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김윤석 “풍선신, 내가 강동원도 아닌데… 부끄럽고 힘들어” [인터뷰②]
입력 2016. 12.07. 22:58:52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연극에 빠져 열심히 하고 있을 때다. ‘야, 너 영화배우 될거니까’라고 말할 순 없는 거고 ‘파이팅’ 해줄 것 같다.” (웃음)

배우 김윤석이(49)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면 해주고싶은 이야기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김윤석을 만나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 제작 수필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예순의 나이인 ‘현재의 수현’을 연기한 그는, 그동안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역할로 돌아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서 멜로드라마 속 주인공이자 따뜻함을 지닌 아버지로 변신했다.

딸 수아 역을 맡은 박혜수와의 호흡에 대해 묻자 후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두 딸을 둔 그는 자신을 어려워 할 후배를 배려했다.

“혜수가 사실 ‘K팝 스타’ 출신이다. 노래를 굉장히 잘 부른다. 그 친구가 정말 귀엽게 생겼잖나. 본인에게 핸디캡일 수도 있겠지만 자그마하고 그런데 ‘스카이대’를 나왔더라. 공부를 열심히 한지는 몰라도, 총기가 있다. 우리집으로 불렀는데 집사람이 과일을 깎아주고, 시나리오를 보며 같이 이야기를 했다. 허물이 없어야 하니까. 회사에 오자마자 ‘황해’ 찍었던 대선배를 만났다. 얼마나 어렵겠나. 이걸 한번에 깰 수 있는건 우리 집에 데려오는 거였다. 현장에서 주로 나와만 호흡을 맞추는 신이 있었다. 그러니 계속 현장에서 만났다. 혜수가 다행히 약주를 전혀 못하진 않아 횟집에서 김상호와 같은 소속사끼리 인생 이야기, 연극 시작할 때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러면서 텄다.”

‘쎄씨봉’이후 두 번째 멜로에 도전한 그는 화제의 ‘풍선신’에 대해 ‘부끄럽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풍선 마지막 신. 강동원도 아닌데. (웃음) 힘들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얼굴을 차라리 안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 굉장히 부끄럽고 쑥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슛이 들어가면 얼마나 연아를 보고싶었겠는지를 생각했다. 연아를 앞에서 본다는 것에 이미 촉촉히 젖어있었다. 멜로는 어찌보면 가장 치열한 싸움이다. 액션보다 훨씬 치열하다. 액션은 행동을 수반하는데 멜로는 감정으로 교감한다. 정말 절제와 그런게 계산되지 않으면 ‘사랑해’를 외치고 ‘땡’이다. 중년의 사랑은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지 않나. 조심스럽고 서로에 상처 주는걸 두려워해 받으려 하지 않고. 어렵기도 하지만 그 재미가 있다.”

그는 변요한과 30년 간극을 두고 2인 1역을 했다. 그가 예순인 현재의 수현, 변요한이 30년 전 서른 살 수현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외모도 닮았지만 김윤석은 연기를 하며 어느순간 변요한과 자신이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잘 몰랐다가 어느순간 보는데 눈빛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 내가 그런 걸 말을 안 하지만 사람들이 찍으면서 ‘점점 눈빛 닮아간다’고 하더라. 그때 ‘맞다. 그런 느낌이 있다. 애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변요한과 호흡을 맞춘 그는 후배 배우에 대해 ‘좋은 배우가 될것’이라 평했다. 특히 변요한의 순발력을 높게 평가했다.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들이 있는가하면 치밀하게 준비하되 현장에서 오픈된, 즉흥적으로 받아들이는 배우가 있다. 변요한이 그런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그런건 용기다. 즉흥의 상황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거다. 그렇다면 깊고 넓은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2인 1역에 도전한 변요한과는 술잔을 기울일 기회가 부족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했다.

“변요한이 촬영 시기에 ‘헤드윅’이란 뮤지컬을 했다. 거의 1인극이라 술을 절대 못 마신다. 성대가 상하면 안되니까. 그래서 아쉽게도 술자리를 못했고 끝나고 나서 쫑파티에서 함께했다. 얘기는 많이 나눴다.”

함께 작업한 홍지영 감독의 경우 캐릭터에 대해 요구하기 보다 강약조절을 하는 정도에 그치는 스타일이었다. 김윤석 역시 마찬가지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신뢰하며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 캐릭터에 대해 디렉션을 주거나 하진 않았다. 내 연기를 지켜보며 표현을 좀더 드러내 달라거나 절제해 달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영화에는 소설을 함축함으로써 포함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일부 내용은 과감하게 제외시키기도 했다.

“그게 한국적 상황으로 인해 커트 되는건데 소설 먼저 읽은이들은 의아해 한다 기욤 뮈소가 프랑스 작가인데 프랑스 사람이 미국 상황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고 감독이 이걸 한국 상황으로 각색했는데 높은 점수 주고싶다. ‘완득이’도 그렇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두 번째다. ‘완득이’는 한국 소설이라 어렵지 않은데 이건 어렵다.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 정말 적절히 각색해야 하고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에서 수현은 사랑한 연인 연아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영화 밖에서 김윤석은 실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과거를 바꾸려 할까.

“다른 배우들과 한 잔 하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대부분 ‘가고싶지 않다. 지금 현재 모습대로 있고 싶다’이다. 희안하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결론이 그렇다.”

원작자인 기욤 뮈소는 ‘추격자’를 통해 김윤석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로 꼽았다. 영화화 제안을 받고 그가 보낸 편지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기분이) 안 좋을 수 없다. ‘추격자’와 ‘황해’가 칸 영화제에 나가고 프랑스에 수입됐으니까. ‘아, 그렇구나. 이 사람이 그 영화를 볼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 기억해준단 면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정말 운 좋게도 제주도에서 마지막 촬영을 했다. 영화에서 절친한 친구 태호를 연기한 김상호,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즐겁게 영화를 마무리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 제주도였다. 살면서 마지막 촬영으로 제주도가 걸리는 경우가 한 번도 없고 재수 좋은 일이다. 그것도 김상호 씨와. 태호(김상호)를 찾아가는 장면이 마지막이다. 쫑파티는 일주일 정도 뒤에 했는데 그날 소박하게 바닷가에 앉아서 캔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했다. 그 때 정말 좋았다. 변요한 채서진 아무도 못오고 우리만 갔는데 스태프들이 신났다.”

중년인 그는 액션도 멜로도 위화감 없이 소화한다. 그는 ‘추격자’ 같은 액션은 다시 못할 거라면서도 막상 액션이 들어오면 하게될 것이라는 말로 또 다른 액션 영화에서의 만남을 기대하게 했다.

“백만장자도 아닌데 일 들어오면 해야한다. (웃음) 지금 ‘추격자’를 하라면 못하지 않을까 싶다. 하기 싫다기 보단 살면서 그렇게 오래, 많이 달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못한다 해놓고 들어오면 또 할 거다. 감독들이 내 나이에 가능한 액션을 줄 것 같다.”

지난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데뷔 28년차 배우다. 최근의 그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된 옷을 꺼내 입었는데 주머니에 아주 재수 좋게 5000원, 만 원이 들었을 때가 있지않나. 기대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잡히는 게 없으면 참 허망하지 않을까. 흥행도 뭐도 좋지만 나중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때 잡히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뭔가 남는 작품을 하고싶다. 2개월 지나면 기억 안나는 작품보다 생명력이 긴, 오래 기억되는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그 작업이 중요한 작업인 것 같고 이 작품이 그런 작품인 것 같다. 이 배우 이 영화 이 모습 하면 ‘아’ 하고 떠오르는 모습. 그런 그림이 많이 그려지고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영화에서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하는 것 있지않나.”

최근 그는 지난 달 크랭크인 한 영화를 촬영 중이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그에게 에너지의 원천에 대해 묻자 그야말로 배우 다운 답이 돌아왔다.

“배우라는 사람들이, 지치고 쉬고 싶다가도 한 달만 쉬면 힘들어해요. 이번엔 ‘검은 사제들’을 하고 일 년 만에 좀 쉬었죠. 쉬면서 주로 가족과 여행을 했어요. 촬영하면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 그런 걸 여행으로 채우죠. ‘남한산성’을 열심히 찍고 있어요. 내년 3, 4월 까지 찍어야 하는 거라 충분히 여유가 있고 갈길이 멀어요. 잠깐 인터뷰를 나왔는데 또 강원도에 가서 추위와 싸워야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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