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니스트 이성경이 ‘역도요정 김복주’를 사랑하기까지 [인터뷰②]
- 입력 2017. 01.16. 17:04:00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초짜 새내기 배우들에 소소하고 귀여운 사건들을 가지고 연기해야 했으니까.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모든 배우들과 스탭들이 얘기한 건, 착하고 순수한 드라마 만들자고 한 것밖에 없어요. 부끄럽지 않은 작품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시청률은 운명이니까요. 행복한 에너지를 전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피아니스트에서 모델, 모델에서 연기자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정말 많은 행운과 기회들이 자신을 스치고 지나갔다는 이성경은 우연한 기회에 잡게 된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지난 1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연출 오현종, 남성우, 극본 양희승, 김수진)에서 김복주 역을 맡아 열연한 이성경이 시크뉴스와 만났다. 모델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던 이성경이지만, 살을 찌우면서까지 캐릭터를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로 인해 어려운 점들도 많았다. 갑자기 찌우는 살에 몸은 무거웠고, SBS ‘닥터스’가 끝난 직후라 서우를 아직 채 보내지 못한 마음도 힘들었다. 거기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역도 훈련을 나가야 했고, 아침, 점심, 저녁, 야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역도를 하는 복주라는 캐릭터가 어쩌면 이성경의 필모그래피의 흠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힘든 시간들을 거쳐 ‘웰 메이드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이성경이 복주를 통해 ‘잃은 것’도 있을까.
“새침하고 화려하다는 이미지는 저도 몰랐는데 저에게 있었다고 하더라. 이제 그런 이미지를 많이 잃지 않았을까. (웃음) 전에는 눈, 코, 입, 얼굴 다 동그랗게 생겨서 별명도 ‘이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부었나, 안 부었나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하게 잃은 것이 있다면 피부를 잃은 것 같다. 아직 회복 중인데, 역대 인생 최악의 피부를 겪었다. 밀가루를 많이 먹고, 잠도 못 자고. 나트륨 과자를 계속 먹으니까 이마가 병 수준으로 안 좋았다. 앞머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이제 많이 자고, 물 많이 먹으면서 회복하려고 한다”
극중 복주는 준형(남주혁)과 재이(이재윤) 두 사람을 사랑한다. 실제 이성경이라면 첫사랑 재이와 남자 친구 준형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준형이. 준형이가 가식이 없고 솔직하다. 그리고 재밌다. 그 친구는 자기가 감정을 자각한 뒤 부정할 수도 있었는데, 부정이 없다. ‘좋아하네’ 생각하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재이도 참 좋은 사람이지만, 준형이가 조금 더 솔직하고, 성숙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것 같다”
‘역도요정 김복주’ 속 복주는 자신의 남자 친구 정준형의 전 여자 친구 송시호(경수진)와도 같은 방을 쓰며 절친하게 지낸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어떻게 전 여자 친구와 친하게 지낼 수 있냐며 이해할 수 없어 했다.
“과정이 있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나 성격이 다르지만, 어느 정도의 과정을 거친다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주도 처음에는 의심하고, 질투했다. 그 과정에서 남자 친구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시호 언니와 편하게 풀어지는 과정이 있었다. 저도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불가능’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본래 모델로 활동하고 있던 이성경은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모델이나 연기 쪽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을뿐더러 오히려 그런 것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이성경이 처음 모델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건 부모님 때문이었다.
“당시 저는 음대 입시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니스트 말고는 다른 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근데 부모님이 자꾸 모델 대회를 나가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서류 넣어서 합격하면 생각해 볼게’라고 말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 저는 경력 칸이 텅텅 비어 있었고, 준비된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합격 전화가 왔다. 원래 춤추는 것을 좋아하니까 가서 춤을 추고, 워킹이랑 포즈를 흉내 냈다. 거기에 면접까지 봤는데, 덜컥 붙은 거다. 그렇게 합숙을 시작했는데, 그 자체가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이게 직업이야?’라는 생각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연기도 처음에 너무 무서웠는데, ‘괜찮아, 사랑이야’ 감독님이 연락해 주시고, 이미 시작한 거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게 됐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탄탄히 쌓아 올라온 필모그래피나 경력이 아니기 때문에 이성경에게는 언제나 ‘고민’과 ‘책임감’이 뒤따랐다. 그때마다 도움을 줬던 것은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태항호였다.
“배우로서 무게나 책임감에 대해 모르고 혼란스러울 때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 어리광 부릴 수 있는 건 태항호 오빠다. 집도 가까워서 ‘어디야, 나와 줘’이러면 아무 말도 안 하고 말을 들어준다. 위로도 되고, 조언도 구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나 고민이 있을 땐 인성 오빠, 효진 언니, 동일 선배님. ‘괜찮아, 사랑이야’ 가족들이 정말 진심으로 카운슬링 해주신다. 인생적인 부분들도 많이 알려 주시고, 용기도 주시고. 그렇게 들으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오소녀를 보낼 때도 정말 너무 힘들도 눈물이 많이 났었다는 이성경은 지금 ‘김복주’를 보내는 것에도 정말 힘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성경이 복주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때도 너무 힘들었다. 마음이 힘들고, 무서워서 못 보내겠는 거다. 이제는 처음 작품과는 다르게 성숙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너무 보고 싶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보내는 중이다. 다시 복주를 볼 수 없다는 마음에 더 그립고, 애틋하고, 보고 싶다. 그래도 아름다운 사진첩으로 남기는 방법을 아니까. ‘복주야, 너무 사랑했었어. 아쉽다. 보고 싶어. 그립다, 벌써’”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