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이병헌 “기상천외 진 회장, 어떤 배우라도 하고 싶지 않을까” [인터뷰③]
입력 2016. 12.14. 14:09:26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조의석 감독이 애초에 자기 특기를 잘 살렸어요. 의도한 바를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왜 아쉬운 게 없겠어요. 러닝타임이 좀 아쉽죠. 적절한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해요. 길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화장실 가고 싶기 시작하면 집중이 안 되죠.”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이병헌을 만나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 제작 영화사 집)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희대의 사기범·그의 브레인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다룬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희대의 사기범 진현필 역을 맡아 ‘놈놈놈’(2008) 이후 8년 만에 국내 영화에서 악역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진회장 캐릭터를 준비하는 데 있어 오랜 시간 공을 들였고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설득력을 갖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조 감독과 캐릭터에 관해 긴 시간 이야기했다. 한 달 정도 주고받았다. 이 인물은 교주같은 면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그들의 지갑을 훔쳐가려면 교주처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을 거다 그랬다. 현실과 좀 다르더라도 (연설 신이) 첫 신이기에 관객이 사기꾼인 걸 알고 보지만 첫 신에서 수긍할 수 있는, 회원들이 바보가 아니라 당할수 밖에 없는 거라 생각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연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진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관객이 나 같아도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그의 마음을 끈 부분은 현실성 있는 스토리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란 거다. 조희팔 얘기도 했지만, 감독이 조희팔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고 실제 있었던 이야기도 했다. 그런 걸 금융사기로 푼 지점도 그렇지만 때에 따라 시시각각 말투·눈빛·상대를 대하는 태도 이런 게 변하는 기상천외한 사기꾼의 모습을 어떤 배우라도 하고 싶지 않을까. 시시각각 변하고 싶고 새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싶은 게 배우의 기본 욕심이다.”

8년 만에 국내 영화에서 악역을 맡은 그는 진 회장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에 맞춰 잡았다. 그러면서도 악한 면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감독과 함께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조 감독의 영화가 아주 독하고 악랄하진 않다. 늘 정말 경쾌하고 편집 스피드가 굉장히 빨라 경쾌한 템포로 흘러갈 거란 걸 알았다. 금융사기꾼이 남의 마음을 훔치고 사기를 쳐서 돈을 훔치지,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같은 캐릭터가 아니다. 잔인하게 죽이고 그런 캐릭터가 아닌데 그럼에도 킬러를 고용한다. 요즘 영화가 세기도 하고 ‘내부자들’이 워낙 독하고 셌기에 그런 악역 하면 잔인하고 흉폭하다는 예상을 했을지 몰라도 사람을 시켜 청부살인을 하긴 했지만 그런 과정이 안 보인다. 예를 들면 원래 없던 장면인데 아침에 일어나 비트 주스를 갈아 마시는 장면에서 악마 입처럼 남게 하는 게 어떨까를 이야기했고 감독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안 남아 물과 비율을 조합하면서 힘들었다. 고생해서 비율을 만들어 색을 만들었고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화제의 장면이 ‘손등 뽀뽀’ 신 역시 그의 아이디어. 이 장면이 만들어진 것과 관련해 비화를 들었다.

“원래 셋이 손잡는 건데 그 채로 나머지 대사를 하는 거였다. 싫어하고 놀라고 그런 리액션이 있으려면 촌스러운 구호를 외치거나 뭔가 있어야지 손잡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걸 하고 처음 뭉쳤을 때 촌스러웠던 것으로 다시 한번 ‘으쌰으쌰’하자는 느낌이다. 서로 사랑하고 믿자고 했다. 지금에 와선 그런 게 웃기고 오글거리고 유치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장 입장에선 이러면서 유치하지 않았다 생각한다. 그거 없이 손만 잡았다면 어색할 것 같았다. 그들이 애초에 순진하진 않았지만 각자 목표가 있기에 겉으로만 손을 잡고 그렇게 했던 거다.”

에필로그에 담긴 교도소 신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에필로그 역시 그와 감독의 논의 끝에 완성됐다.

“대본에 없다 사실. 주관적 생각인지 모르지만 영화 끝나고 궁금하긴 할 것 같더라. 시원하고 통쾌하지만 진 회장이 뭐할까 궁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필로그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감독과 이야기했다. 20가지 아이디어를 냈는데 유치한 것부터 시작해 많았다. 원래 다르게 찍었다. 후반부에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마지막에 등을 보이며 눕지 않나. 옆에 성경이 하나 있는데 일어나서 성경을 뽑아 들어 한 장씩 넘기고 카메라가 조금씩 들어가 창밖에서 햇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머리쯤 왔을 때 광채가 역광으로 들어온다. 그런 아이디어가 들어가 마지막은 종교로 끝낼 수도 있었다. 내부적으론 통쾌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진 회장이 다시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진 회장 입장에선 희망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신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초라하게 누워서 끝낸 감방 신은 감독이 만들었다. 난 애초에 감방 안이 궁금할 테니 어차피 통쾌한 거 가볍게 웃고 나올 걸 주자고 했고 감독이 그런 영화를 만든 거다. 원래 우빈이 것도 에필로그가 아니었는데 에필로그처럼 빠져나왔다.”

극 중 진 회장은 필리핀 사람의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한다. 능숙한 그의 필리핀식 발음에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힘들여 연습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독하게 연습한 건 아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 때 조 감독과 몇몇 스태프가 장소 헌팅과 필리핀 배우 오디션을 위해 같이 필리핀에 갔다. 필리핀 배우들을 만나면 감정을 실어서 읽게 했고 녹음을 해달라고 했다. 한 연기자가 아닌 세 연기자에게 따로 부탁했는데 필리핀에서 바로 보냈더라. 한 사람의 녹음만 들으면 잘 못 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영어를 계속 들었다. 너무 오버되지 않는 중간선을 찾아 했다. 처음엔 어떻게 연습하나 했는데 계속하다 보니 나름의 공식이 있었다. 공식을 찾고 나선 다른 대사가 주어져도 필리핀 영어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뤄진 현지 로케이션 촬영은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진행됐다. 음식이나 기후 등으로 인해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필리핀 신을 위해 필리핀에) 한 달 정도 있었다. 점심은 밥차였는데 요리하시는 분이 필리핀 사람이었다. 한국 음식 만드는 걸 교육받은 필리핀 사람이 운영했는데 제법 잘했다. 점심 같은 경우 현장에서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촬영지가 톤도라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다. 도살장 한가운데에서 촬영했는데 돼지 멱따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바닥에 고인 썩은 피 악취를 맡으며 밥을 먹어서 그게 좀 힘들었다. 음식은 전 세계가 평준화된 것 같다. 물 때문에 고생했다. 다행히 촬영이 없을 때 그랬지만 백화점 내 프랜차이즈 식당에 갔을 때 더우니 얼음물을 달라고 했다. 얼음이 문제였다. 물의 질을 생각지 않고 얼려 줘서 2~3일 고생했다. 강동원 같은 경우 살이 되게 안 찌는 체질인데도 억지로 힘들게 찌워 왔는데 바로 탈이 나서 3일 만에 다 빠져 원상복귀 됐다. 동원이가 가장 고생했다.”

필리핀에서의 촬영은 기후와 냄새 등 환경으로 인해 배우와 스태프를 힘들게 했다. 그 외 배우인 그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물었다.

“전반적으론 필리핀 쪽 촬영이죠. 어마어마한 날씨와 냄새 때문에요. 손잡는 신을 찍을 때 개인적으로 좀 힘들었어요. 신이 몰려 있어 아침부터 새벽까지 찍었는데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혼미했어요. 그리고 공항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러지 않아도 이 신이 유치해지면 어쩌나 고민하고 있던 차였는데 정신이 혼미해지니까 내가 하는 신이 선이 넘는지 괜찮은지 아무런 감이 없더라고요.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찜찜해서 다음날까지 조 감독에게 문자로 체크했어요. 주변에 물어봐서 유치하고 재미없다고 하면 손잡는 것에서 끝냈을 거예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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