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킹’ 배성우 “정치검사 양동철, 상징적 의미 있는 인물” [인터뷰①]
- 입력 2017. 01.23. 19:08:58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다른 영화를 할 때도 그런데 창피해요. 늘 부족한 게 느껴져요. 대본을 보고 상상하는 연기적 이상향이 있는데 하다 보면 덜 가는 부분도 있고 그런 면에서 부끄럽죠. 이번 영화뿐만 아니라 항상 그래요.”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배성우(46)를 만나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제작 우주필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배성우는 권력 앞에 순종적인 전략부의 행동대장 양동철을 연기했다.
그는 ‘배성우의 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영화에서 빼어난 연기력을 뽐내는가 하면 한재림 감독으로부터 ‘무한 애정’을 받기도 했다. 캐스팅은 그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배우 조정석을 통해 성사됐다.
“‘집으로 가는 길’(2013) ‘몬스터’(2014) 까지 찍고 한재림 감독을 만났다. 조정석과 연극을 할 때 부터 친했는데 갑자기 ‘술 마시자’고 전화가 왔다. 촬영이 있어 두 번 정도 못 봤다. 한재림 감독이 조정석과 친해서 같이 보자고 했다. 난 한재림 감독 팬이었다. 배우들이 한 감독을 좋아한다. 만났는데 말 하는 게 정말 멋있고 공감이 가는 점이 많았다.”
한재림 감독을 만나기 전부터 좋아했다는 그. 직접 만나 한 감독과 작업한 소감은 어떨까.
“역시 배우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한 감독이 테이크를 많이 간다는 말을 들었다. ‘관상’(2013)때는 ‘더 킹’과 비교하자면 스토리가 명확한 영화라, 거기서 (테이크를) 더 많이 갔다고 하더라. ‘더 킹’은 그리 많이 가지 않았다. 분량도 많고 이야기 듣던 만큼 많이 가진 않았다. 그런데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잡아가며 연출을 하더라. 어떻게든 뽑아내려고 현장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배우에게 집중해준다.”
그는 ‘더 킹’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스토리에 웃고 공감했다. 풍자의 신랄함에 의한 정치적 외압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확실한 풍자를 보여줬으면 했다고.
“대본을 받았을 때 조인성이 캐스팅돼 있었다. 조인성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이고 또 다른 큰 주연이 한강식인데 그 캐스팅이 안 돼 있어서 누굴 캐스팅할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양동철은 나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대본을 봤는데 정말 좋았다. 대본을 받아 혼자 카페에서 읽으며 웃다가 덜컥하기도 했다. 시대를 정말 잘 읽어내는 느낌도 나고 에피소드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여러 정서가 복합돼 있더라. 감독 본인이 쓴 거니까 ‘미친 것 아닌가’ 했다. 전화해서 ‘미친 것 아니냐’고 말할 뻔했다. 요즘 주위에서 일들이 많이 터졌잖으냐. ‘아니었으면 어찌할 뻔했나’ 하시던데 난 거기에 대해 ‘어차피 영화인데 질러버려야지’ 생각했다. 민감한 부분을 건들고 싶었다. 참여한 배우들도 그랬고 쓰고 연출한 분도 그랬지만 너무 와 닿는 이야기였다. 영화니까 좀 더 뾰족하게 보여주고 풍자도 많았으면 했다. 그리 걱정스럽다는 생각은 못 했다. 철이 안 들어서 그런지.(웃음)”
영화에서 그에게 가장 와 닿는 점은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이었다.
“한 개인이 현대사를 밟아오며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이 있었다. 사회·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가 다큐 같기도 하고 굉장히 풍자와 상징이 많다. 한 개인이 욕심을 통해 뭘 했다기보다 이렇게 시대가 흘렀고 이런 게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거지만 그런 게 모여 역사를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한 감독은 배우의 이야기를 듣는다. 직접 시나리오를 썼지만 현장에서 귀를 열고 적극적으로 주변의 이야기를 수용해 영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갔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게 의외로 많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이야기한 것이 많았다. 대본이 좋았지만 한 감독님이 ‘대본이 좋다고 그대로만 하면 현장이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하더라. 더 에너지가 현장에서 몰입이 돼야 관객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장에서 감독이나 배우가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게 많다. 감독님도 배우들에게 짜내는 스타일이지만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배우에게 ‘좋았다’고 하면 ‘나는(어떠냐)?’ 하며 계속 물어왔다.”
그는 경쟁작인 ‘공조’에 출연한 현빈과 개봉을 앞둔 ‘꾼’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와 관련, 앞서 현빈은 인터뷰를 통해 “‘꾼’ 촬영장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렇게까지 겹칠 줄 생각 못 했다. ‘공조’는 못 봤다. 시사회 때 현빈이 ‘서로 시사회에 보러 갈까’ 제안했다. 그럴까 했는데 원래 그렇게 잘 안 가더라. 솔직히 둘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전통적으로 여름 겨울 시장이 좋았는데 많이 줄었다더라. 복잡한 일도 많으니까 뭐라 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좋은 작품이 걸려 있어야 보러 오실 것 같다.”
별명이 ‘다작 요정’인 그에게 작품 선택 기준을 묻자 “돈 많이 주는 것”이라 농담을 건네며 개그감을 뽐냈다.
“지난 2014년에 내가 많이 찍었다. 2015년에 많이 줄고 지난해는 ‘더 킹’을 찍은 뒤 ‘꾼’을 가을에 찍기 시작해 1월까지 넘어갔다. 연기를 많이 하는 게 좋다. 그 전엔 정말 많이 찍었는데 주위에서 ‘소모가 심할 수 있다. 조심하라’고 하더라. 작품 분량이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많이 못한다. ‘더 킹’도 촬영장이 멀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촬영 날 외엔 다른 일을 못 할 수도 있었다. 다른 걸 했으면 ‘더 킹’ 스케줄 자체도 정말 어려웠을거고 다른 작품도 할 수 없을 거다. ‘꾼’도 마찬가지다. 처음과 달리 스케줄을 계속 늘리더라.(웃음) 분량 욕심을 내는 건 아닌데 분량이 있어야 그 안에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작품) 수에 한계가 있다. 목표는 다작이다. 그러기 위해 오히려 작품 수를 조절한다. 소비되는 것에 대해 깊은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배우는 다들 그런 고민을 갖고 있다.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으니까.”
영화에서는 양동철이 한강식 밑으로 가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나오지 않는다. 결말에서의 양동철의 모습에 대해 그를 연기한 배성우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들었다.
“그런 게 영화와 대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데 영화에서 빠진 내레이션·대사상에서 보면 원래 기득권이었던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대본상이나 원래 설정도 그렇고. 서울대 나온 공부 잘했던 사람이고 자수성가 한 사람이에요. 한강식이나 좋은 집에서 잘 자란 사람보다 조금 더 뛰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고 한강식만큼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그런 걸 빨리 깨닫고 좀 더 정치적인 인물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나중에 그렇게 된 건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너무 올인하지 않았나 해요. 나중에 한강식을 배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히려 가장 의리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기도 하죠.(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