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LOOK] 김윤석 2인 1역 멜로 도전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vs ‘쎄시봉’
- 입력 2016. 12.08. 17:45:15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김윤석과 하드코어 느와르물은 동격처럼 인식돼있다. 영화 ‘타짜’ 아귀(2006년)에서 ‘황해’ 면정학(2010년)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석태(2013년) 등 옆에 있으면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수 있을 법한 강렬하면서 잔혹한 눈빛을 가진 그에게서 금세라도 녹아내릴 듯 말랑말랑한 멜로 캐릭터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쎄시봉'
그럼에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의외의 장르가 눈에 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쎄시봉’에서 트윈폴리오의 숨은 멤버로 설정된 오근태의 중년 역할을 맡아 잠깐의 등장이지만 김윤석도 멜로 가능함을 보여줬다.
1년여가 지난 2016년 12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2인 1역 멜로 남자 주인공 한수현의 중년 역할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한 여자를 가슴에 품고 있는 남자의 올곧은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첫사랑에 설레는 20대와는 다른 진중함이 요구되는 중년 역할은 강한 캐릭터에 익숙한 김윤석에게도 관객에게도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축 처진 어깨와 쓸쓸함이 배어있는 뒷모습으로 한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떠나보낸 후 수 십년이 지난 세월에도 가슴 깊은 곳에 슬픔인 듯 아픔인 듯 묻어둔 남자의 애절함을 뭉클하게 표현해냈다.
이처럼 ‘쎄시봉’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비슷한 색체를 갖고 있지만 남자 주인공의 평범한 중년을 그리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두 영화의 의상을 담당한 채경화 감독은 “‘쎄시봉’은 마음은 비슷하지만 외모나 상황은 변한 걸로 설정했다. 거리에서 오다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중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음악을 했던 사람이라는 느낌이 안 나게 하는 것이 포인트였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20대와 50대가 똑 같이 직업이 의사기 때문에 ‘쎄시봉’과는 달리 같은 분위기를 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이 갇혀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해 클래식에 집중했다”라고 ‘쎄시봉’과 차이점에 대해 밝혔다.
‘쎄시봉’은 중년이 된 오근태 김윤석은 블랙 슈트에 드레스셔츠를 입고 해외 출장을 나서는 극히 평범한 중년이다. 음악에 취한 20대 당시의 자유분방한 감성이 노타이 차림에서 살짝 엿보이기는 하지만, 어느 누가 봐도 그가 트윈폴리오 전신인 윤형주 송창식과 함께 트리오 멤버였던 사실을 떠올리기 어렵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한수현 김윤석은 다르다. 30년을 거슬러 80년대로 갔지만 톤만 다른 데님셔츠, 그레이 티셔츠 등 20대 역할의 변요한과 김윤석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비슷한 패션 취향을 공유한다.
물론 여기에도 숨겨진 1%가 있다. ‘쎄시봉’에서 이장희 역을 맡은 장현성의 제안으로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래할 때는 입은 김윤석의 자연스러운 질감의 캐주얼 셔츠와 아웃포켓 재킷은 20대 역을 맡은 정우의 캐주얼 셔츠와 아웃포켓 오픈칼라 재킷을 입은 모습과 흡사해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역시 인정받는 소아과 전문의가 된 김윤석이 입은 20대 모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레스셔츠와 타이 같은 포멀 코드라든가 톡톡한 질감의 피트가 살아있는 실루엣의 데님셔츠 등에서 젊은 시절과는 다른 스타일리시한 코드가 살짝 배어있다.
채 감독은 이에 대해 “의도적인 설정이었다”고 밝혔다. 한수현이라는 인물이 세월이 흐르면서 좀 더 시크해지고 멋스러워지지 않았을까하는 의도를 담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윤석을 멜로 영화 주인공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눈에서 멜로를 읽어내기에는 눈빛이 너무 강렬하고, 얼굴선에 잠겨있는 강한 신념이 녹아내릴 듯한 멜로선으로 뒤바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김윤석은 이런 모든 멜로의 악조건을 안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한수현을 끌어안았다. 김윤석보다는 한수현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데 집중하면 좀 더 편하게 멜로 주인공 김윤석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쎄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