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이원근 “첫 영화 도전, 두렵고 고민 많았지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죠” [인터뷰①]
입력 2016. 12.22. 14:47:45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여교사’를 통해 처음 영화를 촬영했어요. 어제 언론시사회는 꿈처럼 지나간 느낌이었어요. 일단 정말 그 자리가 감사하고 이 영화가 없었으면 이렇게 인터뷰하는 자리도 없었겠죠. 감사한 일의 연속이에요.”

환한 미소로 등장한 배우 이원근(26)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고 솔직하게 영화와 연기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이원근을 만나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제작 외유내강)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원근은 무용특기생 남제자 재하를 연기했다. 오디션에서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은 그는 “양말의 공헌이 컸다”며 웃었다.

“오디션을 봤다. 대표님이 ‘이런 작품이 있다’며 오디션을 제의했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는 시나리오가 없었다. 몇 페이지 정도의 신밖에 없었고 그 신을 토대로 분석했는데 감독님이 날 보자마자 ‘양말은 누구 거예요?’란 말을 해주셨다. 보통 오디션 때 수수하게 가는 경우가 있지만 준비를 할 경우도 주어진다. 당시 우리 회사를 다시 창설하고 그런 상태였는데 급하게 오디션이 생겨 내 옷을 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갔다. 그런데 갑자기 감독님이 알록달록한 내 양말을 보고 ‘양말은 누구 거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날 신발을 벗을 거라 생각을 못 했는데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보니 재하가 외모를 꾸미는 캐릭터가 아니더라. 처음엔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캐릭터라 머리 길이를 길게 할지 짧게 할지도 고민하셨는데 그 복장에서부터 감독님이 생각하신 것 같다. 알록달록한 양말에 옷은 흰색 셔츠를 입고 재킷도 언밸런스한 상태였다. 양말이 큰 공헌을 했다.(웃음) 대본을 받아 읽고 두 시간가량 감독님과 수다를 떨었다. ‘넌 어떤 사람이냐’는 등의 질문을 하셨다. 인물을 떠나, 시나리오를 못 받았기에 일단 나에 대해 다 궁금해 하셨다. 내가 어떻게 지내고, 좋아하는 음악은 뭔지, 가족 학교 학창시절 등 다 궁금해하셔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꾸밀 필요는 없는 거니까. 학창 시절 어땠고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오디션을 통과해 출연이 결정됐다는 그는 ‘여교사’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여교사’가 정말 하고 싶었다. 김 감독님과 당장 만나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부족한 걸 안다. 신인이라 검증이 안 된 것도 있고 영화를 한 번도 안 찍어서 배울 점이 훨씬 많은 나지만 너무나 하고 싶었다. 대본을 읽으니 더 욕심이 났다. 두렵고 고민은 많았지만 같이 풀어나가고 싶었다. (내게) ‘FM 말투’가 아닌, 편한 말투가 조금씩 나오니 감독님이 녹음을 하셨다. 예를 들어 ‘너 지금 나한테 떼쓰지 않았느냐. 지금 그 말투가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또 내가 (영화에서) 상의 탈의를 하니까 몸을 만들지를 물었는데 ‘18살 고등학생이 누가 근육이 있겠느냐’며 호통을 치셨다. 오히려 빼면 뺐지 절대 몸을 만들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발레 연습을 하니 잔 근육이 생겼다. 감독님이 나중에 보시더니 ‘운동했느냐’고 물으시더라.(웃음)”

‘여교사’는 파격적인 작품이다. 처음 영화에 도전하는 그에게 선택이 쉽지는 않았을 터. 발레를 해본 적이 없던 그로서는 무용특기생 역할을 맡는 것 역시 큰 도전이었다.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을 들었을 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정말 이 영화가 하고 싶었고 감독님이 너무나 좋은 분이란 걸 뵈면서 알았기에 감독님과의 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절실하게 들었다. 등에 날개가 달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재하가 무용을 하는데 난 무용을 해본 적이 없어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했다. 무용을 연습할 때 감독님이 와주셔서 먹을 것도 술도 사주셨다. 발레 선생님도 한평생 발레를 했기에 쉽고 반복적인 동작이라 지루할 수 있고 지칠 수밖에 없는데 선생님도 나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니까 정말 열심히 했다. 힘들다고 징징대는 건 감독님과 선생님에게 큰 실례라 생각했다. 힘들어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막상 가보면 재미있었다. 쉴 때 잠깐 밥 먹으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안 되던 동작이 되면 기분이 좋다. 동영상을 봐도 엉성하고 바보 같은데 첫날과 차이가 느껴질 때 좋더라. 감독님도 영상을 보며 부족하지만 동작이 된다며 우리끼리 기분 좋아했다. 연습을 분당에서 했는데 끝나고 감독님과 지하철 타고 동영상을 보면서 왔다. 발레가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다. 분명 그 속에 즐겁고 보람찼던 게 있다.”

김 감독은 이원근이 발레를 연습하는 곳까지 찾아 함께 하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식사나 술자리를 하며 배우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런 감독의 모습에 이원근 역시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그만큼 내게 애정을 보이셔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이 ‘단기간에 하는 게 힘든 거 알고, 액션이 아닌 무용이기에 더 힘든 거 안다. 그렇지만 게을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연습실까지 찾아와 주셨는데 어떻게 게을리하겠느냐. 감독님도 선생님도 챙겨주시며 애정을 보였기에 설렁설렁하자는 마음을 품을 생각조차 못 했다.”

영화에서 그는 묘한 눈빛을 보여준다. 그같은 연기는 어떤 생각에서 나왔을까.

“효주(김하늘)와 하룻밤을 보내고 밥하는 모습을 볼 때 ‘카메라 시선을 어디를 보면 된다’고 해서 보고 있었다. 조명을 세팅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 멍하게 있었는데 감독님이 ‘원근아, 그거야’라고 슬그머니 귓속말을 하셨다. 그 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소리소문 없이 카메라가 촬영을 하고 감독님이 장난스레 칭찬하셨다.(웃음) 그런 식으로 지은 표정도 있고 감독님이 ‘무표정이 묘한 느낌이니 꾸며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전반적으로 김 감독은 이원근에게 학생 같은 불안정함을 요구했다. 아울러 순간순간 보이는 이원근의 알 수 없는 무표정을 포착해 영화에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줄 때 신만 생각하고 전후 감정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이 신의 목적이 있을 거고 뭐든 있을 테니 그 신만 생각하라고 하셨다. ‘웃을 땐 웃고 울 땐 그냥 울라’고 그렇게 주문하셨다. 늘 말씀하신 게 ‘특이하게, 웃을 때 무슨 생각인지 모를 때가 있다. 무표정도 오묘하고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이 아이(재하)가 오묘한 느낌이란 생각을 하며 썼다고 하셨다. 내가 대사를 생각할 때의 무표정을 보시고 그대로 하라고 하셨다. 준비한 건 버리라고. 아이 같이 호흡도 불안정한 걸 요구하셨다. 말투·표현력도 학생 같은 모습을 요구하셨고 무용수이기에 실생활에서 구부정한 자세는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극 중 재하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학생이다. 혜영(유인영)에 대한 강한 애정은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점이 작용했다고.

“감독님이 ‘혜영을 생각할 때 널 먼저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재하란 인물이 엄마가 없다. 부유하게 자란 것도 아니고 아버지 손을 타며 자랐다. 그러면서 어머니 사랑이 그리울 거다. 그걸 혜영에게 느낄 거고 혜영을 엄마처럼 생각했으면 했다. 혜영에게 매달리고 그녀가 나타날 때 반가워했으면 한다는 말들을 해주셨다.”

효주를 연기한 김하늘은 앞서 ‘시나리오를 읽고 모욕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연기지만 그녀에게 모욕을 안긴 인물 중 한 명인 재하를 연기한 그 역시 관련 장면을 촬영하며 미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런 신을 찍을 때 (김하늘) 선배가 내 얼굴이 나오는 촬영을 할 때도 감정을 잘 잡아주셨다. 신이 끝나고 ‘컷’하면 서로 한숨을 쉰 적도 있다. 선배가 감정적으로 너무나 모욕적이어서 힘들잖나. 감사하면서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죄송스런 느낌이 들었다.”

후반의 오열하는 장면에선 재하가 아직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 여실히 보였다.

“오열하는 신을 찍을 때 감독님이 아기가 갓 태어나 엉엉 우는 영상을 보여주셨다. ‘멋있게 예쁘게 슬프게 울면 앳된 말투·톤이 변질된다’고 표현해 주셨다. 테이크를 갈 때도 ‘좀 더 일그러지고 엉엉 울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앞서 이번 영화에 관한 아쉬운 점이 없다고 밝힌 그지만 실은 어떤 배우나 그렇듯 아쉬움이 없을 순 없다.

“매 작품에서 아쉬운 건 분명 있죠. ‘여교사’를 찍으면서도 좀 더 신경 쓰고 해야 할 건 분명 있다고 느낀 것도, 보인 것도 많아요. 그렇게 조금씩 고민하고 어떨 땐 고통스러울 수도 힘들 수도 있는데 그런 과정이 있어야 계속 배울 수 있어요. 그런 게 없다면 성장도 없을 테고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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