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 탐구생활, 사랑-우정-교감 그리고 음악 [인터뷰②]
- 입력 2016. 12.14. 18:31:5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지난 2011년 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해 6년 차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변요한(31). 그는 연기 앞에서 자신에게 엄격한 듯 보였다. 연신 진지하고 신중하게 말을 꺼내는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데뷔 이례 다수의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한 그는 지난 2014년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에게 얼굴도장을 찍은 뒤 ‘육룡이 나르샤’ ‘구여친클럽’등의 드라마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4일 개봉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는 김윤석과 함께 주연을 맡아 서른 살의 수현을 연기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변요한을 만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 제작 수필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촬영을 마친 뒤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후련했다. 작품 하는 동안 집중해서 진심으로 연기하려 했다. 물은 엎질러졌고 후련히 놀자 생각했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그는 홍지영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대화를 나누기 보단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그는 홍 감독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통해 갖게 된 신뢰가 영화를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볼 때 집중을 잘 못 해서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더라. 보면서 감독님과의 미팅 때가 생각났다.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했는데 그때 말씀을 안 하셨어도 확신이 있었다. 감독님 밖에 이 작품을 손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섬세하다. 기욤 뮈소의 책을 읽었는데 각색한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를 어떻게 할 건지 등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도 그런 것 같았다. 작품을 통해 얘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야기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좋다. 감독님의 좋은 기운과 글이 좋았다. 영화과 원작과 비슷한데 베이스가 좋다. 본질적으로 관통하게 찍은 부분이 있어서 시사회를 보며 감탄했다.”
그가 본 이번 영화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었다. 연기 역시 그 본질에 집중해서 했다고 밝혔다.
“사랑·부성애·우정뿐만 아니라 감자(강아지)와의 관계도 그렇고 되게 묘한 여러 가지가 있다. 기욤 뮈소를 안 만나서 모르겠다. 가장 중요시한 부분을 실수하지 말고 잘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지만 소중함도 있고 다 있다. 난 연기를 하니까 한수현의 본질을 보고 싶었다. 30년 후 수현이 왜 찾아왔을까, 왜 실수했을까를 생각해보면 ‘불우했기 때문이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지. 연아가 어떤 존재기에 한수현이 연아가 없으면 못살까? 마인드맵처럼 타고 가니 결국 ‘사랑’이더라. 감독님이 모든 장면을 사랑으로 만들어 준 것 같아서 사랑에 집중했다.”
격렬한 액션이나 스릴러는 아니지만 편안한 연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지 않을까.
“감독님이 만들어줬다. 윤석선배도 마찬가지고 모든 배우가 다 정말 대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원작 소설이 있는 부담이 있겠지만 그걸 뛰어넘으려면 결국엔 메시지가 뭔지 알아야 했다.”
앞서 김윤석은 변요한에 대해 즉흥적인 연기에도 열려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변요한은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집에서 시뮬레이션, 즉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현장에 가면 많은 변수가 있다. 즉흥이라기보다 선배 품에서 솔직하게 놀고 싶다. 선배가 이미 마음을 오픈하고 있어 주셔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극 중 화제가 된 ‘풍선 프러포즈’는 변요한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이 같은 아이디어에 담긴 생각을 물었다.
“한수현이 연아와 6~7년 만났지만 좋은 남자라 볼 수 있는 행동을 못 했던 것 같다. 돌려 얘기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려 담배를 태우고 음악을 듣고 하는데 그날 정말 용기를 내서 가는 날이다. 대사가 시적이고 연아를 위한 말이다. ‘너밖에 없다. 고맙다’고 연아를 높여주는 말인데 나보단 연아가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아가 행복해하면 한수현도 치료받고 행복해하지 않을까.”
영화에서 그는 로맨틱한 인물이다. 실제 변요한은 로맨틱한 사람인지 묻자 “주변엔 남자뿐”이라며 웃었다.
“남자들에게 로맨틱한 것 같다. (웃음) 주변에 남자들만 득실거린다. 남자들과 진중한 얘기, 간지러운 얘기를 한다. (과거 연인과) 함께 있을 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때와 장소에 맞아야 로맨틱할 수 있다.”
연아 역을 맡아 그와 호흡을 맞춘 채서진. 그녀와의 러브신은 소설보다는 덜하지만 관람 등급이 12세 이상인 것을 감안할 때 수위가 조금 높은 느낌이 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내가 봐도 세더라. 그건 알아서 해주셨기에 그 장면이 세서라기보다 작품이 끝났으니 안 보이는 게 보이는 거다. 작품에 임할 땐 그 러브신에서 아름답게 사랑하는 관계를 표현했기에 그렇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엇(수현)이 일리나(연아)를 사랑하고 30년 후 수현이 그녀를 찾아오려면 아름다운 기억 만들어야 절대 못 잊는 그날이 될 수 있어 정말 충실하고 싶었다.”
많은 배우가 작품을 찍을 때만큼은 상대 배우에게 애정을 갖고 몰입한다고 말한다. 그 역시 촬영을 하며 연아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사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작품을 할 땐 작품에 집중하고 공사를 확실히 구분한다. 한수현이 연아를 사랑하는 모습을 정말 표현하고 싶었다.”
그는 30년 전 수현, 즉 서른 살의 수현을 연기했다. 30년 뒤의 수현보단 어리숙하고 심지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대본을 봤을 때 의문스럽고 답답한 모습이 있다고 느꼈다. 만약 영화가 드라마화되든지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많이 보여줄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건 한수현의 본질 때문이다. 부모님처럼 될까봐 사랑 얘기를 못 한다. 계속 돌아가는 그런 부분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결국 30년 후 수현이 와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요한은 원작인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군대에서 읽었다. 그러다 사회로 돌아와 배우로서 이 작품을 시나리오로 다시 만났을 때 ‘운명’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정통 멜로를 하게 됐다.
“소설을 군대에서 읽었다. 정말 신선했고 ‘이런 책도 있구나’ 하며 금방 읽었다. 시간이 지나고 내게 이 시나리오가 들어와 운명 아닌가 했다. (웃음) 두렵지만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의견이) 상상과 너무 달라 주워 담기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느끼고 있는 게 뭐냐고 했더니 다들 ‘사랑’이라더라. 그리고 있을 때 잘하자는 것, 소중함 간절함 등이었다. 그걸 캐릭터에 넣어 전달하고 싶었다. 드라마 ‘구여친클럽’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찍은 적 있지만 정통멜로에 가까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가 연인과의 사랑을 다루긴 하지만 동시에 친구와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역시 연기를 한 입장에서 우정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하다.
“정말 20대를 함께하는 친구 같다고 생각했다. 세하형이 친근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편하고 오랜 친구 같다. 촬영할 때 기운을 받긴 했지만 태호라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몰랐다. 그런데 장례식장 신 이후 못 봐 진짜 허전하더라. 작품 안에서도 진짜 떨어졌는데 나중에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실제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OST를 불러 화제가 된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김윤석과 함께 80년대 대표 아이콘 김현식의 ‘당신의 모습’을 불렀다. 그에게 배우에게 출연작의 OST를 부를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물었다.
“둘 다 내가 하고 싶어 해서 한 건 아니었다. ‘육룡이 나르샤’도 그렇고 감독님이 내게 ‘민중을 대표할 수 있는 노래인데 불러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다. 한 번에 ‘네’라고 못하고 어떤 노래인지 물은 뒤 ‘피해가 안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한 거다. 이번에도 두 수현이 엄청 싸우는데 마지막에 둘이 하나란 걸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그게 전부지 기교를 부리기 위해 부르고 싶지 않다. 도움이 될 거라 해서 불렀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그는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노래방 18번인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불러 여심을 흔들기도 했다.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극장 가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때도 잦다. 음악의 힘이 크니까. 노래방에 자주 간다.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 친구들과 수다도 많이 떤다. 18번이 많이 바뀌는데 ‘미생’ 찍을 때 부른 ‘말하는 대로’는 변치 않고 18번, 하나 더는 윤종신의 ‘오르막길’이다.”
이번 영화로 호흡을 맞춘 김윤석과 그는 말보단 교감으로 통했다. 그의 입장에선 대선배이기도 하기에 배려를 해 준다 해도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기도 했다. 촬영 당시 뮤지컬을 병행했기에 술자리를 많이 가질 수 없었던 아쉬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말씀을 많이 하시기보다 진짜 어떤 ‘교감’이었어요. 교감으로서 말을 많이 안 해도 ‘상대와 내가 연기할 수 있구나’ 했죠. 선배님이 마음을 열어주셨어요. 그 눈빛과 기운이 보였죠. (연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멱살을 세게 잡았는데 저도 놀랐어요. 잡고 눈을 봤는데 ‘너는 나’라고 마인드컨트롤하고 있어 주신 것 같았어요. 어려워요. 멱살 잡는 건 과감해도 컷이 끝나면 구석으로 갔어요. 정말 편하게 해주셨지만 어려움이 있었죠. 끝에 두세 번 술자리를 가졌어요. 많이 아쉬워요. 공연 때문에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었으니까요. 선배가 이해해주셨어요. 30년 후의 나와 30년 전의 내 생각이 읽히면 안 된다는 점에서는 안 마신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