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패션 리뷰] 악재 속 희망 ‘마켓 트렌드 키워드 10’
입력 2016. 12.27. 11:37:09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2월 개성공단 폐쇄로 포문을 연 2016년은 패션계는 이어진 종말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에 따른 중국 내 한한령과 대통령 탄핵이 일시에 터지면서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의 여파로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호재를 끄집어내기에는 악재로 채워졌던 2016년 패션계는 SPA의 몰락, 스포티즘의 부상, 온라인 마켓의 질적 성장 등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어 나비효과처럼 작은 변화가 일으킬 파장에 업계는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7일 ‘2016년 패션산업 10대 이슈’를 발표, 올 한해 패션가를 쥐락펴락했던 현상들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1. Survival: 성장보다는 생존

올해 국내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수출 부진 및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겹치고, 주력산업의 부진과 불안한 고용시장 등 가계 소득이 감소하며 소비위축으로 이어졌다. 또 최근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로 정국이 혼돈에 빠지면서 연말특수까지 소실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 소비자 심리 지수는 95.8로 10월 대비 6.1포인트 급락하며 2009년 4월(94.2)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애슬레저 부상과 골프 브랜드들의 선전, 마켓의 키워드로 부상한 라이프스타일 등 패션가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 패션 업체와 유통사의 M&A, 동대문 기반의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 기존 오프라인 및 제조업 중심의 패션 업계에서 생존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했다.

2. SNS Economy : 취향 인증 소비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인증문화가 점차 진화되고 있다.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한정판 아이템 구입을 과시하던 소유인증에서 시작돼 지난해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 등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거나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 중심의 경험인증으로 이어졌다.

올해에는 인증문화가 더욱 업그레이드돼 고급화된 개인의 취향을 SNS를 통해 인증하며 문화로 진화되어가고 있다.

패션과 유통업계에서도 고급화되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발맞춰 업그레이드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 New Man Power : 중년이 된 X세대, 아재 파워

권위적인 아버지로서 가족부양에 대한 의무감이 컸던 기성 중년 세대와 달리,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 본 X-세대들이 4, 50대에 접어들면서 자신을 가꾸고 삶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감각에 안정적인 구매 파워를 보이는 아재들의 등장으로 패션 뷰티 식음료 인테리어 유통업계 등은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맞춤 콘텐츠를 개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편집매장이 늘고 있으며 뷰티숍에서도 남성 그루밍제품의 판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 바버숍 등 사라져갔던 남성 전문 스토어들이 느는 등 아재열풍을 실감케 하고 있다.

4. Innovative Lifestyle Retail :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대형화 유통 vs 골목상권

쇼핑테마파크를 슬로건으로 내건 스타필드 하남이 지난 9월 오픈 후 100일 만에 740만 명이 방문하는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특정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지역 상권 특색을 반영한 개성 있는 포켓 상권도 부상했다. 20대의 대학생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특화한 ‘엘큐브’, 은평 뉴타운 지역 밀착형 복합 쇼핑몰 컨셉의 롯데몰 은평점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뿐 아니라 대규모 유통사가 아닌 소규모 개인들에 의해 전통적인 골목 상권이 탈바꿈했다. 공장들이 즐비했던 성수동, 70~80년대 가게들이 줄 잇던 익선동,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카페의 한남동, 그리고 유니크한 개성이 돋보이는 연남동과 망원동은 지역만의 특색이 반영된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5. Smart Online Business : O2O, V-Commerce, VR Service

지난 1996년 국내 온라인 쇼핑이 시작된 이래 20주년을 맞은 올해 국내 온라인 시장은 매년 두 자리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으며, 지난해 기준 세계 7위, 약 54조 규모로 성장했다. 이 중 패션 산업은 약 15.6%로 차지하며 여행 서비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모바일 쇼핑 규모가 온라인을 넘어서며 가장 중요한 쇼핑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 시선 인터내셔날 등 패션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 온라인 통합몰을 신규 런칭 및 재정비했고, 유통사와 패션 기업의 일부 브랜드는 온라인과 매장을 연계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형식의 고객 접점인 V-Commerce(Video+commerce)가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일방적 정보 전달에서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재미있는 콘텐츠 전달 형식으로 발전하면서, SNS와 MCN 등 다양한 채널에서 동영상을 시청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 대세가 됐다.

6. Cost Effective Items : 가성비의 진화, 불황기 아이템

소비자 체감 경기가 더욱 악화되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또 지난해보다 길어진 여름과 빨라진 추위로 간절기가 실종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로 계절을 불문하고 활용성이 높은 아이템이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를 더했다.

남성복 시장은 SPA 브랜드의 영향으로 저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겨냥해 초저가 슈트 아이템을 출시했다.

이랜드 리테일은 최저 9만원에서 19만 원대 슈트 브랜드 엠아이수트(M.I.SUIT)를, 롯데백화점은 9만 8천원부터 39만 8천원의 중저가 남성 정장 브랜드인 맨잇슈트(MANITSUIT)를, 티몬은 5~6만원대의 남성 정장 브랜드를 출시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한 남성복의 초저가 아이템과 달리 여성복은 다양한 TPO에 착용 가능한 활용도 높고 가격 대비 고퀄리티 소재의 합리적인 아이템들을 선보이고 있다.

7. Sportism, Borderless: 스포티즘, 허물어진 복종 경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슬레저를 중심으로 한 스포티즘이 글로벌 패션 트렌드 중심을 지켰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운동을 즐기는 삶이 중시되며, 애슬레저 웨어는 국내에서도 열풍이 이어졌다.

룰루레몬, 아보카도와 같은 글로벌 해외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새롭게 부상하는 언더아머는 내년 초 국내에 직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풀 꺾인 듯한 아웃도어 시장은 일상생활과 운동 시 모두 착용 가능한 피트니스 컬렉션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글로벌 SPA 브랜드들도 스포츠, 애슬레저 라인을 강화하며 매출 올리기에 주력하고, 캐주얼 및 남·여성복 브랜드들도 타 복종 및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애슬레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애슬레저와 같이 복종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스타일, 디자인 측면에서도 나타났다. 올해에는 특히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 또는 엄마와 딸이 같이 입을 수 있는 에이지리스(Ageless)로 전형적이지 않은 스타일이 핫 키워드로 부상했다.

8. K-Style, K-Power : 성장하는 K-Fashion과 파워풀한 K-소비자

‘태양의 후예’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다시 한 번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한류 열풍은 드라마, 연예 프로그램 등 콘텐츠 산업 외에도, 뷰티와 패션에도 중국과 다수 아시아 국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지드래곤을 메인 모델로 기용해 지난해 9월 상해에 1호 매장을 오픈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한해 패션업계 가장 이슈 브랜드인 ‘베트멍(Vetement)’은 개러지 세일(Garage Sale) 장소로 서울을 선정할 만큼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서울은 아시아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인식되고 있다.

9. Rising Small Brands : 온라인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선전

저가의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선보이는 온라인 소호 브랜드들의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며 큰 성장세를 보여준 한 해였다.

스타일난다는 핑크 호텔 컨셉으로 명동에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리본타이는 이태원에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함께 메르시를, 임블리는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에 이어 롯데백화점과 협약을 맺고 엘큐브 및 롯데 부산 광복점, 울산점, 대구점 등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상권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온라인 브랜드나 SPA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은 나만의 개성과 합리적 가격대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인 디자이너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적어 운영이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자체 온라인몰과 SNS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시장 내 영향력을 확장했다.

또 감각적인 상품 기획력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를 선보이는 편집숍들이 크게 증가하며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올 한 해 국내 패션 시장에서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0. Mindful Life : 나만의 휴식공간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 추구

성공 중심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지친 일상을 살던 이들이 나만의 휴식 공간인 ‘집’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과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 대한 현대인들의 의식 변화는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은 국내 인테리어 및 생활용품 시장이 2008년 대비 70% 성장해 2015년 약 12조 5천억원, 2023년에는 1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일본의 ‘미니소’ 와 같이 글로벌 중저가 리빙 소품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들이 국내에 론칭했다.

또 각박한 일상에서 힐링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도심 속에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식물이 크게 인기를 얻으며, 상업공간에서는 플랜테리어(Plant+Interior)를, 나만의 공간에서는 반려 식물을 기르며 정서적인 휴식과 안락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마리메꼬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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