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LOOK] ‘미씽’ 공효진 vs 엄지원, 모성애 덧입힌 스릴러 속 ‘두 여자’
- 입력 2016. 12.21. 17:38:00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는 모성 본능으로 인해 숨이 멎을 듯 아프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모돼 스릴러의 절대 요소인 긴박감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모성애와 스릴러 두 요소를 하나로 뒤섞은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는 이 같은 연상 가능한 ‘뻔’함으로 이야기 서두를 연다.
드라마 홍보 에이전시 지선과 그 아이를 돌보는 중국인 교포 보모 한매. 어린 여자 아이를 매개로 친자매처럼 강한 유대로 얽혀 있는 두 여자는 지선의 서민 아파트에서 복잡하지만 나름의 평온한 일상을 꾸려간다.
그러나 평온함이 늘 그렇듯 싱글맘 지선의 아파트 역시 잠재적 평화를 지켜주던 시한폭탄이 터지면서 참극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지선과 한매, 치밀하게 얽힌 두 엄마가 아이를 찾는 가슴 아픈 여정을 스릴러로 풀어낸다.
다양한 역할로 영화마다 변신을 거듭해온 엄지원은 영화 ‘소원’에 이어 다시 한 번 아이에 울고 웃는 우리네 평범한 엄마 역할을 맡고, 영화에서 만큼은 공블리라는 애칭을 떨쳐내려는 의지를 보이는 공효진은 그럼에도 관객은 물론 본인조차 어색할 법한 엄마 역할에 도전했다.
이 영화는 잃어버린 아이 찾기라는 스토리보다 영화계에서 차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엄지원과 공효진이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엄마 역할을 얼마나 힘 있게 충돌 없이 소화하느냐에 집중하게 된다.
엄지원은 셔츠를 기본으로 유행을 좇지도 그렇다고 유행에 뒤쳐지지도 않는 세련된 오피스룩으로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지선이 돼 관객 앞에 선다. 공효진은 돈 때문에 자신을 팔 듯 한국남자와 결혼해 빈한한 삶을 사는 여자 한매를 위해 공블리를 있게 한 패션 키워드인 빈티지룩 코드를 선택하는 여유를 보인다.
김정원 영화의상 감독은 “일상 속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는 말로, 스릴러로서 ‘미씽’을 접근했던 관점을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머릿속에 있는, 획일화까지는 아니라도 정형화 된 무엇인가를 거스르는, 다른 것”이 엄지원과 공효진, 투 톱 두 여배우를 통해 그리고자 했던 이미지였음을 밝혔다.
엄지원은 스크린 밖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진짜 그녀일까 싶을 정도로 아이 실종 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는 상황과 본인조차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진실을 잃어버린 자의 혼란을 드러낸다. 5일간의 추적을 그린 이 영화에서 엄지원은 극히 제한된 착장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숨 막히는 절박함을 표현한다.
특히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1인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움직이는 동선까지 고려된 듯 몸에 잘 맞게 재단된 랩원피스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설정에서 흔하게 등장하지 않는 디자인과 아이템이어서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툭 튀어나온’이라는 김정원 감독의 관점을 거쳐 완성된 이런 완벽한 아웃피트가 ‘미씽’을 모성애에 기댄 여타 스릴러와는 다른 차이를 만들어낸다.
아이를 잃어버리고 찾는 5일간의 단선구조로 흘러가는 엄지원은 셔츠, 원피스 등 확실하게 각인되는 아이템으로 힘을 실었다면, 빈한한 삶의 시작점에서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기까지의 긴 시간을 풀어내야했던 ‘사라진 여자’ 공효진은 많은 옷들이 스쳐지나가고 그 속에 사건마다의 전환점을 설명하는 장치들이 등장한다.
김정원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모두가 (공효진) 걸음걸이에 놀랐다. 중국 교포 한매가 된 듯한 느낌으로 걷는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이 남아있다”라며 영화의상 감독으로서 패셔니스타 공효진에 대한 걱정을 털어버린 순간에 대한 말했다.
시골에서 남편에게 학대당하던 때의 때가 눌어붙은 패딩 점퍼, 스스로 사창가로 걸어 들어간 순간의 단정한 스커트 슈트, 지선의 일상을 헤집어놓는 전환점이 된 당시의 직선 실루엣의 트렌치코트는 공효진과 한매의 감정선을 일치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가진 거 없고 가족에게마저 버려진 중국인 교포 한매를 표현하는데 ‘패셔니스타 공블리’의 벽은 너무 높았고, 공효진의 슬픔은 극에서 원하는 방향을 빗나간 듯 어긋난 조합을 보여준다.
이런 요소요소의 한계에도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커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던 엄마 지선을 표현하는 엄지원의 감정선은 관객마저 그녀의 혼란으로 끌어들이는 듯 치밀하다. 무엇보다 잔혹 느와르만 넘쳐나는 영화판에 모성애로 중무장한 스릴러를 안고 연말 극장가에 뛰어든 ‘미씽’의 용기만으로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