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정진영 “입소문으로 가야 할 영화, 원전 실태 생각 계기 될 것” [인터뷰①]
입력 2016. 12.17. 17:53:00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를) 만들 때 많은 관객을 만나길 바라죠. 이 시기에 잘 된 거라더라고요. 개봉 확정 후 시국이 뜨거워지면서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시국에 대한 관심이 클 때라 관객이 보고 입소문 내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해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정진영(53)을 만나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 엔터테인먼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판도라’는 국내 최초로 원전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다룬다. 정진영은 발전소 소장 평섭을 연기했다.

“주위에선 ‘수고했다’ ‘울었다’고 하더라. 아내, 친구들 등 주변 반응은 거의 압도적으로 좋았다. 친한 사람들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어차피 영화라는 게 호불호가 갈린다. 이번엔 ‘호’ 쪽이 많더라.”

‘판도라’는 개봉 9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2주차 흥행질주를 하고 있다. 정진영은 영화가 좋은 반응을 끌어내는 것에 대해 ‘입소문’의 중요성을 실감한다고.

“몇 년 간의 사건·사고가 있는데 관객이 알아서 해석하고 캐치하는 것 같다. 개봉 이후 영화는 관객의 것이고 흥행은 관객이 시키는 거다. 우리는 만드는 순간 끝나는 거다. 감독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포착하고 상상을 해 픽션으로 만든 게 현실이 되어가니까 좀 당혹스럽다.”

최근 여진이 다시 발생하기도 했지만 지진, 안전대응책 준비 미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란 걸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그의 생각을 물었다.

“촬영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어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에서 강진이 났을 때로 가정을 한 건 그랬을 때 우린 거기에 대비가 됐나, 안전한가, 원전은 괜찮나 하는 것이고 실제 강진이 나서 당황했다. 픽션인데 현실화될까 두려움이 커졌다. 지진이 났을 때 당혹스러웠다. 거리감을 두게 만들었는데 지진이 났다. 이 영화가 원전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보고자 경각심을 일깨우려 만들었는데 약간 거리가 필요함에도 직접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경주 지진과 여진으로 관객이 겁먹을까 봐 걱정이 된다. 겁먹으라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취지였다.”

영화가 현 시국과 맞물려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한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그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시국과 맞물려 관객이 그 부분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의 고통과 극복, 헌신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밝혔다.

“(영화에 발전소 식구들, 마을 사람들, 청와대 등) 세 파트가 나오는데, 청와대 사람들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가공의 상황으로 만들어 놓은 거다. 거리를 두고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당시에도 현실이었으니까 거리감을 두고 그린 건데 오히려 관객이 그걸 더 집중해 보더라. 어쩔 수 없다. 국민이 정치적 학습을 해 그 부분을 더 크게 보는 거다. 재난을 둘러쌌을 때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고통받고 어떻게 극복하려 노력하는가, 그들의 헌신이 이 영화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고 그 포인트가 잘 전달돼야 한다.”

‘판도라’는 재난 영화, 가족 영화로 홍보되고 있지만 실은 그 안에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함도 담겨 있다. 시국의 흐름에 편승해 홍보하는 것으로 비칠까 더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더 큰 재난을 예방하자는 좋은 취지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영화인데 시의적절한 개봉으로 관심을 끄는 게 꼭 나쁘다 할 수 있을까.

“촬영할 때도 그렇고 개봉 일자를 잡았을 때도 이런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예상 못 했다. 홍보를 미리 해 붐업시키는데 시국이 워낙 뜨거우니 영화의 존재감이 초반에 좀 없었을 것이 당연하다. ‘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다들 관심이 뜨거워서. 그렇다고 개봉일을 바꿀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으냐. 조금 손해 보더라도 이 계기를 통해 나라가 제대로 선다면 좋은 일 아니냐. 다행히 개봉하고 입소문이 뜨겁게 나 이제 주변에 소리가 좀 난다. 개봉 2주차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더 관객에 어필하고 굉장히 자발적으로 관객들이 홍보하시더라. SNS 등에 올리고. 그 덕을 본 것 같다. 관객 입소문으로 가야 할 영화 아닌가 싶다.”

어떤 영화든 관객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게 마련이다. ‘판도라’의 경우 ‘신파’라는 점을 놓고 호불호가 갈린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거다. 재혁이란 인물이 아버지와 형을 원전사고로 잃은 사람이다. 재혁이 또한 위태로운 상황이 되고 온 국민이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어떻게 그 가족이 눈물을 흘리지 않겠느냐. 어떻게 절제할 수 있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린 대본을 먼저 봤다.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그 장면을 찍는 날 나는 촬영이 없는데 가서 봤다. 진정성 있게 찍혔고 영화를 보면서도 굉장히 길기 때문에 그 부분이 어떻게 보일까 했다. 나로선 잘 받아들여졌다. (영화를) 찍은 사람이라 감정이 들어가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이 영화에서 우는 사람은 그 사람들(재혁 가족) 밖에 없다. 난 안 울지 않느냐. 그분들의 사연은 절제할 수 없는 사연이다. 영화를 그 전에 안 보고 언론배급 시사 때 주로 본다. 어떻게 찍었는지, 시나리오를 알지만 영화가 스펙터클 하기에 어떻게 구현될 건가, 현장에선 뒤에 CG가 입혀지는 걸 모르니까 궁금했는데 몰입된다 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구현됐다. 두 번째, 눈물장면인데 과하다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많다 생각할 분도 있을 것 같다. 신파란 장르 자체가 원래 태생이 정치연극에서 나온 거다. 장르 자체가 신파 연극인데, 옛 구파가 아니라 신파란 거다. 계몽주의 정치극인데 이슈가 되니까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눈물이 많은 걸 신파라 부른다더라. 어떻게 보면 이슈를 전하려 감정을 많이 전달하는 거라 생각한다. 이들의 비극과 슬픔을 많이 전달할수록 이 영화가 전달되는 거 아닐까. 그래야 호소력이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어떻게 절제하나 그 사람들이. 이런 감정이 많을수록 이야기가 더 진하게 전달된다. ”

정진영은 과거 어린 아들이 핵물리학자를 꿈꾸었던 것을 계기로 원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후 원전 점검의 필요성을 느끼며 막연히 믿고 안전에 대해 맹신할 수 없음을 알았다.

“원전에 반대한다. 아들이 지금 졸업반인데 초등학교 때 꿈이 핵물리학자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원전이 좀 위험할 수 있는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겠지하면서도 미심쩍었는데 아이의 꿈이 그거라니까 알아보고 공부했다. 원전반대론자가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한꺼번에 폐로할 수 없다. 노후 원전은 점검해야 하고 실제 우리나라 원전 논의가 몇 번 있었다.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왔지만 아주 밀접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생각하지 않아 이런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실질적으로 우리가 내막을 모르잖나. 원전 부품을 인가받지 않은 걸로 바꿔 낀 납품 비리가 있는 나라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는 ‘판도라’를 통해 우리 사회가 원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안전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세대는 환경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세대다. 민주화운동이 거세지면서 시민사회 운동에서 환경 운동이 자리잡았지 않나. 알아본 바로는 현재 폐기물들이 반감기가 20만 년 이란다. 그걸 안전하게 격납할 시설이 지구에 없다. 핀란드에 하나 지으려 한다고 한다. 보존 비용으로 따지면 경제적이지 않다. 독일은 탈원전 사회로 가고 있다. 그분들이 체르노빌 사건 때 경험을 했다. 독일에서 지냈던 지인에게 들었는데 차를 타고 모든 사람이 서쪽으로 도망갔다고 하더라. 그때 느낀 공포가 유럽사람들에게 있는 거다. 지식으로 깨친 게 아니다. 우리는 경험이 없다. 한 번 터지면 돌이킬 수 없기에 아무리 경각심을 갖고 안전망을 점검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수원에서도 직원들이 이 영화를 보라고 얘기했다더라. 안전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영화의 스케일이 크고 집중력이 있고 감성을 자극하는 게 있고 볼만한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아마 우리 원전 실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거다. 그런 취지에서 감독이 만들었고.”

그는 ‘판도라’가 수습 불가한 원전 사고가 나기 전 개봉했다는 것과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영화라 평했다.

“수습 불가한 원전 재난을 다룬 만큼 사고가 나기 전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대응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영화라 봐요. 사고가 나기 전에 개봉한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영화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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