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지 개인화보→‘Yes No Maybe’, 로리타-중겸상림 싱크로율 [패션톡]
- 입력 2017. 01.25. 16:52:55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미스에이 수지가 배우 배수지가 아닌 솔로 가수 수지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신곡 공개 이전부터 파격적인 비주얼을 예고했던 수지는 지난 2015년 ‘suzy? suzy.’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개인화보집 속 사진이 ‘로리타 콤플렉스’를 연상하게 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며 솔로 음반 발표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그러나 23일 ‘Yes No Maybe’ 뮤직비디오가 공개 되면서 ‘로리타’가 ‘논란 마케팅’이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들게 할 정도로 맥락 있는 비주얼 보여줬다.
개인화보집이 이발소를 배경으로 한 어린 소녀의 도발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작가 의도, 표현의 자유 등 여타 사항을 고려한다고 해도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소설 ‘로리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마이크로미니 톱 스티치트 주름 스커트를 입고 깊게 파인 네크라인의 티셔츠를 오프숄더처럼 어깨가 노출되게 연출하거나, 넉넉한 사이즈의 하늘거리는 소재의 미니원피스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은 영화 ‘로리타’(1997년)의 원작 소설에서 험버트 교수가 10대 소녀 매춘부와 로리타를 묘사한 어른인 채 하지만 미성숙한 소녀의 도발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화보 속 마이크로 미니 톱 스트치트 주름 스커트는 1, 20대들이 흔하게 입는 아이템이지만 소설 속에서 험버트가 님펫으로 묘사한 10대 소녀들 복장의 하나로 거론한 테니스 스커트와 흡사하다는 점이 로리타 논란에 불이 붙은 이유 중 하나다.
개인화보집에서는 아이처럼 하얗고 통통한 젖살이 그대로였다면 ‘Yes No Maybe’ 뮤직비디오에서는 젖살이 글래머러스한 몸으로 성장해가는 20살 ‘소녀여자’의 모습으로 수지의 성장기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특히 뮤직비디오의 상당부분을 채운 언제 흘러내릴지 모르는 가는 끈이 달린 블랙 베이스의 꽃무늬 슬립 원피스는 흐드러진 굵은 웨이브의 롱헤어와 함께 소녀의 풋내 나는 퇴폐미를 절묘하게 완성해냈다.
개인화보집이 ‘로리타’를 떠올리게 했다면 ‘Yes No Maybe’ 뮤직비디오는 영화 ‘중경삼림’(1994년)을 연상하게 한다.
1997년 홍콩 중국 반환을 앞두고 절망에 빠진 중국 젊은이들을 묘사한 이 영화는 마약밀매상 임청하와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여자 왕페이를 통해 절망조차 사치인 삶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여기서 과장된 볼륨을 준 밝은 골드빛 파마머리에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나른하게 금성무의 어깨에 기대 선글라스로 감췄지만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를 응시하는 임청하의 시선은 깊게 파인 V네크라인의 스팽글 원피스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남자에 기댄 수지의 시선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이뤘다.
이때 임청하가 입은 카멜색 트렌치코트는 2017년에는 카멜색 스웨이드 트렌치코트로 대체돼 수지에게 입혀졌다.
특히 왕가위 감독 특유의 주인공의 시선과 동작에 맞춰 흔들리는 화면까지 중경삼림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해 보는 내내 보는 이들마저 시간여행에 동참한 듯 1994년과 2017년을 오가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개인화보집 ‘suzy? suzy.’와 ‘Yes No Maybe’ 뮤직비디오 속 모습은 대중이 열광하는 ‘국민 첫사랑’ 수지의 기대치를 어긋난다.
절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연예인으로서 수지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에 어느 정도 부합해야하는 것이 미덕이겠지만, 화보와 뮤직비디오 속에서 표현된 풋내나는 퇴폐미 역시 수지가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모습 중 하나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철저하게 대중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Yes No Maybe’ 뮤비 캡처, 영화 ‘로리타’ ‘중경삼림’, 수지, 오선혜 인스타그램]