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마이 금비’ 이지훈, 그가 악역에 도전하는 이유 [인터뷰]
- 입력 2017. 01.21. 18:09:4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정은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우리는 얹혀서 갔죠.”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배우 이지훈은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 (전호성 이명희 극본, 김영조 안준용 연출, 오마이금비 문화산업전문회사·로고스 필름)에서 주연으로 극을 이끈 허정은에게 드라마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모든 공을 돌렸다.
“처음에 놀랐다. 대본 리딩때는 또래 아역 배우 같은 느낌이었는데 첫 촬영 때 리딩때와 비슷하게 하더라. 리허설에서 눈물은 안 흘리잖나. 촬영장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였다가 슛만 들어가면 돌변했다. 표정·눈빛을 보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구나’ 했다. 시켜서 하는 건 대사를 읊는 것에 불과하니까. 한 번은 ‘슬플 때 뭘 생각해?’ 하고 물었다. 우리는 엄마 생각, 돌아가신 분 생각을 하잖나. 그런데 대답이 의외였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나’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 생각을 하면 슬퍼진다더라. 또래 처럼 학교 가서 아이들과 놀고 선생님과 공부 해야 할 시간인데 촬영장에서 그러고 있어 슬퍼진다고 했다. 씁쓸하고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생각이 다르구나’ 했다.”
‘장영실’에 이어 ‘오 마이 금비’에서도 악역을 맡은 그는 자신의 부드러운 외모와 상반되는 악역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20년을 활동해오며 ‘이지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뭘까를 생각했다. 잘 생기고 로맨틱하고 키다리 아저씨, 실장님, 부잣집 아들 같은 그런 연기를 많이 했고 그걸 기억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연기자로서 그런 것을 깨고 다른 성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계속 그런류의 역할이 들어와 도전하고픈 마음이 있다. 처음 이 역할을 내비치셨을 때 일단 정말 놀랐다. 나의 어두운 면을 봤기에 날 이렇게 생각해준 것일 테니 괜찮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임했다.”
‘장영실’에서도 그는 악역이지만 결코 악하지만은 않은 인물을 연기했다. ‘오 마이 금비’에서 역시 사채업자지만 ‘악질 중 악질’이라는 캐릭터 소개와 달리 ‘절대 악’이라기 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사극은 알다시피 절대 악이 아니니까 누구의 시점이냐에 따라 선악이 구분된다. 시놉시스 상에는 ‘악덕 사채업자’ ‘악질 중 악질’로 표현됐다. 처음에 캐릭터를 잡았을 땐 그런 방향으로 잡았고 캐스팅보트에 올라오는 얼굴이 다 험상 궂고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만 올라왔다. 새로운 방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외관상 부드럽고 매끄러워 보이는 남자들의 대립각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캐릭터를 좀 바꿨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여쭤봤다. 남궁민 씨가 했던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처럼 화를 달고 사는 악역일까 하고 생각해 그런 쪽으로 변화를 줘야겠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픔을 달고 사는 ‘본투비 악인’이 아니라 살면서 여러 사건과 일로 인해 그리 살 수밖에 없는 아이였다. 그냥 내면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처음에 조금 힘들었다. ‘드라마를 잘 마치고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다 옐로우인데, 짙은 옐로우로 가야맞는데 나만 나오면 그레이라 겉도는 느낌이 들더라. PD님에게 느낀 것을 설명하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PD님이) 선장이니까, 그가 하는 톤이 맞다고 생각했고 ‘좋으니까 희망 갖고 잘 가라’고 하시기에 8부까지 어려웠지만 인내하며 쌓아갔다.”
김영조 PD와는 지난 2010년 방송된 ‘근초고왕’에 이어 지난해 ‘장영실’로 다시 만난 뒤 김 PD의 차기작인 ‘오 마이 금비’로 연이어 호흡을 맞췄다.
“난 어떤 라인이란게 없다. 그런데 김 PD님을 ‘근초고왕’에서 처음 알게 됐고 그때 인상이 좋았나 보다. 스태프와 잘 지내고 배우들과 잘 지내고 불화가 없으니까. 항상 캐스팅 때 ‘성격 어떠냐’ ‘잘 어울려 지내냐’ 하고 물어보신다. 결국 배우 송강호 정도가 아닌 이상은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생각하시고 촬영장에서 잘 어우러지는지, 인성을 보시는 듯하다. 그런 부분은 잘 맞다. 내 칭찬이 되는 것 같은데.(웃음) 촬영장에서 차분하시다. 조곤 조곤 말씀을 하신다. 공연도 좋아하신다. PD님 작품을 보면 연극·뮤지컬 배우가 많이 나온다. 이번만 해도 주역 빼고는 같이 공연한 분들이 나왔다. 의리일 수도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챙겨주면 감사하다. PD님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감사하다. 난 항상 밝은 분위기의 옷을 입었지만 이번엔 어두운 옷을 입게 됐다. 이번 작품을 들어가는 걸 알고 안부인사를 드렸었다. ‘뭐 없나’ 하는 뉘앙스로.(웃음) 별다른 이야기를 안 하셨다. 그 전까진 악한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하려 한 것 같다. 리딩 5일 전 연락이 왔다. 감사했다.”
그는 드라마를 끝내고 ‘인간적인 악인’으로서 악역이지만 사랑받은 점에 대해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했다. 이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앞서 ‘장영실’을 함께 했던 송일국의 말을 떠올리기도 했다.
“목표를 이룬 것 같다. 일단 일국이 형이 ‘장영실’을 할 때 그런 말을 했다. ‘악역이 사랑받아야 그 드라마가 잘된다’고. 그때도 내가 대립각으로 반대에 섰으니 악인이잖나. 끝날 때쯤 사람들에게 ‘인간다웠다’ ‘사람의 감정이 제대로 표현된 캐릭터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도 초반에 의문이 들었지만 금비와 많은 신이 겹치며 인간다워지는 변화가 있었고 캐릭터 자체도 좋은 캐릭터로 남아 목표를 이뤘기에 감사하다.”
극 중 사채업자에 이어 스턴트맨으로 변신한 그는 유난히 액션신이 많았다. 액션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몸 쓰는 걸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한다. 원래 현장에서 무술 감독님과 잠깐 맞춰보고 들어가는데 찍기 전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갖고 들어갔다. 내 칭찬 같아 그렇지만(웃음) 찍으면서 몸을 써주니까 ‘잘한다’고 해 주셔서 몸 사리지 않고 했다. 패드 같은 걸 갖다 주겠다고 하셔도 ‘괜찮다’고 했다.(웃음)”
부드럽고 귀공자 같은 외모 때문에 그를 피해 가는 작품도 많았을 터. 이는 배우로서는 큰 안타까움일 수밖에 없다.
“나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날 보면 욕도 잘 못 할 것 같고 (라디오 DJ처럼) ‘잘 자요’ 하는 멘트가 어울릴 것 같지만 욕도잘해요.(웃음) 그런 것도 해보고 싶은데 항상 캐스팅에서 제외가 되어있으니 아쉽죠. 남궁민 씨가 그렇게 악역을 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언젠가 기회가 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공연 쪽은 감사하게도 캐스팅을 할 때 이미지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다양한 도전이 가능하죠. 악인, 살인마, 다중인격 같은 역을 해보고 싶어요. 기반이 쌓이면 영화 드라마에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