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교사’ 김하늘 “변신 위한 도전? 위험한 말” [인터뷰②]
- 입력 2017. 01.04. 13:40:1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그런(연기 변신) 생각을 하면 좀 위험한 것 같아요. 항상 작품을 선택할 때 그런 말을 들어요. 예전에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선택할 때도 '청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냐' '도전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들었는데 그런 이유로 작품을 택하면 부담스러워요."
최근 드라마 '공항가는 길', 영화 '여교사' 등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이전에 보지 못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20년 차 배우 김하늘(39)은 '변신' '도전' 등의 단어에 대해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김하늘을 만나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제작 외유내강)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공항가는 길'이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 이른바 '불륜'을 다뤘다면 이번 영화는 표면적으로 고등학생인 남자 제자와 선생의 '부적절한 관계'를 다룬다. 이에 최근 그녀가 연기 변신을 하며 도전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세월이 가면서 경력이 쌓이고 연기의 폭도 넓어지면서 그 시기에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욕심'에 의해 (작품을) 선택한다. 변화를 위해 선택한 적은 없다. 이번 작품은 정말 내게 도전이 맞긴 하다. 인터뷰할 때 '도전'이란 단어를 (말하는걸) 싫어한다.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너무 내가 표현하지 않았던 캐릭터라 내게도 정말 낯설었다.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면서 공포·스릴러도 했지만, 사랑 안에 있는 연기를 항상 했고 로맨스 연기를 대부분 했다. 이번엔 정말 달랐다. 항상 예쁘고 사랑스럽고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연기를 하다가 '당신이 악마 같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등의 대사를 들을 때 모욕감이 들었다. 감정을 이입하기에, 정말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찍을 때도, 봤을 때도 속상하고 화나고 또 그 이상의 감정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것 안에 있다. 내겐 그런 걸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쉽지 않았다지만 '여교사'를 통해 '인생 연기'라는 호평을 들은 그녀는
"난 사실 정말 좋았던 게 내가 여태껏 한 영화 중 가장 리뷰 기사가 많았다. 당연히 리뷰가 정말 궁금하고 다 찾아본다. 언론시사회 뒤 계속 체크를 하는데 정말 기사가 많고 좋은 기사도 많았지만 관심 안에 든 것 자체가 좋았다. '더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재작년에 촬영해서 이번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봤다. 인터뷰 할 때 또 새롭고 카타르시스도 느껴졌다. 내 낯선 모습을 보는 게 재미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느껴졌다. 나도 그런데 날 좋아해 주는 분들이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런 응원에 자신감이 생기더라. (앞으로의 작품에 관해) 장르·캐릭터를 넓게 생각한다"
최근 KBS 연기대상에서 '공항가는 길'로 최우수상을 받은 그녀는 "촬영하며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건(수상 여부는) 내 영역이 아닌 느낌이다. 상을 받았을 때 보상 같은 느낌보다는 촬영을 하면서 시청자에게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응원을 통해 이미 보상을 다 받아서 그 자리는 감사하다고 말하는 자리였다."
'여교사'의 OST에도 참여한 그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음악이 정말 좋았다. 엔딩에 나오는 음악인데 내가 가수가 아니라 그 감정이 깨질 수 있어 우려가 됐다. 허밍 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음악이 좋더라. '녹음 후 영화에 방해가 되면 다른 걸 쓰겠지' 생각하고 했는데 내 허밍이 나오더라."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그녀는 영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그녀가 체감하는 여성 영화 부족의 실태에 대해 들었다.
"여전히 비슷한 것 같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그리 많지 않다. 여자가 이끄는 영화도 많지 않고 그래서 당연히 전체적으로 들어오는 시나리오 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여교사'에서의 베드신에서 김하늘은 효주가 느끼는 수치심 모멸감을 표현해야 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에서 그녀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는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고 그녀가 연기하며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게 느낀 장면이기도 했다.
"감독님과 상의했다. 난 앵글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배우는 당연히 앵글을 알고 어디가 포인트인지 알아서 그것에 맞춰 연기해야 하니까. 앵글 안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니까 앵글, 리액션을 다 상의했다. 베드 신의 클로즈업 장면에서 화면상에 표현이 다 됐는지 모르겠는데 모멸감과 수치심이 드는 장면이다. 효주가 살짝 정신이 나가 있던 상태인데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재하를 만나고 재하가 덮쳐오는 장면에서 효주가 재하를 보며 정신이 살짝 돌아오는 느낌이다. 그때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하는 걸 오래 찍었다. 울음이 너무 나는데 울 때 입을 다물고 감춰야 하는 느낌이었기에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베드신에서도 그녀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짙은 베드신은 오히려 영화에 방해가 된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부분이 부각이 안 된 게 잘 된 것 같아요. 내가 이 영화를 택한 이유와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이, 그 부분이 부각이 되면 관객들이 오해할 수 있어 속상할 것 같아요. 감독님이 쓴 느낌은 그걸 강하게 한 듯한데 촬영을 하며 내 의견을 많이 따라주신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영화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