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튼콜’ 꿈을 완성하는 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씨네리뷰]
- 입력 2016. 12.09. 02:18:4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마라톤에선 등수에 관계없이 결승선에서 박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완주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고 끝까지 달리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삼류 에로 극단에서 ‘햄릿’에 도전한다는건 어떨까. 호평은 고사하고 제대로 완성만이라도 하길 바라는 이 극단의 모습은 등수와 관계없이 완주를 하고싶어하는 마라톤 선수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인 불황으로 문닫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놓인 삼류 에로 극단 민기(장현성)는 늘 꿈에 그리던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하고 프로듀서인 철구(박철민)를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연극 무대의 막이 오르고 얘기치 않은 실수와 애드리브가 난무하는 가운데 무대의 열기는 점점 끓어 오른다. 과연 삼류 에로 극단이 도전한 ‘햄릿’은 무사히 커튼콜을 올릴 수 있을까.
2016 리옹국제영화제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 ‘커튼콜’이 8일 개봉했다.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고 국내에선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진출, 전주프로젝트마켓 극영화 피칭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무주산골영화제에 소개되기도 하는등 국내외 다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으니 흥미를 끄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류훈 감독은 ‘내 심장을 쏴라’(2014) ‘페이스 메이커’(2012) 등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비밀애’(2010)를 통해 감독으로 입봉했다. ‘커튼콜’로 라이브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코미디 장르에 첫 도전했다. 연극 무대 안팎을 배경으로 오가며 펼쳐지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경쾌하게 연출했다. 아울러 무대 안팎의 인물들을 현장감 넘치게 담았다. 연극 무대와 스크린이 만나 만들어낸 신선함에 웃음과 드라마가 결합됐다.
그는 대부분의 영화에 멋진 사람들이 나오는 것과 달리 주류에서 뒤쳐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삼류 극단에 속한 인물들이 원치 않는 내용의 연극을 하면서도 어떤 계기로 인해 그것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모습을 다뤘다. 얼핏 어두울 것 같지만 재치가 엿보이는 코믹 대사는 웃음을 유도한다. 무대 위의 돌발상황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웃음 요소는 놀라울 정도다.
카메라 역시 다양한 구도를 보여주며 지루하지 않은 화면을 이어가고 빠른 전개 속에서도 적절한 편집을 통해 흘름이 끊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무대에 어울리는 음악 역시 감동과 흥미를 이끌어낸다. 연극을 사랑하는 배우들이 모여 완성한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눈에 띈다. 마치 이들이 실제 극단에서 만난 이들로 보일 만큼 연기에 대한 애정이 전해진다.
완벽하지 않았고 어찌보면 뒤죽박죽 엉망이 된 연극이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시련을 넘고 넘어 결국은 결승점에 도달한다. 1등이 아니라도 괜찮다. 완주했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낸다. 결국 결과에 상관 없이 완주했다는 사실, 늘 생각만 했던 것에 도전하고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끝까지 갔다는 것에 눈물이 나도록 기쁘고 감동을 받는 것이다.
연출 뿐만 아니라 늘상 에로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꿈을 꾸지도 못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에로 연극을 연출하는데 신물이 난 연출자 민기가 극단이 문 닫기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모든 게 변한다. 진짜 연극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들뜬 연출을 비롯한 배우들은 갑작스런 도전에 어리바리 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모습이다. 이 기분좋은 분주함이 주는 극 중 공간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행복감으로 가득하다.
민기는 위기의 상황에 놓였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려 결심하면서 위기를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로 바꾸고 만다. ‘꿈’이 ‘사치’로 치부되는 이 시대에 절망 속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생각하던 일을 실천으로 옮겼을 때, 현실 타협이 아닌 자신의 이상과 꿈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었을때 발견하는 희망과 행복감이야말로 큰 기쁨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물론 사회적 성공, 자기만족을 포함한 완벽을 추구하는 현실적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 영화가 내면에 품은 꿈을 마음 한 쪽에 숨겨둔채 외면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때로는 이성이나 실리보다 마음이 움직이는 일에 모든 걸 걸어보는 일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극 중 민기는 우연한 기회에 ‘햄릿’을 연출하고싶어하는 자신의 마음 속 한 켠에 있던 생각을 꺼내게 된다. 그리고 행동하면서 기쁨과 감동을 맞게 된다. 영화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온통 뒤죽박죽이고 문제 투성이었지만, 오합지졸이 모여 끝내 해내고 마는, 어쨌든 꿈꾸던 일을 해냈다는 것 자체로 최고의 기쁨과 감동을 느낀 것이다.
8일 개봉. 러닝 타임 93분.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