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교사’ 김하늘 “낯선 효주, 20년 연기 생활하며 보지 못한 캐릭터” [인터뷰①]
- 입력 2017. 01.04. 13:02:3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아무도 든든히 지원해 주지 않는,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에요. 자존감 하나 있는 그 친구(효주)가 가진 게 많은 친구와 부딪혔을 때 씁쓸함이 있었을 텐데, 결국 무릎까지 꿇는 그 상황이 너무 속상했어요. 안타깝고 화가 났죠. 이 친구가 처한 상황이 보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만난 배우 김하늘(39)은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제작 외유내강)에서 연기한 비정규직 여교사 효주에 대한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의 영화가 아니라고 여겼던 그녀는 그러면서도 대본을 끝까지 넘겼고 대본을 덮은 뒤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대본을 읽으면서는 정말 이건 내 영화가 아니고 내가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효주를 감정 이입을 하며 보게 되니까 아무리 이게 연기라 해도 효주의 캐릭터나 감정이 너무 힘들었다. 끝까지 읽고 나서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럼에도 효주의 감정에 대한 여운이 오래 남더라. 내가 이 친구를 연기를 안 하고 놓쳐버리면 미련이 남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감독님부터 만나고 싶다'며 바로 결정했다. 감독님을 만났을 때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막상 가서도 감독님이 출연에 대해 감사해 하는데 난 그때까지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결국 감독님을 만나고 확신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기분이 나빴으며 자신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여겼던 그녀가 결과적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 건 결국 효주라는 캐릭터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효주의 어떤 매력이 그녀를 돌아서게 했을까.
"배우이다 보니 이 캐릭터가 정말 욕심이 났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캐릭터가 좋고, (연기) 하고 싶고 얼마나 내가 잘 표현해 낼까가 중요하다. 장르나 소재를 떠나 효주 자체가 정말 내가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며 볼 수 없는, 낯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는 캐릭터였다. 새로운 캐릭터라 도전하고 싶었단 게 아니라 낯설지만 연민이 갔다. '블라인드'의 수아 연기를 하면서도 그 친구가 안타깝고 안아주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여교사’라는) 영화가 외면하고 싶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효주 역시 내가 표현하는 이 친구가 어떨지 알고 싶었다. 내가 연기한 효주는 시나리오와 다른 느낌일 거다."
극 중 효주는 초반부터 까칠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효주의 날 선 캐릭터는 실은 그녀의 의견으로 탄생했다.
"내 선택이었다. 그게 나중에 효주가 무너질 때 훨씬 애처로울 거라 생각했다. 편집을 끝내고 효주가 생각한 것보다 더 짠하고 안타까웠다고 표현한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다. 주변의 밝은 사람이 효주에게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봤는데 많이 도움이 안 됐을 것 같다. 사람의 성향 자체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극 중 가족도 친구도 안 나온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고 오래된 남자친구 하나 있는 정도다. 정규직 교사 하나에 희망을 거는, 무미건조하게 사는 친구다. 그런 느낌을 보면 힘이 없는 친구가 아니라 날 선 친구일 것 같았다."
그녀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많은 의견을 내며 적극적으로 임했다.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상황과 감정에 맞게 신과 캐릭터를 수정해나갔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하고 (내가) 의견을 많이 냈다. 시나리오부터도 정말 많이 내가 (의견을 내서) 수정이 됐다. 전체적인 느낌은 좋은데 디테일에 있어 남자 감독님이다 보니 자연스레 효주에 대해 놓친 부분이 있다. 남자친구와 싸울 때 대사와 상황이 바뀌었다. 두 번의 싸움 장면이 다 바뀌었다. 재하가 혜영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도 동선이나 상황이 바꼈다. 감독님이 쓴 시나리오에서는 여자(효주)가 소리를 많이 지르고 말을 많이 했었다."
김태용 감독은 남성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감정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김하늘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효주라는 캐릭터를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김하늘 역시 캐릭터에 몰입하게 됐다.
"감독님과 의견이 달라서 충돌이 일어나는 느낌은 아니었다.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쓰고 내게 의견을 물었다. 그래서 내 의견을 냈고 받아들여졌다. 시나리오상에서 (효주가) 재하의 교복을 보고 냄새를 맡는 신이 있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신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좀 더 빨리 끌어들여서 냄새를 맡는 걸로 갔다. 내가 생각하는 느낌은 그게 아니어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거기가 시작이었다. 그래서 조금 효주에 좀 더 편하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재하에게 빠지는 템포를 내가 정한 것 같다."
김하늘은 효주에 대해 '낯설다'고 표현했다. 실제 자신과도 전혀 닮은 면이 없다고 털어놨다.
"나와 정말 안 닮았다. 질투심은 없을 수 없지만 표현법은 나와 정말 다르다. 난 둘 중 하나였을 것 같다. 정말 외면해서 자존감을 지키든지, 아예 혜영과 친해지든지. 그런데 이 친구는 자존감을 정말 지키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무릎을 꿇잖나. 그런 건 정말 나와 다르다. 실제 난 좋지 않은데 좋은 척하진 않았던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신에서 효주는 어딘가를 응시한다. 마지막 신에 관해 묻자 그녀는 의외로 쉽게 촬영을 마쳤다며 웃었다.
"오히려 고민하지 않았다. 후반에 찍었다. 이미 감정이 효주화 돼 있었다. 내 기억으론 여덟 테이크 이상 했는데 감독님이 첫 번째 테이크를 쓰셨다더라. 난 감정이 원래 첫 테이크가 좋다. 그 신도 감독님이 조금씩 달리 주문했는데 계속하다 보니 감정이 아닌 연기가 돼버리더라."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 즉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자신이 느낀 점을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관객이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 제가 대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계급사회, (영화의 포장 같은 얘기지만) 학생과 제자, 그 외 메시지 등이 있지만 '한 인물에 대한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