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교사’ 이원근 “곧 5년차, 배우-인간으로서 늘 성장하고 싶어” [인터뷰②]
- 입력 2016. 12.22. 17:45:3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한 4년차 배우 이원근(26). 그는 올해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신임 변호사 역으로 활약한 데 이어 김기덕 감독의 ‘그물’에서 남한의 감시 요원 역을 맡아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내년 1월 4일에는 먼저 개봉한 ‘그물’보다 먼저 촬영한, 그의 첫 영화 도전작인 ‘여교사’로 새해의 포문을 연다.
“사실 ‘여교사’란 작품 이후 지금껏 계속 꾸준히 작품들을 감사히 찍었다. ‘여교사’는 내 인생에서 큰 변환점이 될 작품이고 그로 인해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 그 후 한두 작품씩 출연할 수 있어 이번 해는 내게 너무나 행운인 해다.”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이원근을 만나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제작 외유내강)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원근은 무용특기생 남제자 재하 역을 맡았다.
20대 중반의 그는 학생 역할을 계속 맡는 이유를 묻자 자신이 지닌 장점이라 말했다.
“학생 역할을 자주 할 수 있다는 건 나만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자연적으로 정장을 입고 기성복을 입는 성인연기자 역도 하고 싶지만 나이가 들면 차차 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30대가 돼서 하고 싶어도 못하잖나. 지금 학생 역할을 하는 건 나만의 장점이라 생각하기에 거부감이 없다. 역할 자체가 좋고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폭이 넓은 것 같기도 하다. 학생 역할이 내게 맞는 게 있다. ‘여교사’도 그랬다. 재하가 좀 앳된 말투와 톤을 지녔다. 감독님이 늘 준비해오는 것의 100%를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하셨다. ‘18살짜리 아이는 이런 말투를 쓸 텐데’ 하는 것보다 ‘네가 이 말투에 입혀져라’ 그렇게 말을 하셨다. 순간 대사를 까먹은 적이 있는데 그 멍한 표정을 보고 좋다고 하더라. ‘그 18살 난 아이가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내가 18살과 말을 나누면 모를 거다’ 하는 그런 걸 감독님이 보여줬으면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어떤 생각을 품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관객이 느끼게 나왔으면 하셨다. 후시 녹음 때도 발음이 잘 안 들릴 때 ‘그냥 넘어가도 되느냐’고 했더니 ‘그게 좋다. 애처럼 떨리는 호흡, 애 같은 울음이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꼭 그런 게 보였으면 하시더라.”
실제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그는 역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괴물들’을 선택했다. 여전히 당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그는 촬영 역시 힘들었지만 자신과 달리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주인공을 보며 자신이 과거 그와 같이 행동하지 못했던 것에 울분을 느꼈다고 밝혔다.
“너무 힘들었는데 그 영화는 내가 하고 싶다고 강력히 말씀드렸다. 학창시절의 나는 나를 때리는 친구들에게 반항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역할은 반항을 하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 그게 너무 와닿았다. ‘왜 나는 그처럼 표현하지 못했나’ 하는 게 울분처럼 다가왔다. 한 달 넘게 부산에서 촬영하며 숙소생활을 했다. 그때 꿈을 꿨는데 (학창시절 내게 폭력을 행사했던) 그 친구들에게 계속 맞고 있더라. 꿈에서 깼는데 실제 울고 있더라. 어두운데, 맞고 울고 ‘빵셔틀’이라 힘들었다. 그때 기억이 생생했다. ‘기분이 왜 다운됐느냐’고 물으셔서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그때 기억이 생생해서 힘들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말을 듣고 촬영 순서를 바꿔 더 힘든 신을 앞당겨 찍었다. 꿈속의 그것(감정)들이 있는 상태라 너무 힘들고 눈물 나고 괴로웠는데 막상 찍는 걸 보니 밥먹을 땐 ‘고맙다’는 등 농담도 하게 되더라.”
그는 단 한 번도 배우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범한 학생으로서 취업을 생각하던 그에게 우연히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통해 뜻밖에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여기던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스스로에게) 갇혀있다 보니까 아버지가 공업고등학교를 가서 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나도 당연히 따랐다. 정말 내성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을 앞뒀는데 그러다 우리 대표님을 우연히 만났다. 반복적 생활에 ‘왜 나는 남들과 다를까’ 생각을 했다. 비교도 많이 당했다. ‘왜 안 어울리나’ 하는 말도 들었고. 그러다 모델 일을 아르바이트로 했다. 난 정말 발만 담갔다 빼서 모델 활동을 했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나에 대해 좀 보여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해서 잠깐 모델 일을 경험했다. 그 찰나에 우리 대표님을 만나 제의를 받고 그때도 아닌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20살이 넘어 21살로 갈 때쯤이다. 21살 때 대표님을 알게 돼 그해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갔다. 20살 때는 취업을 생각했기에 대학을 안 다녔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고 텔레비전을 통해 본 분들이 멋있고 대단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는 배우로서 힘들 때도 있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
“지금도 배움에 있어 괴로움이 있는 동시에 즐겁기도 하고 속상함도 있지만 행복할 때도 있다. 늘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게 ‘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내년에 딱 5년 차가 된다. ‘여교사’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환절기’를 비교하자면 ‘환절기’에서의 모습이 기술적 모습이나 표현방법 등에 있어 더 잘 보이더라. ‘여교사’에서 왜 그렇게 했나 하는 생각은 안 들고 조금씩 성장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배우로서 축복인 것 같다.”
그는 ‘여교사’를 비롯해 ‘그물’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기 전 오디션을 본다고 밝혔다. 오디션의 합격률에 대해선 “수없이 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영화도 오디션을 본 작품이 더 많다. ‘그대 이름은 장미’ ‘환절기’는 감사하게도 먼저 제의를 줘 한 작품이다. ‘그물’ ‘여교사’는 오디션을 봤다. 드라마는 대부분 다 오디션을 본다. 작품을 고를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고 오디션도 최선을 다한다. 수많은 좋은 배우가 있는데 내게 시간을 내 봐주는 거니 준비가 미흡하고 부족한 모습은 나도 그렇지만 우리 (소속사) 실무자들이 큰 걸 겪는 모습을 봐 매번 최선을 다한다. 나 때문에 괜한 소리를 듣는 건 죄송스러워 더 열심히 준비한다. 합격률이 그렇게 높지도 않다. 많이 보고 많이 떨어졌다. 오디션을 볼 때는 앞서 말했듯 준비를 엄청 많이 해간다. 주어진 대사량이 얼마든 다 외우고 부족하더라도 뭐라도 흉내라도 내려 분석한 캐릭터도 만들어간다.”
이번 영화 역시 오디션을 거쳐 출연한 그에게 ‘언제쯤 오디션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오디션을 통해 얻는 장점을 밝혔다.
“오디션 자체가 늘 새롭고 준비하는 나도 재미있고 서로 믿음이 주어져 당락이 정해지는 거잖나. 싫고 귀찮다는 생각은 없다. 먼저 제의를 해줬는데 ‘좀 더 고민할걸’하고 느끼는 것보다 오디션을 해서 서로 믿음을 가지는 게 ‘우리’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두 선배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어려운 선배들과 첫 영화부터 강렬한 신들로 호흡을 맞춰 어려움이 있었을 터다.
“스킨십·베드신을 할 때는 내가 더 위축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후배인 걸 떠나 남녀의 상황인 거다. 남자인 내가 부끄러워하면 오히려 선배를 떠나 여자이기에 더 힘드셨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때만큼은 내가 조금 더 당당하게 의견을 내고 말을 건넸다. 모두가 긴장하는 상황이었고 촬영이 딜레이되면 공기가 차가워질 수 있어 오히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했는데 합이 존재해 실수할까 속으론 떨렸다. 카메라에 서로가 보여야 하는데 그런 걸 내가 실수해서 다시 하면 모두 힘들어할 거란 걸 많이 생각했다.”
영화가 ‘문제작’으로 불리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는 등 도덕적 잣대에 어긋난 문제를 다룬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우리 영화가 사회적으로 분명 그런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스승과 제자 사이뿐만 아니라 근래 있는 ‘여혐’이 우리 영화에 존재한다고 하기도 하더라. 우리 영화가 그런 편견을 깨고 보셔도 된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물론 한 교단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생각하지만 열등감·질투 등의 감정이 표현된 부분도 있으니 그런 부분을 보시면 다른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그에게 공업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최근, 조언을 해주는 동시에 걱정 역시 놓지 못한다고.
“걱정을 많이 하신다. (부모님이) 내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아직도 걱정하신다. 난 아직 부모님 눈엔 7살 아들이다. 아버지가 조언도 은근히 해주신다. 간혹 술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친구처럼 편히 대화를 할 때도 많다. 누나도 내게 좋은 것, 아쉬운 것 등 말들을 많이 해준다. 가족이 좋은 것 아쉬운 것 등에 대해 편히 말을 해주니까 나도 준비하며 가족에게 조언을 구하고 모니터를 해달라고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사,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체육관 신을 꼽았다.
“‘내게 뭔가를 바라고 베푸신 건 아니죠?’ 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체육관 반전 신에서 그 대사를 할 때 가장 효주가 느끼기에도 경멸의 감정이 들었을 거다. 나도 그 대사가 너무나 기억에 남더라. 어린 재하가 효주를 갖고 논거다.”
줄곧 미소를 머금은 얼굴인 그는 “늘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다. 다 내 진심이다.(웃음) 좋으니 웃고, 재미있으니 웃는다. 감독님이 내가 웃을 때와 안 웃을 때가 너무 다르니 ‘네가 웃을 때 진짜 좋아 웃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얼마 전 술을 마시면서도 정말 웃겨서 웃는데 ‘별로 안 웃기지?’라고 하시더라. 그런 말을 간간이 하신다. 어제도 (언론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정말 감독님의 생각이다. 난 진심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내가 눈이 작다. 아버지 눈을 빼닮았다. 태어나면서부터 표정을 지을 수 있었을 때까진 늘 웃는 얼굴이다.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는 ‘넌 아빠 피가 더 많이 섞였다’고 하신다.”
영화에서 고등학생 역을 맡은 그는 실제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최근의 일상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영화 홍보를 하고 크리스마스 땐 우리 매니저와 ‘환절기’를 같이 찍은 지윤호 배우와 만나 밥과 술을 하며 그렇게 보낼 것 같다. 서로 잘 통해 우리끼리 자주 만난다. 현재 대학원생이다. 언론홍보 대학원에 다니는데 연기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연 제작 등을 배운다. 한 학기 다녀보니 재미있다.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색다르다.”
그에게 동경하는 배우를 묻자 데인드 한을 꼽았다.
“데인 드한이란 배우가 소년미와 퇴폐미가 느껴지는 이미지를 갖고있다. 양면의 이미지인데 내가 너무나 갖고 싶은 이미지다. 선함과 오묘한 느낌이 공존한다. 그가 출연한 ‘라이프’ ‘더 큐어’ 등을 봤다. 아이 같은 떨리는 목소리는 아니다. 나이도 좀 있는데 30대 이긴 하지만 그런 선한 아이같은 목소리가 정말 좋더라. 감독님이 그의 출연작 중 ‘킬 유어 달링’을 좋아한다니까 거기에서 그 사람의 떨리는 듯한, 아이 같은 목소리를 모티브로 삼았다. 떨리는 호흡이나 톤 등 그런 걸 많이 생각하라고 하시더라.”
끝으로, 5년차 배우인 그는 앞으로 꾸준히 활동하며 배움을 얻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형식적일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늘 성장했으면 해요. 괴롭기도 하지만 배움이 즐거워요.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은 준비에 쉼이 주어진 상황이라 쉬는 동안 꾸준히 생각해요. 머리든 몸이든 꾸준히 준비했기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어진 과제를 해내기 위해 또 한 번 달리고 힘쓸 것 같아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