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김주현, 내공이 느껴지는 9년차 신예 [인터뷰]
입력 2016. 12.18. 00:22:11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전 계속 신인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일을 꾸준히 한 게 아니라 (출연한) 작품이 많지 않죠. 처음부터 욕심이 있어 꿈꾼 게 아니라 작품을 하면서 욕심이 생겼기에 당연히 부족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 기대되는 충무로 신예로 꼽힌 김주현(30).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데뷔 9년 차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김주현을 만나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 엔터테인먼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판도라’는 국내 최초로 원전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다룬다. 김주현은 재혁(김남길)의 여자친구이자 발전소 홍보관 직원 연주를 연기했다.

한 눈에도 한가인을 닮은 얼굴. 배우로서 누군가의 닮은꼴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을 터다.

“감사하다. 학창시절에 들으면 기분이 좋아서 자랑도 했다. 이 일이 직업이 되니까 날 있는 그대로 봐주기보다 비교해서 보게 되니 장점만은 아닌 것 같다. 색깔이랄까. 정의하기 뭐한데 지금까진 잘 모르겠다. 앵글 안에선 묘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런 느낌이 있나 보다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그녀는 이어 ‘그녀는 예뻤다’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뒤 2012년 ‘TV소설 사랑아 사랑아’ 2013년 드라마 페스티벌 ‘상놈 탈출기’ 2014년 ‘모던파머’에 출연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다.

“다른 분들 생각처럼 힘들지 않다. 어릴 땐 학교 다니고 친구들이 취업하기 전, 함께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이 배우고 놀았다. 20대 중반을 넘어가며 친구들이 직장을 가졌고 난 직업을 생각하게 됐다.”

‘판도라’에서 그녀는 영화를 끌어가는 배역인 만큼 분량도 상당한 편. 이번 만큼 긴 호흡으로 연기한 경험이 없었던 그녀이기에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작품을 하며 항상 배우긴 하는데 이번엔 워낙 훌륭한 배우들이 많고 내 호흡이 길어 배운 게 많다. 현장에서 길게 촬영한 경험이 많지 않았다. 이번 영화가 재난 영화다 보니 배운 것도 많고 감독님이 날 오롯이 놓고 설명해주셨다. 이런 게 처음이고 성장통 같다.”

박 감독은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그녀를 캐스팅해 현장에서 혹독하게 가르쳤다.

“촬영한 지 오래됐다. 나는 지나면 사실 잊어버린다. 이번 뒤풀이 때도 선배들이 ‘현장에서 잘 버티더라’ ‘안 힘들었느냐’고 하시더라. 기억이 안 나더라. (감독님의) 표현이 투박했다. 난 빠르고 예민한 성격이 아니고 조금 혼내도 밥도 잘 먹어 답답한 면이 있으셨을 것 같다. 날 캐스팅 한 게 걱정되고 부담도 되고 잘 되길 바라신 게 아닐까.”

자신을 혹독하게 대하는 감독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 그녀는 박 감독의 조언을 마음에 새겼다.

“좌절도 안 하고 속 터질 수 있는데 좋은 말도 잘 해주셨다. 주눅 들고 위축될 때 신 촬영을 잘 못 하고 나면 표현은 안 해도 혼자 힘들어한다. 표현한다는 것도 민폐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 것도 고민을 말씀드리면 감독님이 ‘네가 가진 걸 믿었으면 좋겠다. 재난영화고 기술적 필요한 건데 하루아침에 되는 거 아니니 조바심내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혹독한 부분은) 표현이 그랬던 것뿐이다. 나쁜 마음이 아니라 현장이 시끄럽고 해야 할 부분이 많아 가끔 나오긴 했지만 그 누구도 기분 나빠 할 그런 게 아니었고 이해했다.”

그녀는 버스 1종 보통 면허를 따고 촬영장에서 단 한 신을 빼고는 직접 버스를 몰았다. 스쿠터도 연습해야 했다.

“스쿠터 같은 경우 따로 면허가 필요 없었고 버스는 면허가 있어야 했다. (버스 운전이) 어려웠다. 그것 때문에 많이 혼났다. 자꾸 시동이 꺼지더라. 항상 그 전날 가서 서너 시간 연습해도 현장에 가면 워낙 배우가 많아 뭔가 다른 액션이 들어가면 꺼졌다. 실제 역주행은 아니었지만 역주행 신만 빼고 실제 내가 운전을 했다.”

실제 재난 현장을 방불케한 현장은 분진이 날리고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먼지 가득한 재난 현장이라 힘들 겨를이 없었다. 연기에 있어 부족함을 느꼈고 자신을 돌아보며 찍던 때라 외적인 어려움보다 내 부족함에 힘들었다. 사투리의 경우 많이 연습하고 들어갔는데 가장 연습에 있어 고민한 부분이다. 평소 말투 때문에 사투리가 많이 무너졌다. 많이 연습하면 될 줄 알았는데 1년도 아니고 한 달이라 나중에 그런(무너진) 부분이 있었다. 사투리를 평소에 많이 연습했다.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 영상을 틀어 항상 듣고 그래도 부족한 건 현장에서 선생님이 붙어 많이 잡아주셨다.”

극 중 그녀는 석여사(김영애) 정혜(문정희)와 함께 피난을 다니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고속도로 신과 체육관 신으로 나뉘는데 힘든 건 고속도로 신이다. 고속도로 신을 먼저 찍은 뒤 체육관 신을 찍어서인지 영화로 나왔을 때 오히려 체육관신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여자 셋이 피난 다니는 신을 찍으며 마음이 아팠다. 기술시사 때 문정희 선배와 봤다. 난 내가 나오는 신에서 울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눈물이 너무 났다. 문정희 선배와 김영애 선배가 극 중 화를 낸다. 화를 내고 싶어 내는 게 아닌데, 어머니는 아프고 민재를 챙기고 ‘내 탓이다’ 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 때문이에요’ 하는데 언니도 과거 상처가 있어 아파하고 다 과거가 떠올라 아픈 사람들이다.”

그녀는 많은 재난영화에서 남성이 여성을 구하는 것과 달리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연주의 캐릭터에 끌렸다.

“처음 준비한 건 시나리오를 봤을 때 누굴 위한 영화가 아니다 생각했다. 함께하는 영화고 많은 사람이 나오고 각자 이야기가 있어 전체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영화인 것 같아 표현은 과장되지 않게, 포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서 처음 그린 것 자체가 강인한 여자였다. 보통 재난영화가 나오면 남자가 여자를 구하다 위태로워지잖나. 당시 내가 운동선수나 강인한 여자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침 딱 그런 캐릭터였고 연주가 가진 점에서 가장 매력을 느낀 건 안에 담은 것과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울지 말자’가 마음에 있었다. 끝부분의 오열 신 있잖나. 재혁이 돌아올 거란 희망이 있다. 책임감 있는 역할인데 연주가 울면 다른 사람이 무너질 수 있다.”

그녀는 현장에서 감독에게 외모를 체크하지 않아 지적 당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내가 외모를 체크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샵에서 해 주는 대로 했다. 외모도 책임감인데, 재난영화이기도 했고 어쨌든 연기적인 부분이 커서 감독님이 처음 날 봤을 때 너무 여성스러워 강인하고 거칠었으면 했기에 그래서 내가 망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안에 보정물을 넣고 찍었다. 어느 날 ‘너 왜 거울 안 보니’하셔서 간과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판도라’에 캐스팅되는 과정은 그녀에게 어안이 벙벙하단 표현을 쓸 정도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주로 오디션 기회를 먼저 만들어야 했던 그녀는 먼저 제의가 왔던 것에 놀랐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내가 욕심이 생겨 회사에 오디션을 잡아달라고 한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다. 신인이라 오디션을 보러 다닌 경우가 많았는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셔서 오디션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감독님이 처음에 어떤 이미지를 좋게 보셨다. 드라마 ‘모던파머’에서 처음 우연히 보시고 PD님도 보고 회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다. 시나리오를 보고 미팅 2주 뒤 중요한 3~4개의 신을 미리 주셔서 오디션을 봤다. 마지막 오디션으로 생각하고 봤다. 시나리오를 보니 너무 큰 영화고 연주 역할이 컸다. 이걸 과연 인지도 없고 부족한 신인에게 맡겨줄까 싶었는데 사실 정말 하고 싶었다. ‘후회 없이 하고 와야지’하고 봤다. 감독님은 생각한 이미지가 아니었다더라. 눈빛이나 얘기하는걸 보고 오디션을 잡아 준 것 같은데 오디션이 끝나고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그녀는 영화에서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등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들과 함께 한 소회를 들었다.

“영화 들어가기 전부터 내가 그린 그의 이미지가 있었고 뵀는데 너무 많이 닮아있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도 전혀 어려움이 없어서 그린 것과 닮아 불편함도 없고 촬영 전에 대화도 많이 했다. 경험 부족이라 그런 부분을 여쭤봤고 많이 도와 주셨다. 전화통화 신 같은 경우 직접 통화 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김영애 문정희는) 되게 어려울 거란 생각도 부담도 있었다. 김영애 선생님이 엄마 역할로 나온 건 다 찾아보고 들어갔는데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내가 혼자 고민하거나 이런 부분을 자유롭게 연기하게 도와주신 부분이 크다. 감독님이 소리 지르면 ‘그러지 말라라.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고 하셨다. 정희 언니도 신이 끝나거나 하면 내가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아니라서 ‘자신감 있게 얘기하라’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작품활동이 그리 많지 않았던 그녀에게 이번 영화를 위해 연기에 있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 물었다.

“사실 부담이 크긴 컸는데 또 하나의 역할이다 생각한 것도 있다. 너무 몰라 그럴 수도 있는데 연주란 역할이 주어졌을 때 사이즈보다 ‘연주란 역할이 주어졌구나’에 초점을 맞췄다. 들어가며 큰 스케일의 영화에 큰 역할이라 들어서 그때 부담이 왔다. 연주가 느낀 내면적 부분에 대해선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없었다. 내 생각엔 나도 강하다. 책임감도 있고 그런데 연주는 직접적으로 거칠게 표현하는 부분이 많아 감독님에게 많이 물어봤다. 처음엔 다 사투리로 녹음해서 보냈는데 감독님이 ‘많이 연습하고 보내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내게 요구한 게 있었다. 7시에 일어나 집 앞에서 무술감독님을 만나 운동을 하고 스쿠터 운전 사투리 연기를 연습했다. 마지막에 컨펌을 받았고 그걸 한 달 했다. 힘들었겠다고 하는데 난 바빠 보고 싶었다. 연예인들 ‘쓰러졌다, 입원했다’하는 걸 보며 ‘저게 뭘까’ 했었다.”

‘판도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그녀에게 이번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영화였던 것 같다. 긴 호흡으로 연기한 게 처음이었고 장르 자체가 주는 배울 점이 많았다. 감정의 깊이와 넓이 같은 것보단 함께 작업하며 어우러져 연기하는 걸 배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시너지가 있는지, 도움이 되는지 많이 배웠다.”

앞서 누리꾼 투표로 1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 최종 후보에 오른 그녀는 당시 뚜렷한 이유 없이 주인공 자리를 다른 여배우에게 내줬다. 이에 논란이 커졌고 캐스팅 논란이 불거지자 SBS 측에서 그녀에게 서브 여주인공 정다연 역을 제안했으나 고심 끝에 고사했다.

“당연히 속상했다. 지나서 여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당시 속상해서 자기계발 영상과 책을 많이 읽었다. 공개 오디션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속상하지 않았을 거다. 수없이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캐스팅 불발이 많아 큰일이 아닐 수 있는데 공개오디션이라 많이 알려지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란 게 생겨버려 내 발언으로 다른 사람이 뺏어갔다는 느낌일 수도 있어 조심스럽고 예민해졌다. 지나고 나서 보니까 공개오디션이란 틀 때문이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과정인 것 같다. 더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당시 ‘이 시간을 잘 견뎌 다음에 다른 작품을 하거나 배우로서 활동할 때 단단해져야지’ 했다.

이번 영화가 그녀에겐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자신감 부족이라 여긴 것이 실은 책임감 부족이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욕심이 많이 생겼다. 부족해서 무너질 순 있는데 배우를 계속할 거라면 무너지면 안 된다. 부족하다는 생각만 계속하면 다음날 촬영도 부족해질 수 있단 걸 촬영이 끝나고 배운 것 같다. 잘해보고 싶다. 생각보다 못한 게 많이 생각난다. 자신감 부족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책임감 부족이 크더라. 책임을 못 지고 있다 생각해 많이 부끄러웠고 도망쳐야겠다가 아니라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욕심대로 상황이 안 따라줬는데 돌이켜보면 그래도 잘 보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그녀에게 앞으로 도전하고픈 작품에 대해 들었다.

“항상 했던 것과 반대된 걸 해보고 싶다. 많이 못 해봤기에 영화의 장단점을 몰라 막연히 액션을 하고 싶었는데 이 영화를 찍을 때는 감독님이 ‘매드맥스’를 참고하라고 했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 촬영이 다르더라. 모르는 게 많아 ‘좋은 것도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좋아해 김영애 선배의 작품을 좋아한다. 현장에 김영애 선배와 모녀로 호흡을 맞췄던 최강희 선배가 놀러 왔는데 부럽더라. 여자들 감정이 어렵다 생각한다. 직접 표현하지 않는 게 많고 엄마와 딸이 가장 가까운데 미워하는 것 같은 것 등이 그렇다.”

틈만 나면 많은 걸 배웠다는 그녀는 운동, 그림, 글쓰기 등 취미도 다양하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먼 훗날 전시도 꿈꾼다.

“어릴 때 안 가리고 운동을 했다. 당시 유행하는 운동인 밸리댄스 요가 발레 등 이것저것 안 가리고 배웠다. 운동을 진짜 싫어하는데 안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운동을 했을 때 안 했을 때가 정말 다르다. 먹는 걸 좋아해 살이 쪄서 운동을 꾸준히 한다. 최근에는 그림을 좋아해 미술관에 가고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친구들은 직장에 다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예전엔 요가 밸리댄스 등을 친구와 함께 배웠는데 이젠 혼자 기본적인 운동을 하고 집에서 글쓰기를 한다. 그림도 혼자 할 수 있어서 한다. 이런 것들이 연기에 개인적으로 도움이 된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인정받고 싶다. 잘 그리지 않는데 호응해줘서 전시도 꿈꾼다.”

끝으로 ‘판도라’ 이후 그녀의 계획을 들었다.

“아직 작품 계획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2017년 몸으로 하는 운동,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 노래는 못해서 못하는 걸 하려고요.” (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