대해 찾아보게 되고 시도해 보게 되니까. 아, 로맨틱 코미디는 아직 없다. 하고는 싶다. 근데 ‘국수의 신’ 같이 남자들끼리 힘겨루기 하고, 싸우고, 암투 있고, 힘 있는 드라마도 다시 해 보고 싶긴 하다. 올해 드라마를 하면서 느낀 건데, 새드 엔딩 두 개 연속으로 가니까 정말 힘들더라. ‘시그널’에서 사람 죽이고, ‘국수의 신’에서는 내가 죽고. 너무 힘들었다 (웃음)”
작품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만큼 이상엽은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쉬는 기간 동안 작품 전체를 1~2주 몇 번이고 돌려 본다. 애착이 많았던 드라마를 보내는 본인만의 방법이다.
“처음부터 계속 돌려 본다. 작품을 하는 중에도 그러는데, 1~2주는 그 드라마만 계속 본다. 제가 아는 외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3~4일 동안 밤새 한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그 사람을 보내는 거라고. 저도 비슷한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인터뷰도 그 중 하나고, 드라마를 돌려 보는 것도 작품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그렇게 돌려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한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이나, 제 연기를 돌아보기도 한다”
내년이면 데뷔 10년차, 꾸준히 오랜 시간 연기하고 있는 이상엽은 시청자, 관객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언젠가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강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현장에 있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꼭 쉬어야 하고, 작품을 계속 해야 하고 이런 걸 정하지는 않는다. 근데 중요한 건,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 저는 현장에 있는 게 좋아서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 관객들이 나중에 지겨워하면 강제 휴식을 갖기도 해야겠지만 말이다. (웃음) 제 목표는 계속 나와도 사람들이 질리지 않게 연기하고 싶다. 어쨌든 이상엽이 연기한 거라 제가 안 나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질리게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
끝으로 ‘미래의 이상엽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난감한 듯 쑥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는 극중 현우에게 배웠다며 ‘어떤 아빠가 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내놨다.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저나 시작할 때의 저를 늘 생각했으면 좋겠다. 술 먹고, 놀고 늦게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쓰레기 버려 주고, 애기 유치원 보내 주고 나 다 했다라고 말하는 아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현우 보고 배운 거다. (웃음)”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