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킹’ 류준열 “조폭 최두일, 검사보다 검사같이 연기했죠” [인터뷰]
- 입력 2017. 01.16. 15:38:47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시나리오가 가장 첫 번째죠. 재미있어서 꼭 나오고 싶었어요. 다행히 감독님과 이야기가 잘 됐어요.”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류준열(32)은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제작 우주필름)에 출연한 가장 큰 이유로 많은 배우가 그렇듯 ‘시나리오’를 꼽았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류준열은 박태수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들개파 2인자 최두일 역을 맡았다.
처음 조폭 연기에 도전한 그는 ‘검사 같은 조폭’의 모습을 기준으로 전형적인 조폭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오히려 검사가 더 조폭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조폭과 대조를 이뤄 권력을 지닌 부패한 인물들을 풍자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것.
“늘 어색하고 부끄럽다.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고민한 만큼 나온 것 같다. 조폭이란 역할에 대해 우리나라가 조폭 영화가 많고 그런 캐릭터가 많아 전형적 모습이 있었을 텐데 그런 인물로 표현한다기보다는, 검사가 주로 등장하는데 내가 조폭이잖나.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거기에 대해 별로 구분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처음에 감독님이 초반 장면을 보여주셨다. 자료화면을 통해 근현대사를 쭉 보여주면서 ‘이런 식으로 갈 건데 검사와 조폭이 구분 안 되게 해 달라’고 하셨다. 난 어떻게 하면 검사처럼 보일까를 생각했다. 건달의 껄렁한 모습과 검사 중간의 길을 걸으려 애썼다.”
조폭 역할을 맡은 만큼 액션신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 극 중 전라도 사투리도 구사한다. 그는 어머니와 이모들 덕분에 사투리에 대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무술팀과 준비를 많이 했다. 많이 칭찬해 주셔서 고래 춤추듯 했다.(웃음) 어머니가 군산분이시다. 실제 어머니·이모들과 사투리를 쓰는 편이어서 사투리 때문에 테이크를 다시 간 경우는 없었다. 할 땐 자신감이 있는데 볼 땐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인 것 같다.(웃음)”
류준열이 연기한 최두일은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등이 연기한 주요 인물인 검사에 비해 다소 분량이 적고 입체적 묘사 정도가 작다. 홀로 의리를 지키는 역할이긴 하지만 의리를 지키는 이유의 정당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는 평도 나왔다.
“물론 좋은 역할이라 했지만 두일이라는 인물이 좀 입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나 비중은 내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대본을 훌훌 넘기며 읽었다. 당시 나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고 내가 대본을 늦게 읽는 편인데 훌훌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5살 차이의 조인성과 동갑내기 친구 설정으로 출연한 그는 연기 경력 차이로 인해 두 사람의 나이 차가 클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내가 인성 선배 나이를 모르고 있었다. 연기를 오래 하셨으니까 차이가 크게 날 줄 알았는데 나와 몇 살 차이 안 나더라. 선배는 18년 정도 연기를 하셨고 나는 데뷔 1년 정도 돼서 만났으니까.”
극 중 두일은 카메라 앵글에서부터 표현‧목소리 톤 등에 이르기까지 가장 무게감 있게 묘사됐다. 의리 있고 멋있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점에서 다른 인물들과 대조되기도 한다. 정작 두일을 연기한 당사자인 류준열은 크게 무게감을 주려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그렇게 크게는 신경을 안 썼다. ‘운빨로맨스’를 할 때는 오히려 신경을 썼다. 로맨틱 코미디였기에 다른 작품에 비해 신경을 썼다면 더 쓴 것에 가깝고 이 영화에선 톤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장센에서 묻어나야 하기에 신경을 썼다. 이야기 자체에 대한 부담 없이 ‘이런 사람이 살았구나’에 집중하려 했다.”
그는 또래보다 늦게 출발한 신인이지만 그런 것으로 인해 특별히 힘든 점도 없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늦었다고 별로 생각이 안 든다. 대학‧군대를 갔다 와서 휴학도 한번 해보고 1~2년 독립영화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 보통 빠르다곤 안 해도 크게 부담도 없다. 내 또래에서 1~2년 늦게 나오는 분도 큰 차이 없을 거다.”
지난 2015년 2월부터 7월까지 ‘더 킹’을 촬영한 그는 같은 해 6월 붙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의 촬영에 돌입해 11월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는 드라마 ‘운빨로맨스’를, 10월부터는 정지욱 감독의 ‘침묵’을 촬영했고 현재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을 앞둔 상태다. 그가 이렇게 다작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난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작품을 하는 것들이 정말 행복하다. ‘달려야 할 때라서’ ‘준비를 하려고’ ‘어떤 배우가 되기 위해서’라기 보단 지금 날 찾아오고 작품이 들어오는 게 행복하다. ‘행복할 것 같다’는 작품을 하고 있어서 ‘바쁘냐’ ‘피곤하지 않으냐’는 질문엔 ‘행복하다’고 말한다.”
‘응답하라 1988’로 높은 시청률을 비롯해 많은 팬을 양성할 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얻었지만 이후 걸어갈 길에 대한 고민도 있지 않았을까.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되는 건 아니기에 애초에 끈을 자르고 ‘지금 가장 재미있는 걸 하면 어떨까’ 했다. 지금 영화를 찍는 것도 영화가 정말 재미있어서다. 피곤해서 잘 때도 내일 만날 역할, 스태프 등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럴 때 재미있어한다는 걸 느낀다.”
앞선 인터뷰에서 조인성은 류준열의 눈에서 오는 힘, 담백함을 연기자로서의 장점이라 칭찬했다. 이에 대해 류준열의 생각을 들었다.
“정말 기쁘다. 실제 그렇게 하려 애썼다. ‘벽’이랄까?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그런 지점인 것 같다. 물론 노골적으로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도 있지만 나라는 사람이 표정을 크게 표현하는 적이 없다. 인간이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말 안타깝거나 울 때나 그런 순간 외에는 표현하는 순간이 별로 없는데 그걸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건 앞으로 내 연기생활에 큰 과제인 것 같다.”
여러 작품에서 과하지 않게, 담백하게 표현하는 연기로 눈길을 끄는 그는 실제 그런 연기가 의도적인 것임을 밝혔다.
“영화라는 예술은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들은 관음증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것처럼 숨어서 남의 이야기를 볼 때 ‘진짜 삶은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작품을 고를 때도 그런데, 배우의 실제 삶이 묻어나면 공감이 쉽지 않을까.”
최근 그는 많은 작품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적다. 그런 그에게 주인공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물었다.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난 이 작품에 못 들어왔을 것 같다. 가장 첫 번째는 글(시나리오)이고 좋아하는 감독의 글은 다 재미있다.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빨리 여러 작품을 만나는 행운도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운빨로맨스’ 등에서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면 영화에서 그는 대선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더 킹’ 뿐 아니라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침묵’의 최민식 등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느낀 점을 들었다.
“느낀 점이 정말 많아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래서 선배들이 이렇게 오래 작품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죠. 제가 너무 얕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들은 큰 것들을 집중해 고민하시고 나머지는 스태프에 맡기시더라고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