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리얼리티로 반전된 타임슬립
입력 2016. 12.07. 15:35:36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기욤 뮈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한 남자가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첫사랑이자 생애 유일한 사랑을 지켜내려 고군분투하는 서정성 짙은 멜로로 전개된다.

이 영화는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고 있는 원작소설로 인해 결말이 이미 공개된 거와 다름없어 111분의 상영시간 내내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나 긴장감보다 주인공 한수현을 맡은 김윤석과 변요한이 동일인이면서 각기 다른 시대를 사는 이중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판타지 설정의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리얼 톤을 유지한다.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노란 알약을 제외하면 동화적 요소는 제로에 가까울 정도다.

순차적 흐름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수차례 오가는 복잡한 시간 전개가 현 시대를 사는 8, 90년생들에게는 생경할 수밖에 없지만, 복고의 재해석이 빠르게 이뤄지는 현재 시점의 세대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무엇보다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30년의 간극은 김윤석과 변요한이 한수현이라는 동일인물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취향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어색함 없이 메워진다.

데님셔츠와 몸을 옥죄지 않는 자연스러운 소재와 실루엣의 재킷은 그가 20대이건 50대이건 휴머니즘으로 충만한 외과의사 한수현임을 말해준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채경화 감독은 “나이가 들면서도 20대 느낌을 가지고 가지 않았을까”라며 “컬러, 스타일을 맞췄습니다. 늘 입던 셔츠를 입는, 과거의 그 옷을 입고 있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변요한과 김윤석이 하나의 인물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 설정을 위한 기본 줄기를 밝혔다.

데님셔츠와 그레이 티셔츠는 톤이 조금씩 변할 뿐 20대 한수현과 50대 한수현의 동일한 드레스코드로 등장한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전문의이자 교수로서 격식을 갖춘 듯 보이는 김윤석의 셔츠와 타이. 그러나 그마저도 언컨재킷 같은 드레스다운 된 코드로 자연스러운 질감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녹여냈다. 또 전문의 수련생으로서 변요한의 코듀로이 재킷은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시대를 살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채 감독은 “코듀로이 재킷은 그 시대 느낌을 가장 잘 설명하는 아이템이죠. 소재 자체가 시간차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0대가 된 한수현은 과거 20대보다는 좀 세련돼 있지 않을까 가정했고 전체적인 느낌은 변하지 않았지만 언뜻 달라 보이는 조금은 세련돼 보이는 느낌을 담아내려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30년까지는 아니라도 옷장을 열어보면 문득 비슷한 옷이 많다는 생각을 순간순간하게 된다. 내가 이 옷을 언제 샀지, 하면서 10년을 한참 넘긴 옷을 다시 한 번 입어보고 매우 흡족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또 때로는 오래 입어 색이 바래고 헤진 옷을 습관처럼 입게 되기도 한다.

이런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일상의 습관이 영화 곳곳에 배어있고, 이런 일상성이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를 리얼리티로 반전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리얼리티로의 반전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다소 맥 빠지는 흐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는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또 하나의 기막힌 반전을 경험하게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걸 더 믿기 때문이죠" 영화의 서두에 등장한 시력 장애를 가진 캄보디아 노인의 말은 이 영화가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조율점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주는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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