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을 선도하는 책임의식 ‘사회적 소비’의 확장 [2016 패션 핫이슈②]
- 입력 2016. 12.20. 16:23:53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유행과 사회적 책임은 대립각을 세운다는 생각이 일반론으로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소비의 사회적 책임을 화두로 등장하게 한 키워드로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패션의 가치가 소모적 유행이 아닌 보존 가능한 지속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패션에서 사회적 책임은 유행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투쟁쯤으로 간주돼왔으나, 일본의 내추럴리즘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지배하고 국가를 상징하는 스타일 키워드로 부상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한국 역시 사회적 책임과 유행의 조화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에 지속가능한 패션의 진화 버전으로서 업사이클링 역시 메시지로만 가득한 패션에서 개성과 유행으로 채워진 패션으로 진화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업사이클링을 앞세운 상업브랜드로 론칭한 ‘래;코드’는 2012년 시작해 현재 4년차가 지나 5년차에 접어들어 일시적 흐름이 아님을 입증했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단계적 발전은 사회적 책임과 유행을 하나로 통합한데 이어 올해는 더욱 진일보해 패션 소비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 동물학대반대와 팝아트의 접목, 인조모피
인조모피는 지난해 스트리트룩에 혜성처럼 등장해 올해는 계절 필수 아이템으로 패딩 점퍼와 유사한 지위를 얻었다.
동물에서 추출된 모피로 만든 패션 아이템이 심각한 동물학대 유발자로 낙인찍히자 유명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에 동물 모피 대신 인조 모피를 올려 사회적 책임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를 패션으로 뒤바꿨다.
치밀한 사업적 계략이 깔린 듯 의뭉스러운 속내에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화려한 색색의 컬러로 염색한 팝아트적 시도가 돋보이는 인조모피는 고급스럽고 진지하기만 한 명품의 품격 집착에 반기를 들며 자유분방함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아직은 인조모피의 거대한 부피감에 대한 부담과 고급스러움에 대한 집착이 남아있지만, 인조 무스탕, 바이커 재킷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된 인조모피는 ‘인조’에 대한 거부감을 ‘핫’함으로 상쇄하며 명실공히 대세가 됐다.
◆ 역사 바로잡기를 향한 열정, 바른 소비
윤리적 소비, 도덕적 소비 등 거창한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소비자의 도는 ‘바른 소비’다. 바른 소비는 소비자가 바로서고 그를 통해 소비시장, 더 나아가 사회, 나라를 바로세우는 소비로, 소비자가 개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자기주장을 피력할 줄 알아야함을 내포하고 있다.
‘침묵이 금’ 라는 말은 구태의연한 구호일 뿐 자본주의에서 소비자가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일회성 유행이 정설처럼 통하는 패션가에서 소비자의 바른 목소리가 제거된다면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는 일본의 정치적 공세가 이어진 동해와 독도 표기 문제가 패션계를 뒤흔들었다.
쓰레기로 전락하는 패션과 그에 따른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거론돼온 패스트패션 SPA가 가장 민감한 영역표기에 신중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시장에서 국민적 분노를 샀다.
자라, H&M, 이케아 등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해 문제가 제기됐으며 12월 초 자라에 비해 시정조치가 늦은 H&M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뿐 아니라 자라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와 관련한 대표의 비공식 발언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불매운동 대상 브랜드 리스트에 오르는 후폭풍을 겪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의식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바람에서 시작되고, 이는 진보의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혁신이 패션의 미래를 좌우하는 화두로 등장한 지금 사회적 책임의식은 절대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뉴시스, PETA, H&M 홈페이지, 원더시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