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문정희 “할 얘기 많은 영화, 경각심-입소문 기대되고 궁금” [인터뷰]
입력 2016. 12.20. 09:29:42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보통 블록버스터들이 꾀나 시끄럽게 (홍보를) 하긴 하죠. 겸손한 홍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시국적 면도 있고 보고나면 센 면도 있는데 우린 사실 크리스마스를 대비하기도 하고 가족이 12월을 맞는 영화라 하고 싶어요. 원전이 경각심을 넘어 ‘무섭다’ ‘위험하다’라는 어필을 하길 바라지 않고 입소문이 났으면 해요. 전체적으로 할 얘기가 많다는 면에선 기대가 되고 궁금해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문정희(41)를 만나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엔터테인먼트)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판도라’는 국내 최초로 원전 소재를 다룬 재난 영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 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다룬다. 문정희는 홀로 어린 아 들을 키우는 재혁의 형수 정혜를 연기했다.

“배우 홍보도 중요하지만 평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 자체가 가진 주제나 많은 분들이 알고자 한 것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출연이다. 이런 의미 있는 영화에 출연하는 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에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까. 대비가 잘 됐을 것 같은 일본임에도 사고가 나니까. 우리나라가 단위면적당 밀집이 많이 돼 위험성이 없다 할 수 없다. 원전부분들이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소시민의 사투가 공감 될 거다. 결국 처리한 건 소시민이니까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가족애 가 더 돋보이는 영화라 하고 싶다. 가족 아니면 누가 가서 목숨을 내놓겠나. 가족도 쉽지 않은데 원전 이야기지만 시즌에 걸맞다.”

김영애는 재혁 엄마, 문정희는 민재 엄마 역시 주인공은 남자인데 ‘카트’가 여성영화였지만 하나의 인물로 우뚝 서는 역할이 아니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로 최근 '미씽' '여교사' 등이 나오지만 아직 부족하단 말이 많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분량이 적긴 하지만 그 적은 분량 안에서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카트’때 선생님과 같이 해서 선생님에게 ‘판도라’를 같이 하자고 졸랐다. 시 어머니 며느리 관계로 연기 했지만 훨씬 편했다. (김)주현이는 쉽지 않았을 거다. 신예인데 긴 호흡으로 끌었어야 했다. 선생님이 베테랑이고 우리가 부담스럽겠다 생각했다. 선배 둘과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기죽지 않고 당차게 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섞이려하고 착하고 성품이 좋다. 만들어가려면 셋이 기본적으로 배우들은 주현씨도 잘해줬지만 복구조 남자들이 잘 뭉쳐서 했다. 그건 우리가 ‘가족이야’ 하면 가족에서 히스 토리를 느껴야 하니까 무장해제 되고 친밀하게 하려고 개인적으로 노력 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현이 잘 해줬고 워낙 둘이 맞췄으니 다시 만난 즐거움을 갖고 했다. 힘들긴 했 다 수천 명의 보조출연자가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우리만 잘 해선 안돼 감사하더라. 같이 고생한 동료들이 있으니 우리가 힘들다 할 수 없다. 장면이 잘 나와 다행이다. 이 영화는 강신일 이경영 김명민 등의 선배들이 힘을 실어줘 완성된 작품이다. 내 몫은 전형적일 수 있고 새로운 모습보다 기여하는 역할이다.”

‘카트’에서도 그녀는 해고당한 상처가 있는 싱글맘을 연기했다. ‘연가시’에서도 그녀는 절망적 상황에서 자식을 위해 희망을 놓지 않는 엄마를 연기했고 이번에도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 남편을 잃은 싱글맘 역할을 맡았다. 연이어 싱글맘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또 자녀가 없는 그녀가 모성애 연기를 하는데 있어 공감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싱글맘 역할은 그만했으면 한다. (웃음) 아이에 대한 부담이 언제나 있다. 잘 몰라 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는데 쉽진 않다.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힘든 환경 에서 한 두 테이크에 오케이 돼야하는데 아역배우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편하게 해 주려 하고 엄마 역할이라 친밀도를 쌓으려 노력했다. 속마음까지 표현은 안 해 불편하다. 연기니 그렇게 하긴 한다. (엄마 역할이) 계속 들어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어렵 다. 모성이란 게 잘 모르겠다. 여섯 살 조카가 있으니까 옆에서 얘길 하다보면 이모가 사인하고 그런 걸 신기해한다. 자라는걸 보고 간접적으로 아는 거지 그렇다고 와 닿는 게 없다. 기본적으로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편이라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모성애라는 게 뭘까 하면 내가 엄마의 사랑을 받았던 걸 떠올릴 수 있다.”

정혜는 원전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석여사(김영애)를 원망하며 태도가 달라진다. 정혜의 이 같은 태도에 그는 얼마나 공감할까.

“(원망하는 모습을) 살리고 싶었다. 짧은 대사 짧은 장면에 표현이 쉽진 않았는데 주 어진 데서 해야 하니까 원전이 터졌다고 듣고 어머니에게 쌀쌀맞아진다. 간극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나중에 어머니와 화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항상 순종적 며느리였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화해해야 하는데 거리가 생기는 게 좋을 것 같고 어머니도 남편 을, 나도 남편을 잃은 두 과부라 의지하다가 정혜가 좀 젊으니까 그곳을 벗어나고 싶을 것 같다는 전제하에 연기했다. 중간자 입장이었지만 내 아이였다면 폭발할 입장이라 생각했다. 체육관에서부터 끌어가는 게 간극이 커져야 화해하는 장면이 커질 것 같았고 (김영애) 선생님도 그런 걸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매몰찬데 납득이 됐 으면 한다. 도망가자 할 땐 안 가고 그런 게 과거 남편을 잃었던 생각에 원망이 툭 하 고 나와 쌓였던 걸 어머니에게 표현한 것 같다. 체육관 신 뒤 얄밉게 변해 어머니 말 을 듣지도 않고 아이를 잃어버렸을 땐 정혜도 확 나갔다. 결국엔 어머니도 큰 아들, 남편에 대한 애정과 사랑만큼 손주에게도 애정이 있고 같은 모성으로 확인하는 거라 그런 걸 확인했다.”

영화에서 정혜는 원전 사고가 난 걸 알게 되고 석여사를 탓하며 모질게 대한다. 아들 민재마저 잃을까 두려움에 떨며 순간적인 절망감에 누군갈 탓하고라도 싶은 마음이 엿보인다. 정혜를 연기한 그녀는 극 중 정혜의 이 같은 마음과 태도에 공감했을까.

“우리는 어머니보다 신세대라 이견이 있어도 그 색깔이 보였던 것 같다. 지방색이 있었기에 아래지방분들은 맹신하는 게 있더라. ‘안전하다는데 왜 그러느냐’는 말을 꺾을 수 없다. 재혁은 사업이 망해 집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었고 원전으로 아버지와 형을 잃은 피해자지만 다시 들어가 일 할 수밖에 없었다. 수긍한 후 대립각을 보여주는데 다 짧게 보여줘 스피드가 있다. 감독의 의도를 알아 농축하려 했다.”

문정희는 박정우 감독의 연출 입봉작 '바람의 전설'(2004)로 스크린 데뷔 때부터 함께 해 '쏜다'(2007) '연가시'(2012) '판도라'까지 네 번째 호흡을 맞추며 오랜 인연 을 이어왔다.

“‘바람의 전설’을 같이 하면서 워낙 ‘신라의 달밤’ 등 작가 활동을 하셨고 재난 영화 특화 감독이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쓰고 연출한 걸 좋아한다. 쓰신 글에 믿음, 팬 심이 있다. 묘하게 정치풍자, 사회적 이야기가 녹아있고 인물들이 보수적이고 투박한 데 그 안에 순수함이 드러나 있다. 개인적으로 친하지만 상관없이 공적으로 좋아한다.”

박정우 감독의 연출 입봉작이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동지 의식 같은 걸 가졌을 터다.

“항상 등장하는 여주인공이었으면 되게 좋았을 텐데 동네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항상 의논한다. 편하게 작업하는 식구처럼 여겨줘 좋고 만날 수도 안 만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여러 의미가 있지만 거절하기 곤란했고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면 좋은데 원전 소재 영화가 처음이잖나. 이런 소재의 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감독님이 잘 할 거라 생각했다. ‘연가시’때부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완성했을 때 시나리오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물론 역할 비중이 그럴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라 출 연이 의미 있다 생각한다. 국민이라면 알고 있던 안전에 대한 부제, 대비에 대한 불신, 공적 처리 시스템에 대한 분노 등이 금기시 됐는데 터뜨려 줬던 게 교감을 많이 사지 않을까. 찍기 시작할 때만 해도 지진도 없었고 원전 정보도 거의 없었고 극영화라 생각 했는데 현실성이 분명 있었다. 공직자 행동·태도, 안전불감 메커니즘들이 항상 우리를 답답하게 했고 아쉬워했는데 꼬집는 사회 비판이 들어있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일본 후쿠시마 사태, 얼마 전 (국내) 지진, 공분 터지는 사태 등이 되니까 가족영화인데 세다는 느낌이어서 큰일이다.”

‘판도라’는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영화다. 영화가 실감이 나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사건을 후에 실화라며 연출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나면 수습이 안 되는 사고이기에 늦기 전에 미리 심각성을 알린다는 점에서 고마운 영화 아닐까.

“금기시 됐잖으냐. 인터뷰를 하면 나도 조심하지만 이쪽은 금기시하거나 그렇게 살았다. 사회정치경제 분야에 관심은 늘 있는데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고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연기부분은 비판 평가 등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지만 그 외엔 잘 모르기도 하고 연기도 다 정답은 아니어서 조심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자기 색깔을 낼 수 없는데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

최근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앞서 ‘카트’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에 출연한 그녀에게 여성 영화의 부족에 대해 생각을 물었다.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를 ‘완전 좋다’ ‘선호한다’고 대답하기는 곤란한 것 같다. 주제에 따라 다른 건데 리즈 위더스푼이 직접 제작자로 나선 영화 ‘와일드’(2014) 는 여성영화라기 보다 자기 성찰적이라 아름답게 봤다. 답답한 건 관념적으로 사용되는 게 아쉽다. 더 깊이 있게 다뤄지는 것이 면밀하게 가보면 교감되는 것들이 꽤 있는데 깊이 있게 안 하거나 못 하는 게 이유가 뭘까. 공감도 하고 어설프게 다루면 동질감·교감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여성이 여성을 많이 아느냐도 아닌 것 같아 짜임새 있는 영화가 좋은 것 같다. ‘캐롤’을 보면 동성코드이긴 하지만 여성이 주가 되는데 미장센도 좋았고 다른 사랑을 얘기해 좋았다. ‘미씽’도 난 정말 좋았다. 우리나라가 가 진 기호나 이런 것들을 보면 좀 더 영화 자체에 대한 소재가 다양하고 가벼우면 좋겠 다. 항상 여자들은 온 몸을 다해 해야 본다. 뭐가 어울리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도 있겠지만 각 분야에서 꽤 힘을 쓸 수 있는 집단이 등장하는데 적절히 배치하는 영화는 환영받을 것 같다. 영화의 완성도를 따져야 한다. 콘텐츠가 없다고 어떤 감독이 얘기 하는데, 데이트 하면 잘 생기고 멋진 여자가 나오는 영화를 택하지, 여성이 나오는 영 화를 보겠느냐고 들었다. 부인할 순 없는데 관객 탓은 못한다. 관객의 기호를 존중한다. 그런데서 경쟁을 키우는 건 콘텐츠 제작자 몫이고 그래서 현장에 내 목소리의 색을 내도록 자꾸 해나가야겠다.”

1998년 연극 '의형제'로 데뷔, 19년차 배우인 그녀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하며 자신의 일상이라 표현하는 라틴댄스 활동도 겸하고 있다. 올해 ‘판도라’에 이어 내년 ‘7년의 밤’을 개봉할 예정이다.

“지난 해 1년 내내 ‘판도라’를 찍었어요. 분량 상관없이 여기 저기 왔어야 됐고 날씨 장소 시간 등 여러 상황을 많이 고려해야해서 바람 불면 하기 어려웠죠. 꽤나 시간과 공을 들였던 작품이에요. 대기도 많이 했고 1년 반을 찍었어요. 그것과 물려 바로 드라마를 찍어 올 초까지 이어왔어요. 바로 ‘7년의 밤’을 찍고 재즈페스티벌 무대의 콘셉트 준비를 마무리했어요. 내년엔 ‘7년의 밤’을 개봉하죠. 거기도 판타지가 많아서 CG(컴퓨터그래픽)가 진짜 많아요. 조연으로 나왔는데 부성애를 다룬 영화에요. 작품이 정말 좋았고 감독님이 좋아 다시 한 번 작업하게 됐어요. 한겨울에 찍어 정말 힘들었지만 장동건 류승룡 씨가 고생이 많았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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