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소리-미씽 의상감독 김정원, 스릴러 반전 키워드 ‘일상성’ [인터뷰①]
- 입력 2017. 01.02. 17:13:19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는 극중 캐릭터와 배우의 합에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배우라는 창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캐릭터 이미지가 완성도를 판가름한다.
영화의상감독 김정원
캐릭터와 배우가 하나의 인물이 돼 관객과 만나는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스토리와 스크린에서 노출되지 않는 유추 가능한 캐릭터의 인생사가 배우의 몸을 통해 어떻게 녹아드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영화 ‘로봇소리’(2016년 1월)와 ‘미씽:사라진 여자’(2016년 11월)(이하 ‘미씽’), 지난 한 해 개봉작 중 실종된 자식을 찾는 부모의 절절한 마음을 그리는 두 편에 모두 참여한 김정원 영화의상감독은 아빠와 엄마의 절심함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휴머니티와 스릴러를 합일점을 이뤄냈다.
김정원 감독은 “스릴러는 영화상의 장르일 뿐이죠. 영화 속에서도 일상에서 전개되는, 결국 일상에서 터져 나온 거니까. 사건에 맞춰서 다가가지는 않는다”라며 장르의 특성으로 인한 다른 출발점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덧붙여 “사람들이 생각하는 머릿속에 각인된, 획일화까지는 아니라도 그걸 거스르고 싶고, 다른 것을 표현하려 한다”라며 스릴러를 긴박감 넘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코드로 ‘일상성’을 꼽았다.
일상성은 보편타당한 공감이 전제돼야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마다의 일상성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사한 소재라고 해도 캐릭터의 인생사를 어떻게 배우를 통해 노출할지에 따라 일상성의 공감도가 달라진다.
‘로봇소리’와 ‘미씽’은 스릴러의 시작점으로서 일상성과 그런 일상성이 영화 혹은 캐릭터마다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로봇소리’는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10년의 세월을, ‘미씽’은 딸을 찾기 위해 함께 사라진 보모를 추적하는 5일간을 다룬다. 실종된 딸을 찾는 동일한 이야기임에도 시간차로 인해 캐릭터의 일상성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김정원 감독은 “‘로봇소리’는 아버지가 대구지하철 참사 시점부터 딸을 계속 찾아다니는 거잖아요. 그 때를 시점으로 시간이 멈춘 거 같은 상태라고 설정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입었으면 옷도 낡았을 거고, 그거 때문에 더 초라한 느낌도 있을 수 있는 거고, 이런 생각들이 전제가 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엄지원은 “제작발표회고 그러니까 원피스를 입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엄지원이 제안하고 저도 다른 거를 하고 싶고, 이런 생각이 일치했죠. 물론 애 엄마가 그런 옷 입고 애 찾으러 다녀도 되냐는 제작진의 의견이 있기는 했다”라며 당시 엄지원의 추격신 5일 채운 랩원피스를 둘러싼 의견 조율 과정을 회상했다.
따라서 아빠 이성민의 옷에서는 질기고 강한 집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면, 엄마 엄지원의 원피스는 딸의 실종과 함께 보모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는 과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의 긴박함이 드러난다.
이처럼 스릴러에서 일상성을 설명하는 요소의 하나로서 의상은 캐릭터의 성격과 함께 사건이 발생된 지점에서 마지막 종결시점까지의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사투하는 심리적 변화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스릴러는 일상에 있다가 갑자기 확 튀어나와야 되는 거잖아요. 스릴러에 뭐가 있을 것 같다는 거, 그런 상징성 내지는 전제요소가 (깔려)있으면 재미없잖아요. 일상성이 있다가 들이닥치는, 도드라지지 않는 일상성을 보여주는 게 더 스릴러 같지 않을까”라며 스릴러에서 요구되는 일상성의 개념과 표현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의상작업에서 ‘리얼리티’는 절대적이다. 하물며 판타지에서도 리얼리티를 놓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의상감독의 한결같은 말이다. 그러나 김정원 감독이 말하는 ‘일상성’ 맥락처럼 장르마다의 리얼리티는 조금씩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영화의상은 이 같은 같음과 다름이 만들어내는 조화에 의해 완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조화로운 의상 레시피가 영화 ‘로봇소리’와 ‘미씽’이 선정적인 내용이 없었음에도 주목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로봇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