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요정 김복주’ 경수진 나 자신만큼 사랑한 ‘송시호’를 보내며 [인터뷰]
- 입력 2017. 01.12. 12:16:54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시호의 장면 중 가장 슬펐던 건 던진 리본을 다시 잡지 않았을 때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장면이 가장 시호스럽기도 하지만, 이 친구가 정말 다 내려놨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있는데 자기 힘으로도 안 되는 그 영역까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는 거니까. 시호가 불면증 때문에 약을 먹고, 쓰러지는 건 아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 장면은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경수진은 ‘역도요정 김복주’ 속 송시호를 떠나보내며 가장 슬펐던 장면을 회상했다. 여전히 당시의 감회에 젖어 있던 그녀는 약간의 눈물 글썽임을 보이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11일 MBC 수목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연출 오현종, 남성우, 극본 양희승, 김수진)에서 리듬체조 유망주 송시호 역을 맡아 열연한 경수진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시크뉴스와 만났다.
극중 남자 주인공인 정준형(남주혁)의 전 여자 친구이자 리듬체조 유망주로 등장하는 송시호를 연기한 경수진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사이 정말 살이 많이 빠진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대학생 청춘들의 이야기다. 덕분에 현장 또한 한창 활기차고 빛났다. 경수진 역시 현장 자체가 젊었기 때문에 감독님도 밝은 에너지로 배우를 대해줘 굉장히 편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외로움도 존재했다.
“다 같이 놀다가도 촬영 슛 들어가면 역도부, 수영부. 자기들끼리 얘기를 한다.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되게 부러웠다. 경수진으로서는 그 장면이 끝나고 외로움도 많이 남았다. 사실 그래서 더 시호화 될 수 있었던 것 도 같다. 시호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촬영이 없는 날에도 긍정적이던 성격이 약간 부정적이게 변하기도 하고, 더 예민해졌다. 제가 몰입을 계속 하고 있다는 얘기니까 나쁘지 않았다. 시호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편해지니까, 덩달아 저도 편해지더라. (웃음)”
그녀가 송시호라는 역할에 많이 이입했던 만큼 공감 가는 부분 또한 많았다. 운동선수와 배우, 그 사이 어느 공통점을 찾은 경수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서 본인도 얻어 가는 것이 많고, 힐링을 많이 받았다.
“선수 생활이나 배우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호는 총망 받는 유망주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도 억압을 받았을 거고, 몸무게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도 있었을 거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도 있고, 시선, 댓글들도 신경 쓰고. 그런 부분들이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서 공감이 갔다”
드라마는 초반 송시호, 정준형, 김복주(이성경)의 삼각관계 구도로 그려진다. 하지만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준형이 복주를 짝사랑하기 시작하고, 시호는 홀로 묵묵히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경수진은 이런 시호의 마음에서 ‘아직은 어린 나이’에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 보면 시호가 굉장히 어리다. 솔직히 22살이면 너무 어린 나이다. 그 나이에 어떤 감정의 컨트롤을 하기에는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고, 자존감이 강한 친구들도 잘 안 된다. 복주하고 싸우는 장면을 딱 보고 ‘아, 시호도 어리구나. 아직 감정 컨트롤이 힘든 친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거의 시호에게는 준형이밖에 없었다. 가정 형편도 힘들었고, 친구도 없었고, 코치한테 의지할 수도 없었다. 근데 준형이가 있었다. 아마도 남자 친구 이상의 관계였을 거고, 보호자일 수도 있다.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호는 위로를 받고 싶은 상대였던 거다. 얘기하고 싶고, 내 일상을 전하고 싶은 사람.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으니까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것들을 담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시호가 죽을 고비를 맞이해서다”
송시호를 연기하기 위해 리듬체조 선수처럼 훈련을 받으면서 진짜 현역에서 운동했던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는 경수진. 그녀는 그들을 만나면서 시호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더욱 커졌다.
“시호라는 그 친구가 가상의 인물이고, 연기한 캐릭터긴 하지만 실제로 같이 연습한 친구 중에 (시호 같은) 아이가 있었다. 현역에서 운동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걸 한다. 저희하고 같이 훈련을 했는데, 그 친구 얘기를 들으니까 ‘시호도 그랬겠구나, 안타깝다’ 생각이 들더라. 아직 아이들이다. 그냥 평범하게 친구들이랑 놀 수 있는 나이인데, 훈련만 계속 하는 거다. 정말 시호를 안아주고 싶었다. (극중) 시호가 선생님이 됐지 않냐. 잘 됐다. 시호한테 ‘너는 네 꿈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다. 정말 멋있는 친구야’라고 말하고 싶다”
시호 못지않게 치열한 청춘을 보냈다는 그녀는 함께 훈련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성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큰 목표를 세우고, 차근히 이뤄가는 것부터 본인을 채우기 시작했다.
“시호 못지않게 열심히 생활했다. 그때는 제가 힘든 걸 모른다. 꿈에 대한 열망과 욕심이 커서 되게 행복하게 생활했다. 알바도 많이 하고, 연기 레슨비로 다시 쓰고 그랬다. 그대로 제 20대를 돌아보면 그래도 뭔가 꿈에 대한 열정,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경수진이 연기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훈련을 받으면서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치열한 삶을 봐서 그런지 반성도 하게 됐다. 그러면 내 30대는 더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더라.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목표가 생겼다. 영어, 책, 신문, 피아노, 마라톤. 목표가 다섯 개가 있다. 그것들을 지금 하고 있다”
다가오는 설은 가족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라는 경수진은 미래의 본인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콕 집어 ‘2018년’을 꼽았다.
“2018년도의 경수진에게. ‘2017년도에 너무 열심히 했고, 여러 작품을 했어. 2018년도에는 너만의 휴가도 가고, 목표를 세우기보단 마음을 비우는 데 집중하는 한 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2017년도는 내면을 채웠으니까, 2018년에도는 마음의 평안을 얻자’고 얘기하고 싶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