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미씽’ 엄지원 ‘블루 랩원피스’, 추격신 5일 채운 ‘9벌’
입력 2016. 12.23. 14:47:14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고 아이를 보모에 맡긴 엄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를 찾는 5일간의 추격을 그린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는 싱글맘 지선으로 빙의한 듯한 엄지원의 절절함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지선은 전남편에게 양육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시댁과 날선 소송을 계속하지만, 실상은 아이를 돌볼만한 돈도 시간도 없는 이혼녀일 뿐이다. 그가 아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손에 잡고 있는 드라마 홍보 에이전시는 내세울만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과 아이 모두 싱글맘인 그녀에게 허영과 사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하루 아니 몇 시간만이라도 아이와 편하게 눈을 마주칠 여유도 없는 그녀는 아이가 사라진지 하루가 지나서야 실종됐음을 인지했을 정도로 아이에게 둔감하고, 아이의 실종이 양육권 소송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두려워 경찰서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이기심을 보인다.

그녀의 모성애에 대한 의구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이기심의 발로든 아니면 위기에 순간에 가슴 속에 숨겨둔 모성애를 끄집어냈든 간에 그녀는 절박하게 아이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이 같은 그녀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것이 청량감 있는 비비드 블루 원피스다.

엄지원은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원피스를 제안했고, 김정원 영화의상감독은 뻔한 오피스룩 코드의 원피스가 아닌 여성성을 살리면서도 전문직 여성의 날선 이미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랩원피스를 만들어냈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있는 날이어서 지선에게는 좀 특별하게 옷을 갖춰 입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찾는 과정으로 연결되는 진행과정에서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스러운 견해도 있었지만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이안본 퍼 스텐버그의 상징인 랩원피스를 연상하게 하는 이 원피스에 대해 김정원 의상감독은 “그 브랜드(다이안 본 퍼스텐버그)를 떠올렸다”며 시나리오를 받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생각난 이미지에 대해 밝혔다.

이 랩원피스는 촘촘히 짜인 레이스 소재로 작은 자극에도 손상이 쉽게 가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같은 아이템이다. 또 랩원피스의 특성상 허리에서 묶는 방식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디라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 재단돼 뛰고 부딪히고 하는 추격신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배우와 의상감독의 생각이 일치해 나온 아이템이었지만, 이런 함정 때문에 의상 제작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김정원 감독은 “연상되는 이미지는 분명한데 구매를 할 수는 없어서 제작을 했습니다"라며 엄지원 분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이 원피스가 “영화 상에는 한 벌이지만, 제작은 9벌을 했습니다”라며 원피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놨다.

이런 이유로 “영화가 진행되면서 3군데 찢기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전에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어디에서 뜯겨져 나갈 지까지 고려해 제작을 진행해 총 9벌이 됐습니다”라며 원피스 제작과정에 대해 밝혔다.

엄지원과 의상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언제 뜯어질지 위태위태함이 추격신의 긴박감을 높여주고,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을 때마다 자신의 과오와 마주하게 되는 지선의 후회와 회환으로 가득한 표정이 세련된 원피스로 인해 설득력 있게 부각된다.

‘미씽 : 사라진 여자’라는 영화 제목에서는 ‘사라진 여자’ 한매가 타이틀롤로 비춰지지만 엄지원은 이 영화에서 원톱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제몫 이상을 해내며 필모그래피를 더욱 단단하게 채웠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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