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 건 연애’ 하지원 “오랜만에 말랑한 로코, 웃음 드려 기쁘죠” [인터뷰]
- 입력 2016. 12.21. 18:15:5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매번 최선을 다해 찍어도 아쉽죠. 이번 영화는 조합이 새로워 선택했어요. ‘기황후’ ‘허삼관’ 등은 멜로와 다르게 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니까 또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오랜만에 통통 튀고 뻔뻔하기도 한 연기를 했는데 만화 같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모처에서 하지원(39 본명 전혜림)을 만나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추위에 얼어붙은 마음도 녹이는 그녀의 기분 좋은 미소는 마치 주변마저 밝히는 듯 했다. 늘 별것 아닌 일에도 웃는다는 그녀는 주위사람의 기분을 밝아지게 하는 힘을 지녔다.
‘목숨 건 연애'는 비공식 수사에 나선 허당추리소설가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 수사극. 하지원 천정명이 중화권 대표 배우 진백림과 호흡을 맞춰 한국과 중화권 배우의 만남으로 눈길을 끌고 수사극 코미디 로맨스 액션 등 장르의 믹스매치로 신선함을 더했다.
하지원은 베스트셀러를 꿈꾸는 '허당' 추리소설가 한제인 역을 맡아 그녀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지구대 순경 설록환을 연기한 천정명, FBI 프로파일러 제이슨을 연기한 진백림과 호흡을 맞췄다.
“제인은 추리소설 작가이고 의협심이 강하다. 정의감이 있고 추리작가라면 어느 정도 똑똑하다고 보는데 그 엉뚱함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안 믿어 비공식 수사를 한다. 그런 모습에서 만화적이며 탐정 같은 모습을 설정, 몸 움직임을 탐정처럼 움직인다든가 하는 걸 보여줬다. 내가 평상시 숨고 그런 걸 잘하는데 리허설 때 감독님이 보고 좋아하기에 내 모습을 투영시켜볼까 했다. 제인이 걷는 모습이나 행동하는 모습은 내가 평소 장난칠 때의 모습이다.”
‘목숨 건 연애’는 한중 동시 개봉을 추진해오던 중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현지 반응이 좋아 기대했을 법하다. 개봉도 미뤄지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시국이 시국인 만큼 웃을 수 있는 영화로 찾을 수 있어 기쁘다. 시원하고 빵빵 터지는 영화로 연말에 웃음을 드려 기분이 좋다. 중국 동시개봉 무산으로 중국 팬에 죄송하다.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같이 보진 못했는데 반응들이 (한국 관객보다) 더 큰가 보더라. 중국 팬도 영화를 보고 많이 웃었으면 한다.”
완성된 영화를 보며 제인이 방귀를 뀌는 장면에서 너무 웃긴 나머지 옆 좌석의 천정명을 때리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정작 그녀는 그 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때린 줄) 몰랐다. 내가 방귀 뀌는 연기를 했는데도 편집으로 음악‧사운드가 들어가면 정말 웃기더라. 가편집 할 때와 (방귀) 소리가 바뀌고, 오정세 오빠와 과격하게 (연기) 할 때 생각지도 않게 방귀 소리가 2번 나와서 웃었다. 혼자 잘 웃어서 사람들이 왜 웃느냐고 묻는다. 감독님들도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나에 대해 잘 모르셔서 물어보곤 한다. 자주 웃는 편이다. 평소 도도함은 전혀 없다.”
극 중 제인과 설록환(천정명)은 소꿉친구다. 실제 하지원에게도 오래 알고 지낸 ‘남사친’이 있을까.
“지금까지 극 중 설록환처럼 오래 알고 지낸 ‘남사친’은 없었다. 남자면 남자 친구면 친구로 지냈다.”
영화에서 그녀는 제이슨과 줄곧 영어로 대화를 이어간다. 영어 대사의 분량이 상당해 겪은 어려움은 없었을까.
“(영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처음 영어로 대사를 했다. 특별히 해외 진출을 위해 공부한 건 아니다. 팬미팅도 있고 해외 일정도 많다 보니 공부도 하게 되고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게 재미있기도 해서 시간 날 때 한다. 먼저 한국어로 연기를 하고 최대한 그 느낌 그대로 영어를 했다. 따로 (영어에 맞게) 연기한 건 아니고 한국어로 감정전달을 하는 느낌 그대로 녹음해서 발음을 교정했다. 내가 듣기에도 어색함이 있을 때가 있어 녹음한 걸 듣고 교정했다. 중국어는 이제 하려고 한다. 우리 회사에 중국 직원이 있는데 내가 게으른 학생이라.(웃음)”
영어 대사, 액션 등 작품마다 도전을 꺼리지 않는 그녀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갈망한다. 할리우드 등 해외 진출의 기회 역시 엿보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요즘은 발레 스트레칭이나 검무 같은 걸 하며 몸을 푼다. 요즘 그런 게 재미있다. 아직 검무는 할 게 많다. 칼 들고 춤추면서 스트레칭이 돼 몸이 풀린다. 물론 목검으로 한다. 실제 칼을 들고 하면 큰일 난다.(웃음) (해외진출은) 내가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타이밍 상 그런(무산된) 경우도 있고 몇 번 못한 적은 있다. 또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하고 싶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길라임 논란’에 대해 그녀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한제인은 쓰지 말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나도 그때 생방송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자막이 크게 뜨면서 뉴스에 나와서 정말 놀랐다. 길라임이 나올 이유는 상상할 수 없잖나. 놀라자마자 친구 등 지인의 문자가 왔다. 요즘 많은 국민이 뉴스를 보시잖나. 진짜 다른 때보다 더 많은 문자와 SNS 메시지를 받았다. 체감이 어마어마했다. 이틀 후가 제작보고회였다. 나도 내 기사를 꼼꼼히 챙겨보는 편인데 다음날 ‘하지원 길라임 언급 직접 할까’라는 기사를 접했다. 관심이 많고 ‘내 심경을 직접 듣길 원하는구나’하는 판단이 들어 매니저와 이야기해서 기자의 질문에 소신 있게 얘기하자고 마음은 먹고 갔다. 제작보고회 자리라 무거울 수만은 없어 ‘한제인은 쓰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기자들이 웃음이 터져 ‘내가 잘못 얘기했나’하고 당황했다. (뉴스에 길라임이 나온 걸 보고) 어느 정도 놀랐냐면 우리 조카가 다섯 살짜리 아기인데, 아기들이 ‘시크릿 가든’도 안 보는데 ‘엄마 길라임이 뭐야?’ 그랬다더라. ‘왜 자꾸 길라임 이모 나오느냐’고.”
1996년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그녀는 어느덧 20년 차 배우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녀가 얻은 것, 그리고 잃은 건 뭘까.
“배우 같은 경우 이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오고, 시간이 내게 그렇게 인지가 된다. 지난해, 올해 이런 식의 계산보다 ‘기황후’ 가고 ‘허삼관’이 오고, 그러다 보니 20년이란 시간을 한꺼번에 못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조금씩 계속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책임감이 있다. 큰 변신을 해서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한 작품 한 작품 보여드릴 때마다 뭔가 작은 변화라도 항상 보여드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오랜 경력을 지닌 배우로서 대중의 기대치가 있고 지금의 실력과 인지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 흥행‧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만도 하다.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고, 촬영장에서도 많은 선택을 계속하잖나. 그런 선택들이 쉬운 건 아니다. 사실 많은 고민을 하는데 행복한 고민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잘 하려 하는 스타일이다. 힘들다 생각하면 더 힘들게 느끼니까 힘들다는 말도 안 떠올리려 한다. 내가 결정했으니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거다. 신인 때는 회사 결정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따로 회사를 한 지 오래돼 우리 회사 직원들과 회의하며 의견을 많이 수렴해서 결정하는 편이다. (흥행이나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을) 안 갖는 배우는 없을 거다. 앞으로 내가 할 작업이 굉장히 실험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작은 역할이 될 수도 있는 거다. 흥행이다 작품성이다 구분 짓고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하지원은 자신이 설립한 해와달엔터테인먼트를 5년째 운영 중이다. 작지만 운영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사실 어떻게 보면 이제 시작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열심히, 많이 하고 싶다.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다. 크진 않지만 경영은 따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안 계셨던 분이 하는데 계약서 등 법률적 문제를 잘 체크해준다. 매니저파트도 따로 잘 하고 있어 나는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된다. 내 편이 많이 생긴 것 같다.(웃음)”
그녀는 올해의 본인을 평해달란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가장 큰 시련도 있었고 큰 시련이 오고 난 뒤엔 또 많은 좋은 일들도 생기고 그래서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년째 작품을 해오면서도 여전히 연기에 목말라 있다는 그녀는 내년에도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스릴러를 하고 싶다. 나도 예전에 스릴러를 찍었지만 니콜 키드먼 조디 포스터 등은 여자인데 끌고 가는 게 강렬하다. ‘양들의 침묵’ 같은 작품은 정말 하고 싶다. 진짜 내년엔 정말 내가 갈증 나 있는 연기를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아직 다음 작품 결정을 못 했다. 빨리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평소 체력을 단련하는 그녀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늘 순간을 즐긴다”고 말했다.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란 말이다. 내 에세이도 낸 게 하나 있는데 제목이 ‘지금 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최대한 많이 느끼려 한다. 마시는 커피 한 잔, 말 한마디, 한 사람 등이 소중하게 느껴져 ‘이 순간’을 생각하다보니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개봉 당일 추운 날씨에 눈까지 내렸지만 그녀는 활짝 웃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녀에게서 피어나는 밝은 기운이 대중에게 호감을 얻는 큰 요인임을 실감케 했다.
“눈 오는 거 너무 좋다. 따뜻해 보이잖나.(웃음) 개봉이 늦춰지긴 했지만 연말에 잘 어울리는 영화 아닌가 한다. 설레고 행복해지는 게 연말인데 영화를 통해 약간 그런 기분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앞서 ‘목숨 건 연애’ 팀은 ‘무한도전’에서 멤버 하하를 낙찰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쉽게도 영화에선 하하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영화 스케줄이 있는데 스케줄을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하필 그 촬영 때 하하 씨가 오신 거다. 액션 신에서 정말 작게 보여 나도 좀 아쉬웠다. ‘무한도전’에서 섭외가 들어온다면? 내가 예능을 잘 못 한다. 부담이라기보다, 말도 잘해야 되고 그런데 웃기만 하다 올 것 같다.”
일을 사랑하는 그녀는 일하지 않는 시간엔 자연을 즐기며 낭만이 넘치는 파티를 한다.
“논다. 술 마시고, 별 보고.(웃음) 자연을 좋아한다. 바비큐 파티를 좋아해 음악을 틀고 해 지는 걸 보고 노래를 듣는다. 엄마도 그런 낭만적인 걸 좋아해 함께하고 친구들을 부르기도 한다. 연예계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아니다. 예전에 뉴질랜드를 가족들이 정말 좋아해 집을 샀었는데 너무 멀어 가기가 쉽지 않아 팔았다.(웃음) 거긴 사람들이 맨발로 다닌다. 지금까지 본 나라 중 정말 깨끗하고 예뻤다.”
‘호러퀸’ ‘로코퀸’ ‘액션퀸’ 등 작품마다 활약하며 많은 수식어를 얻은 그녀에게 가장 마음에 든 수식어를 물었다.
“퀸은 다 좋다. 아직은 그런 수식어가 정말 고맙고 감사한데 진정 완벽한 퀸이 되려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할 작품도 많다. 욕심나는 수식어가 있다기보단 지금 가진 수식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그녀는 어떤 하지원으로 남고자 하는지,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딱 한 가지만 말하긴 그렇고, 뭔가 하지원이란 배우가 계속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었으면 해요. 다음 작품에선 또 뭔가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계속 변하며 성숙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드려야죠. 다음 모습이 어떨지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