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미씽’ 공효진, 패셔니스타 공블리 빈티지룩의 재구성
입력 2016. 12.23. 17:31:26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는 ‘사라진 여자’ 한매의 비밀스러운 개인사가 스릴러 속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 공효진은 중국 내 극빈층 출신의 한매라는 캐릭터를 맡으면서 ‘엄마’ 한매와 ‘여자’ 한매, 같은 듯 전혀 다른 두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심리 묘사를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해낸다.

한매는 아이는 물론 자신조차 사랑할 여력이 없는 지선에게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로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든든한 지원자로 옆을 지킨다. 그러나 그녀의 한결같음 뒤에 감춰진 응어리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미씽’의 스릴러 수위가 상승한다.

본인의 걱정 그대로 어색한 한국말은 옥의 티가 분명하고 중국어 역시 서툴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읊조리는 듯한 톤으로 중국어의 어색함을 학대받은 한매의 위축된 성향으로 표현하는 명민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국 변두리 지역에서 산 한매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휘해 설정된 빈티지룩 코드는 그녀를 패셔니스타로 등극시킨 키워드라는 점에서 어색한 언어보다 더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보는 이들에게 스릴러의 긴장보다 ‘공블리가 한매가 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을 더 키운 ‘미씽’은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여타 배우들이 그렇듯 ‘옷에 대한 열린 시각’으로 의상감독과 합을 맞추며 ‘한매’를 완성해냈다.

김정원 영화의상감독은 “어떤 옷도 소화하는 공블리, 대중이 알고 있는 공블리를 중국 변두리 어딘가에서 살다 온 인물을 만들어보자고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라며 역시나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를 가진 배우에 대한 부담을 안고 시작했음을 털어놨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한매 캐릭터를 잡는데 사건 전환마다 확실한 터닝포인트 역할을 하는 의상을 심어 놓고 각인 효과를 주면서 동시에 한편의 인생소설처럼 흐르듯 전개되는 느낌을 담기 위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의상을 등장시켰다.

그녀는 “티셔츠 니트 빼고 총 80벌을 제작했습니다. 여름에 촬영이 진행돼 겨울옷이 없어서 제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며 쉽지 않았던 당시 고충을 언급했다.

노력의 보상인지 전환점마다의 의상은 뇌리에 깊이 박히고, 스토리 속에 의상이 막힘없이 녹아들었다.

시골 마을 중년남자의 아내로 학대받으며 살던 당시에 입었던 찌든 때로 눅진해진 버건디 색의 부피가 큰 패딩점퍼는 공효진이 ‘이런 옷을 어디서 찾았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리얼리티를 채운다.

또 사창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입었던 체크패턴 스커트 슈트는 정확하게 명칭도 애매한 체크 블록이 교차된 베이지 계열의 톤온톤 패턴과 A라인 미디움 스커트로 세상사에 어수룩한 한매 캐릭터를 각인한다.

김정원 감독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던 옷이라며 “사창가지만 돈을 벌기위해 일생 처음 면접을 보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정말 소중한 순간이죠. 그래서 중국에서부터 소중하게 간직해온 옷을 입었을 거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라며 정감 가는 촌스러움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영화에서 전환점이자 사건의 실마리가 던져지는 장면에서 입은 트렌치코트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한 한매에서 독기를 품은 한매로 변신하면서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함께 도드라지게 부각되는 프린트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는 유독 ‘횡’한 느낌을 준다.

김정원 감독은 “일부러 날선 느낌을 주기 위해 블라우스와 트렌치코트 칼라는 물론 실루엣에도 직선의 각을 줬습니다”라고 말해, 한매의 심리 표현을 위해 디테일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치밀한 설정으로 채워진 ‘미씽 : 사라진 여자’ 속 ‘사라진 여자’ 한매는 여전히 공블리일 수밖에 없는 공효진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으나, 동시에 공효진이 배우로서 핸디캡이 될 수 있는 공블리라는 짐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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