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킹’ 조인성, 9년 만의 스크린 복귀 “검사 태수, 순리대로 만났죠” [인터뷰]
- 입력 2017. 01.13. 18:29:49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확 걸리더라고요. (마음에 와 닿아) 걸려야 하는데 그건 배우의 취향에 따른 것 같아요. 그걸 중요시해요. 그러다 노희경 작가님 작품도 들어왔고 개인적으로 노 작가님 팬이기도 했어요. 그것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것들을 못 보던 거예요. 인연 따라서 가는 게 있는데 인연이 좀 맞았던 것 같아요. 순리대로 흐르듯이 갔던 게 제 입장에선 '더 킹'을 만나는 기회가 됐죠. 저로선 순리대로 간 거예요.”
전작인 ‘쌍화점’(2008) 이후 무려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인성(37). 그가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을 만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 제작이 지연된 적이 있었지만 기다리며 의리를 지킨 끝에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정권에 대한 것도 좋았고 일대기를 그린 게 좋았다. 내 이야기 같아 공감되고 영화에 집중이 됐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영화를 하려는 목적의식으로 이 영화를 택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영화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고 영화에 대해 잘 평가를 하지는 못한다. 영화의 재미 여부만 보는 정도다. 영화는 하기로 하면 ‘한다’하고 단순화 시킨다. 흥행 여부를 떠나 내 감을 신뢰하는 편이다. 내 취향 때문에 그런 건데 그게 단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오랜만에 관객 앞에 새 영화를 선보이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스크린에서 보는 내 모습에 내가 설레더라.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게 스크린이냐 브라운관이냐를 굳이 따지지 않는 현실이 된 것 같다. 텔레비전 보는 분이 영화를 안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분이 텔레비전을 안 보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좀 더 폭넓게 봐야하는 것 같다. 그래서 tvN 드라마도 택했고. 좀 더 세상에 발맞춰 나가려 한다. 시사회 자리에서는 좀 두렵더라. 어제 언론시사회를 통해 오픈되고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빚지지 않고 시작할 수 있으니까.”
초고가 좀 더 태수 중심이었던 것은 정우성의 합류로 좀 더 정우성에게도 초점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연한 것’이라 표현했다.
“당연히 그만한 배우가 들어오면 그 만한 롤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박태수는 한강식을 동경한다. 실제 조인성 역시 정우성을 보며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고 그를 동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영화 안팎에서 두 사람의 비슷한 관계가 연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까.
“스타일·행보는 우성이 형과 좀 다른데 나중에 우성이 형처럼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형은 좀 자유로워 진 것 같다. 작품을 하며 배역이 작아도, 크면 큰 대로 자유로운 포지션이 되는 게 부러운 면이 있다. 그런 선택이 쉽지 않은데 선배가 한 번 그렇게 터뜨려 주면 선택이 좀 쉬워진다. (현실에서의) 관계 때문에 캐릭터가 구축될 때가 있는데 그런 관계 설정이 정말 빨라졌다. (배)성우 형은 처음 만나야 하는 사람이었고 도움을 받았다.”
연기에 내레이션 까지, 분량이 많아 힘들 법도 했지만 그런 만큼 작품의 흐름을 꿸 수 있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매일 현장에 나가 촬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은 없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가끔 나가니까 흐름을 잘 몰라 힘들더라. 이건 계속 나가니까 일체화시키기가 쉬웠다. 한재림 감독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진 못했다. 감독님과 자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어서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아 편견을 안 가졌다. 원신 원 컷으로 찍으려 한 게 많다. 카메라 무빙이 원신 원 컷으로 찍으려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삭발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머리 자르는 건 얼굴만 나오니까 조감독님이 (연출을) 했다. 한 번 깎아야 하니까 감독님이 다방면의 표정을 찍어 놨다. 우울한 모습, 기분 좋은 모습 등 여러 표정을 하며 찍었다.”
목포 들개파 2인자 김두일의 캐릭터는 무게감이 있어야 했다. 신기하게도 조인성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류준열을 떠올렸다고.
“‘두일 역이 과연 누구 손에 들어갈까’ 했다. 내가 어리고 신인이면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사이 ‘응답하라 1988’이 확 떴다. 감독님이 이야기하기에 ‘흥행에도 도움이 되고 정말 좋다’고 했다. 준열이는 다양한 힘을 주는 눈을 가졌다. 표정도 담백하다. 어릴 땐 눈에 힘을 줄 수도 있는데 준열이는 고유한 얼굴로 가니까 껄끄럽지 않다. 영화를 보며 감정적으로 이해가 되면 외모적인 게 해결되지 않나 한다.”
촬영장 분위기는 맏형인 정우성이 주도했다. 대다수의 촬영장이 그렇듯 함께 술자리를 갖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만들어갔다.
“우성이 형이 중심이 되니까 술을 많이 마시고(웃음). 그런 게 영화가 가진 묘미인데 좋았다. 시간이 보장되니까. 촬영 하고 시간이 약간 남는다. 그래서 감독님과 성우 형과 일희일비 하며 ‘오늘은 어땠다, 어제는 어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연예인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일희일비라더라.”
박태수는 검사지만 ‘양아치스러운’ 캐릭터다. 그런 태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에 대해 그는 많은 생각과 의논을 거쳤을 터다.
“고마운 질문이다. 태수가 나오는 분량이 압도적이고 처음부터 나와서 이 영화의 색깔을 보여준다. 감독님이 ‘주제의식은 무거운데 다른 각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했다. 그렇다면 연기를 가볍게 해달란 건데, ‘코미디를 해야 하나, 일상적으로 해야 하나, 일상적으로 한다고 일상적으로 보일까’ 그러다보니 매 순간 시험 보듯 했다. 첫 캐릭터의 테이크에 ‘좋다, 그런데 좀 변형을 해보자. 어떻게 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보편적 정답을 하나 정하고 틀어서 해보니까 입체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한강식을 중심으로 하는 ‘그들만의 공간’인 펜트하우스 장면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의 추악한 욕망이 담긴 세계를 오픈하는 의미다.
“펜트하우스 장면에 힘을 줬다. 보통 그런 장소는 지하세계, 룸살롱이란 곳으로 보편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또 다른 장소인 ‘밀실’ 같은 느낌의 우리가 보지 못한 공간을 어떻게 오픈시킬 건가에 대한 감독님의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착석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다. 그 장면에서 촬영·조명 감독님이 힘들었을 거다. 배우는 연기에 임하면 되는데 렌즈가 가진 한계점도 있고 해서 감독님들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더라.”
극 중 그는 정우성 배성우와 함께 클론의 ‘난’에 맞춰 군무를 보여준다. 각 잡힌 수트를 입은 세 사람이 신나는 곡에 맞춰 군무를 하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진짜 민망했다. 우성이 형은 ‘아수라’ 개봉 후 해외 스케줄이 있어서 따로 연습했고 나와 성우 형이 함께했다. 내가 몸치라 그런지 모르지만 선생님이 말씀하기엔 지금도 그 안무가 힘들다고 하더라. 강원래 구준엽 씨가 안무로 유명한데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었다는,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극 중 상황에 맞춰 빈약하고 초췌한 몸을 보여준 점에 관해선 ‘적절한 타이밍’ 덕분이었음을 밝혔다.
“중후반쯤 찍었다. 감독님이 그런 건 얼굴이 부었으면 하는 주문들을 하시잖나. 초반엔 티가 별로 안 나는데 헬스를 많이 했었다. 스케줄로 운동을 못 하니 근육이 빠져 원래 빈약한 내 몸으로 돌아왔다. 그게 좀 타이밍이 맞았다.”
엔딩의 경우 후반부에 촬영이 이뤄졌다. 그는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한 끝에 지금의 엔딩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렇다. 서울에 와서 찍었다. 그 장면이 쉽지 않더라. 결혼식 장면을 찍고 부랴부랴 잡아서 간 거다. 마지막으로 대중과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끝냈는데 어떤 방식으로 끝낼 건지 많이 서로 고민했다. 웃어보기도 윙크도 하고 별걸 다 해봤다. ‘아직도 세상은 그렇지, 나아질 거야’ 하며 다른 의미를 갖고 많이 찍어봤다.”
영화에서 그는 줄곧 내레이션을 한다. 영화에서의 내레이션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몇 번 다른 감정으로 했다. 처음엔 어린 시절로 촐랑대며 해봤는데 과해지더라. 그렇게 몇 번 하니까 감독님이 그걸 섞어 쓸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가 된 거다.”
초반의 태수는 신인 검사로서 정의로운 모습을 보인다. 그가 맞닥트린 사건의 상황에 대해 실제 촬영을 하며 그 역시 무거운 마음으로 공감했다.
“뜨거운 마음으로 했다. 지민이를 만났을 때가 더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모르니까 모름의 답답함이 있는데 지민이는 당한 거잖나. 부산의 폐교한 학교에서 찍었는데 사람의 온기가 없는 싸늘함이 있더라. 앳된 소녀가 왔는데 짧은 체육복을 입고 바들바들 떨고 있어 울컥하더라. 그런 소녀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움직이는데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그건 정말 그렇다.”
극 중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장면에서 그의 눈빛 연기에 대한 칭찬이 나왔다.
“(감독님이) ‘꿈처럼 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이해가 확 되더라. 그렇게 디렉션을 주니까 배우 입장에서 편했다. 꿈을 꿨을 때 정도의 느낌을 아니까.”
안희연 검사 역의 김소진과 조인성이 한 화면 안에 나오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두 사람의 케미가 좋았던 게 이유다.
“엘리베이터에서 욕하는 장면에서 원래 대본에 없었는데 신문을 주려다 뺏더라. 그렇게 해주니 욕하는 게 그 분 때문에 되더라. ‘반말 하지 말라’는 장면에선 ‘검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싸한 게 느껴졌다.”
동년배 배우들 중에서 다른 지점에 있다는 평을 듣는 그는 책임감을 느낄 만한 연차이자 나이다.
“‘배우 조인성’도 중요하지만 ‘인간 조인성’이 중요하다. 연기 빼고 조인성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 싫다. 인간 조인성으로의 발전도 중요하다. 요즘 가장 기분 좋은 건 부모님 동생과의 완만한 관계다. 사이가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가정처럼 살갑게 못하고 동생에게도 권위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그걸 풀어내니까 밖에서 다른 상대와 대화가 훨씬 편하다. 저번 주에 배가 고파 ‘외식이나 할래요?’ 했다. 그런 말을 잘 안한다. 방이동 냉면집에 부모님과 셋이 앉아 외식을 했다. 진짜 오랜만이라 어색함을 느끼는데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캐릭터도 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을 다룬 장르에서 이해와 공감을 더 하면서 선택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데뷔 17년차인 그지만 배우로 지낸 시간을 생각하면 작품을 그다지 많이 했다고 볼 순 없다. 장차 좀 더 많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묻자 그는 “여쭤보고 싶다”며 자신이 어떤 행보를 가야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주인공의 세대교체가 빨라졌어요. 그러면 자연스레 소재가 우리 쪽으로 오는 소재보다 젊은 친구들에게 가는 소재가 많을 수밖에 없죠. 드라마를 하고 싶어도 내가 들어올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물론 ‘도깨비’에서 공유 형이 잘 하고 있지만 타이밍이 안 맞으면 전체적으로 젊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드라마 혹은 영화,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